[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설희는 제가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느낌보다는 서른두살 송하윤의 일부분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배우 송하윤은 KBS2 월화드라마 ‘쌈, 마이웨이’(극본 임상춘·연출 이나정) 백설희 역을 연기했다. 백설희는 김주만(안재홍)과 6년 간의 연애를 하다가 위기를 맞고 이별을 선택하는 인물이다. 백설희와 김주만은 현실적인 연애를 담아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호평을 받았다.

송하윤은 백설희를 떠나 보내는 일에 대해 “애써 지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지 않을까 싶다. 애써 빠져 나와야 한다는 느낌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의 말은 담담했지만, 백설희를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한다는 그가 크게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송하윤이 백설희를 자신과 일치시키는 모습을 통해 그가 얼마나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캐스팅되기 전부터 설희에게 몰입해서 대본을 읽었다. 그리고는 감독님, 작가님을 빨리 만나고 싶다고, 설희를 너무 하고 싶다고 매달렸다”고 캐스팅 과정을 떠올렸다.

백설희는 캐스팅 단계에서 많은 배우들이 욕심을 냈던 역할이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백설희를 차지한 송하윤은 “감독님 작가님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난 설희가 돼있었다. 그래서 캐릭터, 작품에 대한 얘기를 더 잘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캐스팅될 수 있었던 비법을 털어놨다.

송하윤은 대본을 보자마자 느꼈던 백설희의 매력에 대해 “설희가 너무 예뻤다. 누군가를 사랑할 줄 아는 설희의 마음에 끌렸던 것 같다. 7%쯤 부족한 느낌이 매력 있었고, 그러면서도 어떤 면에는 200% 똑똑한 게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캐릭터로 살면 행복할 것 같은 마음이 컸다”라며 큰 매력을 느낀 만큼 백설희 역에 캐스팅되고 싶었던 간절함을 전했다.


송하윤은 백설희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예쁜 여배우로 카메라에 비치는 것에 대한 욕심보다는 수수하고 소탈한 백설희를 보여주는 데에 집중했다. 그는 “역할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게 배우를 제일 못생기게 하는 것 같다. 시청자들이 최대한 그 역할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쌈, 마이웨이’가 끝나고 나니까 옷도 4~5벌 밖에 없더라”며 웃었다.

백설희 역의 매력은 특히나 김주만과의 연애와 이별 과정에서 드러났다. 백설희는 흔들리는 남자친구 김주만을 지켜보면서 상처 받았고, 마음이 식어갔다. 그리고 한없이 김주만을 배려하기만 했던 백설희는 먼저 이별을 고해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선사하기도 했고, 이후 달라진 백설희의 모습이 통쾌함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감정 변화를 보여줘야 했던 역할인 만큼, 송하윤의 탄탄한 연기력이 드러났다. 또한 오랜 연인을 함께 연기한 안재홍과의 호흡에도 시청자들의 호평이 쏟아졌다.

송하윤은 “설희와 주만이 서로 많이 사랑했다”라며 두 사람의 스토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현실적인 연애를 디테일한 감정선으로 표현해야 하는 만큼 송하윤과 안재홍이 많은 연습을 통해 만든 것처럼 완벽해 보였지만, 송하윤은 “안재홍과 대화도 많이 하고, 리허설도 해봤었는데, 그것들이 어느 순간 필요 없어지더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둘 다 주만과 설희처럼 지냈던 것 같다. 서로 눈을 보면서 마음을 담아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송하윤이 백설희에 얼마나 깊이 몰입해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송하윤은 백설희가 장예진(표예진)의 집에서 나온 김주만에게 이별을 말하는 장면을 이야기하면서는 울먹이기도 했다. 그는 “촬영 당시에 굉장히 집중이 됐다. 그래서 촬영할 때는 덤덤히 촬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설희가 극 중에서 헤어지자고 한 뒤에 집에서 울었던 것처럼, 나도 집에서 울었다”라며 설희로 느꼈던 당시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 설희를 연기하면서 저도 처음 느낀 건데요, 보통 촬영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캐릭터랑 분리가 되거든요? 그런데 설희는 저랑 분리됐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상대 배우들도 캐릭터로 단정짓고, 설희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를 하면서 ‘이런 느낌도 있구나’ 싶더라고요. 14년 만에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어요.”

송하윤은 연기에 대한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해준 백설희를 더욱 특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에 가장 마음에 남는 신을 꼽지도 못했다. 대신 그는 “매 신 마음이 아팠고, 아쉬움이 남았다. 대부분의 신들이 과거 회상이었기 때문에 내게도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통째로 기억에 남는다”고 설명했다.


백설희로 연기 생활의 전환점을 맞은 송하윤은 그간의 연기 생활을 되짚기도 했다. 그는 “데뷔작인 ‘태릉선수촌’ 속 내가 너무 부럽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연기를 하고 있더라. 그건 연기가 아니라 캐릭터 그 자체였다. 그 후에 작품을 하면서 퇴보하는 느낌, 멈춰 선 느낌, 조급함을 느끼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송하윤은 “그 과정을 다 겪어서 그런지 지금 행복한 것 같다. 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도 하지만, 점점 더 즐거워지고 있기도 하다”라며 웃었다.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백설희를 통해 ‘인생 연기’를 보여준 송하윤. 앞으로 어떤 여배우로 30대를 보내고 싶다는 고민이 있냐는 물음에 그는 그저 덤덤한 대답을 꺼내놓으며, 백설희인지 송하윤인지 구분할 수 없는 웃음을 보여줬다.

“지금은 설희로 살아서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앞으로 고민이 생기지 않을까요?”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