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누에치던 방' 이완민 감독이 배우 이상희 이주영 김새벽 등 독립영화계의 샛별들과 함께 현대인의 심리와 관계를 예민하지만 따뜻한 연출로 풀어냈다.

영화 '누에치던 방'(감독 이완민·제작 윈드웰러스 필름) 제작보고회가 23일 용산구 CGV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이완민 감독을 비롯해 이상희 홍승이 김새벽 이선호 임형국 이주영 참석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누에치던 방'은 서울 잠실을 배경으로 우연히 그 시절 오래된 단짝의 기억을 마주한 채미희(이상희)와 조성숙(홍승이)의 관계를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날 이완민 감독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하던 암담한 마음에서 작품을 시작하게 됐다"고 영화를 연출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영화에 대해 "어른이 돼서도 친구를 만들 수 있는지 궁금했다. 유년기 친구들과 어른이 돼 만난 친구가 같은지 다른 지를 묻는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이완민 감독의 설명대로 부모님에 의해 욕망이 억눌린 채미희(이상희)가 불현듯 조성숙(홍승이)을 찾아가며 시작한다. 극 중 두 사람은 서로 알지 못하고 나이 차이도 많이 나며 전혀 접점이 없다. 그러나 과거 단짝이었다는 채미희의 거짓말로 자연스레 관계를 이어간다.

극 중 채미희를 연기한 이상희는 "미워 보일 수도 있고 응석받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역할을 설명했다. 이어 "채미희는 절박해서 주변에 손을 내미는 인물이다. 영화 끝 부분에 다다르면 관객들도 제가 채미희를 바라보는 시선과 같이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성숙 역을 맡은 홍성이는 "실제로는 채미희와 비슷한 성향인 것 같다"고 자신을 드러냈다. 이어 "'과연 조성숙 같은 인물이 실존할까'라고 의문이 들었다"며 "도전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연기를 하며 많이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조성숙의 고등학생 시절을 연기한 이주영은 "지난해 부산에서 보고 오늘 다시 보니 메시지가 더 다가오는 것 같다"고 영화를 본 소감을 털어놨다. 이어 "감독님이 촬영할 때 '아역이라면 이런 맥락이 있어야 한다'라고 어떤 구분을 두지 않았다. 덕분에 좀 더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말했다.

김새벽은 극 중 1인 2역을 맡아 조성숙의 고등학생 시절 단짝 친구 김유영 역과 여고생 역을 연기했다. 그는 역할을 소개하며 "실제 나이가 여고생과 많이 차이가 난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어 "촬영을 하며 돌이켜보니 고등학생 때는 자기검열이 더 없고 막힘이 없었던 것 같다. 감독님께서 촬영을 하는 동안에라도 자기검열이 없는 상태로 가보자고 얘기를 해주셨다. 막상 생겨버린 습관을 없애는 게 쉽지 않았지만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느낀 점을 말했다.

김익주 역을 맡은 임형국은 역할에 대해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연기를 하며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절대 비호감 캐릭터가 되면 안 된다"는 감독님의 지시가 있었다고 털어놔 주위를 웃게 만들었다.

이선호는 오두민 역에 대해 "등장 신이 많지 않다 보니 역할에 푹 젖어 매 순간이 진실 됐다고는 말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완민 감독과 작업에 대해서는 "도전 의식이 생겼던 작업 스타일이다. 배우로서 재밌고 도전적인 작업이었다"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배우들은 작품 속 가장 인상 깊은 장면과 대사를 하나씩 공개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심었다. 먼저 이상희는 "김유영의 대사 중 '해치우자 모든 처음들'이라는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살아가는 매 순간이 처음이다. 다들 용기를 갖고 해치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극 중 옥탑방에 채미희와 조성숙이 누워있는 장면"을 꼽은 홍승이는 "해당 신에서 조성숙이 채미희에게 노래를 불러 달라고 요청한다. 비록 편집됐지만 채미희가 결국 노래를 부르는데, 그가 조성숙에게 주는 첫 선물처럼 느껴졌다"고 감상을 전했다.

김새벽은 "올해 답답한 순간이 있었다"며 "갑자기 영화 속 제 대사인 '어떤 말이든 좋습니다 한 마디만 해주세요'라는 대사가 생각이 났다"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말했다.
또한 이주영은 "극 중 김유영과 교무실에서 벌을 서며 '사람들이 모두 학교를 다녀봤는데 왜 바꾸려고 안 할까'라는 대사가 있다. 오늘 영화를 다시 보며 이렇게 좋은 대사가 있다고 다시금 느꼈다"고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이완민 감독은 "서로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영화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갈까 고민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재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누에치던 방'은 오는 31일 관객들을 찾는다.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누에치던 방'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