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에이치오티(H.O.T.)를 H.O.T.라 마음껏 부를 수는 없었다. 그러나 열정은 17년 전 그대로였다.

H.O.T.(문희준 강타 토니안 장우혁 이재원)는 13일 오후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콘서트 ‘2018 포에버 하이 파이브 오브 티네이져스’(2018 Forever Forever High-five Of Teenagers)를 열었다.

지난 1996년, 말 그대로 혜성 같이 등장한 H.O.T.는 활동 하는 5년 동안 쭉 정상에 있었다. K팝 1세대 아이돌이자, 한류 1세대로 통하며 국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에 해체 17년 만에 다시 진행된 이번 콘서트에 대한 열기는 어마어마했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관객들이 모였다. H.O.T.를 상징하는 하얀색 우비, 하얀색 풍선를 따라 만든 응원봉을 들고 모인 이들은 주경기장 일대를 점령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H.O.T.를 보기 위해 모인 관객은 5만여 명이었다. 입장이 지연된 탓 15분이 지난 오후 7시 15분이 되어서야 공연이 시작됐다. 시야 제한석에도 관객들이 모여 H.O.T.를 향한 팬들의 그리움을 실감케 했다.

이에 보답하듯 H.O.T.는 3시간 넘는 시간동안 23곡을 소화하며 팬들과 호흡했다. 히트곡들과 17년 전 콘서트에서 불렀던 솔로곡, 개인 활동과 유닛 활동 때 물렀던 곡들까지 다양한 곡들이 세트리스트에 담겼다.

‘전사의 후예-폭력시대’를 부르며 무대에 오른 이들은 ‘늑대와 양’ ‘투지’(Get It Up)를 연달아 부르며 현장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라이브 실력 모두 그대 그대로였다.

발라드인 ‘더 웨이 댓 유 라이크 미’(The Way That You Like Me)로 숨고르기를 한 이들은 ‘아웃사이드 캐슬’(Outside Castle, The Castle Outsider) ‘열맞춰’(Line Up) ‘아이야’(I yah!)로 다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무려 일곱 곡을 몰아친 후 팬들을 마주한 H.O.T. 멤버들은 2001년 2월 27일 같은 장소에서 마지막 인사를 했던 것을 돌아봤다. 17년 만에 같은 무대에 다시 올라 팬들을 만나는 것에 대해 벅차오름을 느낀다고 했다.

문희준은 “그때 공연장에서 내가 대표로 이야기 했던 것 중 우리는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 이야기를 하고 나서 이 무대에 서기까지 17년이라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앞선다. 17년 동안 추억을 못 쌓은 만큼 오늘 많이 쌓으셨으면 한다”라고 했다.

장우혁과 토니안은 “이 순간이 실감이 안 난다”라고 했다. 장우혁은 “이 자리에 서 있는 것도, 이렇게 많이 팬 여러분들이 오셔서 공연을 보고 계시는 것도 믿기지 않는다. 정말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강타는 “공연 전에 부담감이나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과연 예전처럼 멋진 모습으로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부담됐는데 내 친구 중 한 명이 그러더라. 여길 꽉 채워주실 여러분이 좋은 무대로 만들어 줄 거라고. 여러분 덕에 에너지를 받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인사 다음은 개인 무대였다. 강타는 과거 콘서트 때 불렀던 팝송 ‘라이트 히어 웨이팅’(Right Here Waiting)을 선곡해 불렀다. 장우혁은 솔로 활동을 할 때 불렀던 ‘시간이 멈춘 날’과 ‘지지 않는 태양’을 선곡, ‘퍼포먼스 끝판왕’의 면모를 보여줬다.

토니안는 공연날 나온 신곡 ‘핫 나이트’(HOT Knight)의 무대를 최초로 공개했다. 그는 “어떻게 하다 보니 오늘 내 신곡이 나오게 됐다.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물론 우리 다섯 명의 음악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우리가 아직은 준비가 덜 된 상황이기 때문에 그날이 오늘 날까지 내 음악도 많이 사랑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희준은 솔로곡 ‘피오니어’(Pioneer)를, 이재원은 솔로곡 ‘아임 소 핫’(I'm So Hot)과 장우혁, 토니안과 함께 활동한 그룹 제이티엘(JTL)의 히트곡 ‘어 베터 데이’(A Better Day)를 부르며 관객들의 ‘떼창’을 이끌어 냈다.





솔로무대 후 다시 히트곡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멤버들과 전세계팬들이 하얀색 풍선을 부는 영상과 함께 시작된 ‘환희’(It's Been Raining Since You Let Go), “몇 번을 불러도 먹먹한 게 있는 곡”이라는 ‘너와 나’가 이어졌다.

이어 하얀색 망토를 챙겨 입은 이들은 “연습실에서 멤버들과 했던 이야기. ‘우리 영원히 함께하자’ ‘우리 최선을 다하자’는 그 이야기를 담은 ‘우리들의 맹세’”를 다음 곡으로 예고했다.

‘우리들의 맹세’ 중에는 팬들의 이벤트가 진행됐다. ‘기다렸어 H.O.T.'라는 메시지를 담은 슬로건 이벤트를 펼쳤다. H.O.T. 멤버들은 팬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스크린에 띄우며 이에 화답했다.



다음 곡인 ‘캔디’(Candy) 부터는 2, 3층 팬들을 위해 중앙 무대로 진출했다. 모자와 신발, 옷에 있는 무늬 위치까지 똑같이 의상을 재현한 이들의 모습에 관객들 모두 타임머신을 탄 듯한 분위기였다. 이어 ‘행복’을 불렀다.

이동차 이벤트도 나왔다. ‘내가 필요할 때’의 전주가 나올 때 이동차에 오른 멤버들은 관객들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며 17년 전을 떠올렸다. 토니안과 장우혁은 결국 눈물을 보이며 감격을 드러냈다.

마지막 곡을 앞두고 강타는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는 말을 100% 믿지는 않았는데 간절히 바라니 이뤄졌다”라며 “홀로 서 있을 때 외로웠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가 더 행복하다”라고 했다. 이어 공연의 마지막 곡인 ‘위 아 더 퓨처’(We Are The Future)를 불렀다.



물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앙코르 요청에 다시 무대에 오른 H.O.T. 멤버들은 ‘고! 에이치오티’(GO! H.O.T.)와 ‘캔디’ ‘빛’(Hope) 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계속되는 앙코르 요청에 ‘빛’의 후렴구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새로운 추억을 쌓았다.

이날 공연에서 H.O.T.는 자신들의 이름을 속 시원히 부르지 못했다. 공연 기획 단계에서 상표권 분쟁에 휩싸이며 잡음이 생겼다. 이에 티켓과 포스터, 홍보 문구 등에서 H.O.T.라는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포에버 하이 파이브 오브 티네이져스’라는 풀네임을 사용해야 했다.

그러나 이름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멤버들과 모인 관객들 모두 그때 그 순간을 떠올리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3시간을 꽉 채웠다. 이재원의 말처럼 “H.O.T.라는 책의 새로운 페이지를 써” 나가는 순간이었다.



H.O.T.의 공연은 14일 오후 6시 한차례 더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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