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완벽한 결혼‘의 조건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의 전제는 완벽한 결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전제부터 오류가 있으니 아무리 유능하고 탁월해 보이는, 어떤 공식을 대입한다 해도 제대로 된 답이 도출될 리 없다. 오류를 품은 질문엔 오류를 품은 답이 따라올 뿐, ‘커플팰리스’의 휘황찬란한 광경 이면에 담긴 실체다.

지난 30일 첫 방송한 Mnet ‘커플팰리스‘는 결혼정보회사의 매칭 시스템을 기반으로 싱글 남녀 총 100명을 모아 서로의 인연을 찾는 데 도움을 주는 대규모 웨딩 프로젝트다. 여타의 커플 매칭 프로그램과 차이가 있다면 남녀 출연진 모두 외모는 물론이고 연봉, 자산, 집안 등 세세한 스펙부터 솔로가 된 기간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조금도 우회하는 법 없이 직접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결혼 상태를 고를 때 포기할 수 없는 나만의 조건 2가지 또한 함께 공개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결혼 후 살림할 여자 원해요’, ‘단칸방 시작도 좋아요’, ‘아이 낳지 않을 분 원해요’, ‘아이돌 덕질 이해해 주세요’, ‘재취업 가능한 전문직 원해요’ 등 그 사람이 결혼을 바라보는 시각, 삶의 가치관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될 만 해 흥미로웠다.

이에 거침없는 반응과 표현을 보여주는 상대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걸어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분을 원한다는 조건에, 차가 없는 것 아니냐며 앞서 보내놓은 호감의 표시를 물렀다가 그저 함께 산책을 즐기고 싶을 뿐이라는 부연 설명에 무른 것을 취소하기도 했으니까. 흡사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마음에 드는 조건의 캐릭터를 고르는 태도와 유사했는데, 정작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요소인 ‘감정’에 관한 부분은 뒤로 미뤄 놓았다는 점에서다.

선 조건 후 감정이라고 할까. 물론 서로 일면식도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결혼을 목적으로 한 만남의 자리에서 감정을 먼저 이야기하기란 어불성설이다. 첫 만남에 감정이 불일 듯 일어난다는 건 드라마에서나, 아니 이제는 드라마에서도 손에 꼽힐 만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각자가 쌓아온 삶의 모양새, 즉 성격이나 취향, 즐기는 것과 즐기지 않는 것 등을 살펴보며 서로를 파악한 후 마음을 나눌지 말지 결정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러운 전개일 터.

그리하여 ‘커플팰리스’ 또한 1단계인 ‘대규모 매칭쇼’에서 휘황찬란한 조건을 앞세워 마음에 드는 이성을 선택하기 위해 혹은 해당 이성에게 선택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 후 성사된 두 사람이, 2단계 ‘팰리스위크’에서 서로를 인연으로 삼아 볼 본격적인 노력을 시작한다. 그리고 대망의 3단계, ‘파이널 프러포즈’에 이르러 두 사람은 프로그램을 벗어나 ‘완벽한 결혼’이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그만둘 것인지 마지막 선택을 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말하고 목표로 삼는, ‘완벽한 결혼’이 실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커플팰리스’와 출연자들은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프로그램 내에서 찾는 일이 가능한 것처럼 군다. 그들에게 완벽한 결혼이란, 그저 현 사회에서 최고의 조건이라 말하는 이들끼리의 만남일 따름으로, 결혼에 진입하여 겪는 모든 일들, 서로 다른 두 개의 삶이 하나로 버무려져 가족이 되고, 그 사이에서 태어날 새로운 존재에게 또 하나의 세계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은 간과한 건지도 모른다.

아니면 절로 완벽한 형태를 갖추어 따라올 거라며, 나름의 근거 있는 믿음이라며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고.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일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계는 예기치 못한 일투성이다. 어떤 조건과 능력으로도 ‘완벽한 결혼’이 존재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를 제대로 짚어주지 않은 상태에서 ‘커플팰리스’를 접한 사람들은, 그들의 ‘완벽한 결혼’에 현혹되어 느끼지 않아도 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동시에 ‘진짜 사랑’ 찾기마저 이토록 고되다며 헛된 절망감에 빠져들고 말 위험이 높다.

어쩌면 완벽하고 완전하다는 것, 이에 관해 자신만의 환상을 가지고 접근하는 까닭에 우리는 때때로 급속도로 불행해지는 게 아닐까. 애초부터 인간으로서 불가능한 모양새였다. 참 아이러니한 진실은, 서로의 불완전한 상태, 완벽하지 못한 모양새를 ‘함께’ 끌어안고 행복을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상대를 만나 결혼 생활을 해나갈 때 어느새 완벽에 가까운 형태를 갖추어 가더란 것이다. 그리고 이때의 완벽은 이전의 완벽과 다르다. ‘커플팰리스’가 완벽히 놓치고 있는 맥락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net ‘커플팰리스‘ 공식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