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여경진 기자] 지난주 종영한 케이블 채널 tvN·Mnet ‘몬스타(극본 정윤정, 연출 김원석)’는 뮤직드라마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출연 배우들이 아니라 ‘음악’이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5월 17일 첫 방송이 시작한 후 ‘몬스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급격히 쏠렸다는 점이다. 이는 1회에 등장한 첫 음악신 ‘바람이 분다’ 때문이었다. ‘몬스타’가 그저 그런 간질간질한 고교생들의 로맨스를 그릴 거라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바람이 분다’의 음악신은 어딘지 모르게 심금을 울렸고, 그런 점들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

그 후로 더 주옥같은 음악신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리고 이 음악신들은 극중 캐릭터의 상황과 흐름에 잘 맞아떨어져 시청자에게 더 큰 감동을 선사했다. 이런 점들이 ‘몬스타’가 뮤직드라마로서 높이 평가된 이유다.

최근 티브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원석 PD에게선 갓 종영한 작품에 대한 짙은 아쉬움이 뚝뚝 묻어났다. 그는 종영 소감을 묻는 말에 “후련 섭섭하죠”라며 말문을 열었다.

“사실 12부작 드라마는 처음이었고, 1주일에 한 회를 방송하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몬스타’가 제작단계에 있을 무렵 일주일에 1번은 무조건 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뮤직드라마라는 특성상 음악의 완성도도 중요했기 때문에 2번은 힘들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만족하는 스토리 전개를 하려면 조금 길어야 했어요. 그래서 결정된 게 1회당 80분이었죠.”


“그런데도 불구하고 초반에 시간이 오버돼서 1회부터 8회까지의 이야기가 1회부터 9회까지로 구성됐어요. 한 회를 까먹은 거죠(웃음). 사실 2회 정도 더 해야 되는 상황이었지만 1회 안에 내용을 다 담아야 했어요. 저로선 그게 조금 아쉽네요. 이 점이 마지막회가 조금 길어진 이유이기도 하고요.”

김 PD의 말대로 1회가 80분이었던 ‘몬스타’의 마지막회는 15분이 덧붙여진 95분으로 방송됐다. 시청자는 고작 15분 늘인 거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김 PD는 자칫 길어진 방송분량에 체력적으로 힘들어했을 시청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렇지만 최종회였기 때문인지 ‘몬스타’ 12회에는 패닉의 ‘왼손잡이’,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 조용필의 ‘청춘시대’,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 등 유독 한 시대를 빛냈던 명곡들이 많았다.

혹자는 이 부분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부르기엔, 또 그들이 알고 있다고 하기엔 너무 오래전 노래이기 때문. 뿐만 아니라 ‘몬스타’에는 요즘 세대의 노래 못지않게 7080세대가 향유했던 음악이 다수 등장했다. 이에 김원석 PD는 확고한 음악 선정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노래의 가사가 그 캐릭터의 마음을 정확하게 대변하고 있는가가 첫 번째 음악 선정 기준이에요. 랩을 넣을지언정 개사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고요. 대중가요는 따지고 보면 기성복인데, 어떤 순간은 맞춤복 같지 않나요? 그건 일단 가사만이 가진 특성이에요. 감정을 대변하는 가사가 담긴 노래가 추려지면 그다음은 멜로디죠. 그런데 멜로디가 좋다고 하더라도 저만 아는 노래보다는 이전에 좀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노래들을 우선 꼽았어요. 또 한 곡으로 유명한 가수보다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뮤지션의 곡을 선정했고요.”

김 PD의 말을 정리하자면, 상황에 맞는 가사가 첫 번째고 그 가사를 와 닿게 만드는 멜로디가 두 번째, 마지막이 가수인 셈이다.

김 PD가 음악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시했다는 가사. 일례로 꼽자면 ‘몬스타’ 10회 심은하(김민영 분)가 불렀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나의 노래’는 극중 심은하의 노래이기도 했고, 세상 모든 이의 노래이기도 했다. ‘나의 노래’가 그만큼 많은 시청자에게 와 닿았던 이유는 대다수 사람들이 10대 시절 이도 저도 아닌 한없이 초라했던 시기를 한 번쯤은 겪었을 것이기 때문이고, 극중 심은하의 상황과도 굉장히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나의 노래’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에요. 그리고 더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요. 보통 사람들은 김광석의 ‘나의 노래’를 많이 알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나의 노래’는 잘 모르거든요.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라는 가수는 비운의 삶을 살다 간 분인데, 그것 자체만으로도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가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의 노래’는 이 분이 발표한 노래 중에서 가장 공중파에 적합한 노래기도 하고요(웃음). 이 노래는 꼭 심은하 캐릭터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김 PD에게 가장 애착 갔던 음악신은 ‘나의 노래’는 아니었다고. 그는 “사실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음악신은 김지수 조문근이 버스커버스커 ‘첫사랑’을 부르던 장면이에요. 드라마 캐릭터를 해치지 않으면서 어떻게 보면 또 웃기고, 아련하고 그런 거요(웃음). 5회, 조관우의 ‘늪’도 포함되죠. 그런 걸 제가 굉장히 좋아해요.”


김 PD가 이날 언급한 음악신 말고도 실제로 ‘몬스타’에 등장한 모든 음악신들은 드라마를 보지 못한 시청자들도 한 번쯤은 접할 수 있었다. 이는 몇몇 누리꾼들이 온라인상에 동영상 편집본을 올렸기 때문. 김 PD는 이를 언급하며 “그래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저는 예전에 ‘슈퍼스타K’가 뭔지 몰랐어요. 드라마 만드느라 바빴던 시절이었죠. 그런데 어느 날 김지수 장재인의 ‘신데렐라’ 동영상을 봤고, 이런 드라마가 나오는 프로그램이라면 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슈퍼스타K’ 1회부터 돌려 봤어요. 우리 드라마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어떻게 보면 자화자찬일 수 있지만 음악드라마를 이렇게 공들여 찍은 건 ‘몬스타’가 처음일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엄청난 전문가들이 도와줘서 찍었어요. 지상파 방송국이었다면 못했을 거예요. 이건 음악 방송국에서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죠.”

그의 말대로 ‘몬스타’는 1회부터 12회까지 질 높은 음악으로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물론 호평이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스토리가 다소 약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에 김 PD는 “‘몬스타’ 1회를 보고 굉장히 기대했다가 실망한 분들이 몇몇 계시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왕따나 고차원적인 얘기를 어떻게 감동적으로 풀까 하는 생각을 한 사람은 실망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애초에 엄청난 학교의 실태를 얘기하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그저 주변의 어린 친구들이 나오는 거라고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생각했죠. 거기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진 않았어요. 실제로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게 지금까지의 음악, 스포츠 드라마 아닌가요? 주인공이 엄청난 꿈을 갖고 있고, 모든 걸 헤쳐나가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는 그 내러티브가 한계죠. 저는 음악드라마의 도식적인 구조는 다 빼고 싶었어요.”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수긍이 갔다. 사실 지금까지 만들어진 음악드라마는 대부분 틀에 박힌 구조를 띠고 있었다. 캔디 같은 주인공이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어느 날 쨍하고 성공을 거두는, 그런 멋진 엔딩이 기다리는 뻔한 구조 말이다.

하지만 ‘몬스타’에 꿈이 없었다는 말이 아니다. ‘몬스타’도 분명히 성장에 관한 드라마다. 김 PD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꿈 없는 사람들이 ‘꿈 한번 가져볼까’ 정도의 성장이에요. 어떤 사람이 꿈을 엄청나게 이루는 게 아니고 꿈이 없거나 꿈이 좌절됐던 사람들이 ‘그래?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아볼까?’ 정도의 아주 조금의 성장이 있었으면 했죠. 그리고 그 정도의 성장은 캐릭터마다 있었다고 생각해요(웃음).”

그리고 2014년, 김원석 PD는 또 한 번 꿈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직장인의 바이블’ ‘국민웹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드라마화 되는 것.

“바둑을 몰라도, 직장생활 경험이 없어도 모두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드라마 ‘미생’을 만드는 걸 목표로 두고 있어요. ‘몬스타’에서도 그랬듯 카메오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고요. 부담이요? 너무 많죠(웃음). 제가 이걸 왜 하겠다고 했는지 모르겠다니까요.”


[티브이데일리 여경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J E&M, 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