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하영민 칼럼] 방송작가 겸 방송인 유병재가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에 둥지를 틀었다.

YG는 4일 오전 10시 30분 공식 블로그에 ‘웰컴 투 와이지 유병재. 2015. 6. 4 오늘부터 출근’이란 글귀 아래 유병재가 YG 사옥 앞에서 발랄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미지를 공개하면서 유병재의 영입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유병재는 방송작가가 본업이었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가 하면 드라마에서 연기도 하는 여러 분야에서 재능을 뽐내며 최근 젊은 시청자들의 많은 지지를 받아 인기가 급상승했다.

케이블TV tvN 성인코미디 프로그램 ‘SNL 코리아’의 대본을 쓰면서 ‘극한 직업’이라는 코너에 직접 출연했다. 얼마 전엔 MBC ‘무한도전’의 식스맨의 후보로 높아진 위상을 입증했으며 지난달 29일 끝난 tvN 드라마 ‘초인시대’를 통해 연기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YG는 애초에 가요 기획 및 가수 매니지먼트 회사로 출발했다. 하지만 배우 영입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가운데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친 뒤 빅뱅의 탑을 영화배우로서 성공시킨 뒤 탄력을 받아 차승원 최지우 등 이름값이 높은 배우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이제 SM 등과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규모의 멀티 엔터테인먼트사로 성장했다.

그런 맥락에서 유병재의 영입은 나름대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왜냐면 SM은 자체적으로 뿐만 아니라 SM C&C라는 자회사를 통해 가수 배우는 물론 예능 방송인까지 영입하며 소속 연예인의 범위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이미 드라마 영화 예능프로그램까지 자체제작하며 토털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위용을 갖춰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SM과 피할 수 없는 동업자 정신과 경쟁사 의식이 공존할 수밖에 없는 YG로선 당연히 음반 외의 각종 콘텐츠 제작에 욕심을 부릴 만하다. 그럴 정도의 연예인 및 회사 규모가 된다. 하지만 아직 제작 노하우가 없다. 최근 SM C&C는 KBS 예능국 출신의 이예지 PD를 영입했다. 그건 당연히 예능 프로그램 외주제작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YG의 유병재 영입 역시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 드라마 제작의 첫걸음이다. 게다가 그는 작가뿐만 아니라 연예인으로서의 활용도도 열려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바라보는 대중의 눈은 무작정 반기는 것만 아니다. 왜냐면 3일 YG와 유병재는 전속계약을 확인하는 언론을 향해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몇 시간 만에 공식적으로 시인하는 엇박자의 대응을 했기 때문이다.

유병재가 유명 스타는 아니지만 전속계약을 하루 만에 결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유병재 입장에선 어제 저녁에 갑자기 양현석이 전화로 “전속계약을 하자”고 했더라도 그걸 마다할 이유가 없지만 YG는 다르다.

이 회사는 코스닥 상장사로서 수많은 주주들이 회사의 경영에 관여하거나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그런 상황이라면 최소한 경영진이 수일에 걸쳐 유병재를 전속금 얼마에 영입해 향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서 얼마의 이익을 회사에 안길지 충분히 계산기를 두들겨봐야 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소규모기획사라도 그런 과정을 거친다.

그렇다면 3일 오후면 이미 YG와 유병재가 그동안 수차례 접촉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어떤 대우로 어떻게 서로 ‘윈-윈’할지에 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을 것이고 물론 양측이 결정을 내린 뒤다. 그래서 ‘결정된 게 없다’는 공식 코멘트는 결국 거짓말이란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다.

왜냐면 오전 10시 30분에 블로그에 사진과 글이 실린 ‘포스터’을 올렸다면 그 작업은 최소한 아무리 빡빡하게 이뤄졌다 하더라도 하루 전인 3일 진행됐을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포스터를 볼 때 사진을 찍은 시점은 저녁이나 꼭두새벽인데 연예기획사의 생리 상 그리고 작업시간 상 이 작업을 4일 새벽에 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연예기획사가 연예인 겸 작가를 영입하는 것은 불륜이 아니다. 서로의 ‘니즈’에 의해 당연히 자연스럽게 관계가 맺어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유병재가 각 기획사 간의 스카우트 경쟁을 야기할 만한 슈퍼스타도 아니다. 3일 영입을 인정했다 하더라도 감히 YG에 맞대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만한 기획사는 SM JYP 튜브 정도인데 그 회사들이 그런 사이즈는 아니다. 그런 비도덕적인 행동을 할 만큼 유병재가 ‘초대박’감도 아직은 아니다.

그렇다면 YG에게 ‘뭔가 꼼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품을 수 있는 정황이었다. 물론 유병재가 그런 꼼수가 필요할 만큼 스카우트 경쟁이 붙었던 연예인은 아니니 그런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게 정답에 가깝다. 그래서 YG의 ‘결정된 바 없다’는 거짓말이 더욱 찜찜한 불쾌감을 유발한다.

YG는 빅뱅이나 2NE1같은 대형스타를 보유한 국내 연예계의 정상급 대기업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는 귀족이나 재벌에게만 적용되는 도덕의 덕목이 아니다. 요즘처럼 연예인이 재벌급 공인이 된 사회분위기에선 유명 연예인과 그들을 보유한 대형 기획사에게도 요구된다.

그런 상황에서 거짓말은 특히 나쁘다. 찜찜하다.

[티브이데일리 하영민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마이크임팩트, '초인시대'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