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배우 손수현에게는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의 닮은꼴이라는 수식어가 빠지지 않았다. 때문에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에 가려져 그의 연기는 늘 대중의 평가에서 뒷전이었다. 그런 손수현이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를 통해 외모보다 캐릭터와 연기로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손수현은 이번 '막영애 16'을 통해 제대로 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손수현은 지난달 종영한 케이블TV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6'(극본 류보라·연출 김진원, 이하 '막영애16') 에서 극 중 성인 웹툰 작가 규한(이규한)의 어시스턴트 수현 역으로 출연했다. 짧은 머리와 보이쉬한 스타일링, 순수하고 씩씩한 캐릭터는 그간 손수현에게서 볼 수 없던 색다른 모습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짧아진 머리다. 데뷔 이후 처음 단발로 머리를 잘랐다는 손수현은 '막영애16' 속 캐릭터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인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한 데에는 그간 긴 머리가 주는 이미지에 갇힌 기분이 들어서였다고 한다. 손수현은 과감하게 머리를 싹둑 잘랐지만 처음에는 단발이 어색해 거울 앞에서 떠나기 쉽지가 않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며 현재 스타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렇게 머리를 자르고 첫 출연하게된 '막영애16'는 손수현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손수현은 "'막영애16'에서 지금까지 했던 연기랑은 결이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다. 일상적인 장르였기 때문에 좀 더 편안한 모습으로 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막영애' 시리즈는 2007년 처음 시작해 열여섯 시즌째 이어온 tvN의 장수 드라마다. 주인공 김현숙을 비롯한 많은 등장인물들이 긴 시간 작품과 함께 해와 그 끈끈함이 남다르다. 이런 시리즈에 뒤늦게 합류하게 된 데에는 분명 부담감이 존재했을 터.

손수현은 "'막영애'에 새롭게 투입되고 그 안에서 조화를 잘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부담감이 당연히 존재했다"고 출연 전 감정을 떠올렸다. 이어 "첫 회 방송에서 내가 연기한 모습을 직접 보고 그 불안감이 더 극대화됐다. 그래서 첫 회가 방송되고 다음 촬영 때 잡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서 실수도 많이 했다. 그렇지만 함께 출연하는 선배님들이 정말 편하게 대해주셨다"며 함께 출연한 선배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손수현은 기존의 출연 배우뿐만 아니라 함께 새 캐릭터로 투입된 이규한에게도 많은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규한 선배랑 처음 봤을 때 너무 선배라서 무서울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에 선배가 하는 대사도 하나도 들리지 않고 상황도 하나도 안 보였다. 제 연기를 하느라 바빴던 기억이 난다. 선배님이 먼저 농담을 던져서 분위기도 풀어주시고 많이 가르쳐주셨다. 여유 있게 하라고 이야기해주시며 제 상황을 볼 수 있게 도움을 주시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손수현에게는 '막영애' 속에 녹아드는 것뿐만 아니라 역할에 대한 고민도 존재했다. 극 중 수현은 쓰리스타 장군을 모시는 이등병 수준으로 이규한에게 '과잉 충성'을 보냈다. 말투도 '다나까'체를 사용했는데, 손수현은 이런 수현의 말투를 연기하며 어색하게 느껴져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다나까'체가 자칫 오글거리게 느껴질 수 있어서 스스로 익숙해지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또 "내 캐릭터가 씩씩하고 귀여워 보여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과하면 귀여운 척이 될까 봐 걱정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극 중 수현 캐릭터는 순수하고 맹목적인 인물이었다. 손수현은 "저는 극 중 수현과 정반대"라며 "저는 의심도 많고 겁도 많다"고 역할과 실제 성격과 많은 차이가 있음을 설명했다. 반면 좋아하는 감정에 있어서 솔직한 것만큼은 실제 성격과 비슷하단다. 극 중 수현은 규한을 좋아하는 마음을 들키고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밑도 끝도 없이 "좋아한다"고 소리치며 마음을 고스란히 전한다. 손수현은 그런 수현의 모습에 "저도 누군가를 좋아하면 두려움 없이 감정을 표현한다. 극 중 수발이가 앞뒤 재지 않고 고백을 질러버리는 지점들은 저와 비슷했다"고 이야기했다.

"수현이는 저의 한 면을 대변해준 캐릭터예요.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라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힌 손수현은 "2018년에도 저의 한 부분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을 만났으면 좋겠고, 그게 제가 좋아하는 저의 모습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직 배우라고 불리는 게 어색하다는 손수현은 스스로의 삶과 연기가 동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어떤 것을 함에 있어서 '잘한다'는 말이 최고의 칭찬인 것 같다"는 손수현은 배우로서 목표도 간략하게 '잘하는 배우'라고 이야기했다. 좋은 연기를 통해 그의 바람대로 이제 누군가의 닮은꼴이라는 수식어가 아닌 '잘하는 배우'로 불릴 수 있길 바라본다.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에스더블유엠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