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혜진 기자] 6년 만의 복귀작 ‘미스티’를 성공적으로 마친 배우 김남주는 최선의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한 자신, 고됐던 신인 시절부터 차근차근 겪어온 시간들을 견뎌온 제 나이 마흔여덟을 자랑스럽다고 표현했다.

김남주는 지난달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극본 제인·연출 모완일)에서 주인공 고혜란 역으로 활약했다. 고혜란은 7년째 9시 뉴스 앵커자리를 지키고 있는 완벽한 여자. 그는 앵커의 발음과 억양 등으로 앵커에 완벽히 녹아들었음은 물론, 독보적인 카리스마로 정의구현을 실현하기도 했다.

이처럼 6년 만의 복귀작 ‘미스티’는 김남주에게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게 하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또한 최고 시청률은 8.4%를 기록했으며 TV화제성 드라마 부문, 출연자 부문에서도 방송 내내 상위권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한 ‘미스티’는 충격적인 결말로 마지막까지 화제가 됐다. 케빈 리(고준)를 죽인 진범인 강태욱(지진희)이 자살을 택하고, 하명우(임태경)가 괴로워하는 고혜란을 위해 자신이 케빈 리를 죽였다고 자백하는 모습이 그려진 것. 논란이 된 결말에 대해 김남주는 “치열하고 지독하게 살아온 결과의 대가가 과연 뭘까, 지금 행복하냐고 묻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싶다”며 “고혜란의 입장에서도, 김남주의 입장에서도 (결말에 대해) 생각해봤다. 전 ‘미스티’ 팬들이 고혜란을 통해 앞만 보고 사는 것보다 지금 나의 행복이 뭔지를 돌아보고 내 주변 행복이 뭔지,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생각했다”고 자신이 생각한 결말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혜란은 안 행복하고 불쌍한데 덕분에 제가 행복하다”고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덧붙여 김남주는 “지금 저는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행복하다. 이 늦은 나이에 이런 평가를 해주셔서 더 열심히 연기를 해야 하는 건가 책임감도 생긴다. 아이들도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고, 배우로서도 늦은 나이에 나왔는데 호평해주셔서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행복한 지금이다”라고 이야기했다.

큰 만족감을 안겼기 때문일까. 김남주 역시 “끝나는 게 싫었다”며 작품을 떠나보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남주는 “고혜란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다. 어떻게 만든 캐릭터인데 떠나보내나. 많은 화제성을 갖고, 웰메이드 작품이라는 평도 받았다. 6년 만에 어렵게 선택해 좋은 반응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어서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작품을 어렵게 선택한 이유는 큰 사랑을 받은 캐릭터 고혜란 때문이었다.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여자인 만큼, 이에 따른 부담감이 상당했던 것. 그는 “제 자체가 완벽하지 못하다. 제가 완벽하지 않으니 완벽하게 준비할 자신이 없었다. 또 앵커가 보통 직업이 아닌 데다가 대한민국 최고의 신뢰도를 가진 앵커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해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정극으로 연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욕심은 김남주에게 더 많은 준비를 하게 만들었다. 김남주는 캐릭터 준비 기간 체중감량을 시작으로 앵커 발성과 걸음 걸이, 외적인 부분들 까지 세세하게 신경 썼다.


그만큼 애정을 담고 노력을 쏟은 작품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김남주는 “딸의 친구들이 ‘너희 엄마 나이 먹어서 안 써주는 거지’ 놀린 적이 있다더라. 그래서 ‘엄마는 엄마가 안 하는 거야. 저기 쌓여있는 대본 안 보이냐. 아무 작품이나 하지 않는 거니까 흔들리지 말고 속상해하지 마’ 했던 기억이 있다”며 “사실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작품을 했는데 이제 중 1이 됐다.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시간인 거다. 이제는 아이가 학교를 가면 ‘너희 엄마 멋지다’ ‘엄마가 예뻐서 좋겠다’고 한다더라. 아이의 기억에 엄마가 생생히 일하는 걸 기억할 수 있는 게 지금일 것 같다. 중요한 시기에 엄마가 멋지게 일을 한 걸 보여주게 돼 좋은 기억을 줄 수 있는 작품이 됐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미스티’는 엄마 김남주로서 아이들을 생각했을 때뿐만 아니라 본인의 연기 인생에서도 뜻깊은 작품이 됐다. 코미디가 아닌 정극으로 재평가를 받게 해줬고, 후배들로부터 자극을 받았다는 연락을 많이 받기도 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이런 늦은 나이에도 해낼 수 있고 좋은 모습 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고 이야기했다.

주변 반응도 달라졌다. 예전엔 김남주를 친근하게는 느꼈어도 반응이 폭발적이지 않았다면, 지금은 ‘고혜란이다!’하고 폭발적으로 좋아해 주는 느낌이 있다는 것. 김남주는 “젊은 여성 팬들, 10대 팬들이 많이 생겼다. 종방연 때 10대 팬들이 와서 ‘오늘 모의고사도 안 보고 여기 왔어요’하기에 ‘내가 언니 아니고 엄마 아니니’하면서 엄마의 마음으로 혼냈다”고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특히 기쁜 건 김남주가 아닌 고혜란이라고 불러주는 것”이라며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남주는 “마흔여덟에 중국 팬, 일본 팬, 10대, 2,30대 여성 팬들이 생겼다. 팬미팅도 한답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어보였다. “‘미스티’로 너무 많은 걸 얻었다”는 그는 답변을 전하는 내내 만족스러움과 함께 뿌듯함을 내비쳤다.

대화 중간중간 ‘마흔여덟’이라는 자신의 나이를 거듭 언급한 김남주는 이와 관련한 질문에 “제 나이가 자랑스럽다”고 운을 뗐다. 그는 “아이가 ‘엄마 젊을 때로 돌아가고 싶어?’ 물어봤다. 그래서 ‘나 이제까지 열심히 잘 살아왔고 그게 스스로 대견해’라고 했다. 집이 지방이라서 찜질방에서 지낸 적도 있고, 신인 시절엔 천박하게 생겼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단역으로 술집 작부나 세컨드 역할이 많이 들어왔는데 신인임에도 고집이 있어서 거절을 했었다”는 그에게서는 힘든 시절을 견디고 당당히 선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마지막 작품 후 6년이나 지난 줄 몰랐다는 그는 작품과 작품 사이 텀을 줄이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그는 “50살이 되기 전에 (작품을) 하나 더 했으면 좋겠다”며 “저는 이제 뭘 해야 하나가 고민이다. 고혜란을 제 안에서 완전히 떠나보내면 그때부터 찾아보려고 한다. 이 고민은 고혜란이 폭발적 반응을 얻을 때부터 했다. 너무 강한 걸 해서 다음엔 사극을 해야 하나 싶었다. 웬만한 캐릭터로는 (대중이) 신선하게 못 받아들일 것 같다”는 고민을 밝혔다.

마흔 여덟, 김남주는 배우로서의 완숙함을 ‘미스티’ 고혜란이라는 인물로 당당하게 입증했다. 부담감에 더 큰 노력으로 대응한 김남주의 모습은 ‘민다고 밀리지 않는’ 고혜란의 모습을 엿보게 했던 터. 그가 고혜란 덕분에 맞이했다는 ‘행복한 현재’는 결국 김남주 자신이 꿋꿋하게 지나온 세월 덕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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