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대한민국 드라마는 현재 법정에 빠져 있다. ‘검법남녀’, ‘미스 함무라비’, ‘슈츠’, ‘무법 변호사’까지, 거의 일주일 내내 법정드라마를 볼 수 있으니 말 다 한 셈. 범죄 수사를 소재로 하는 미스터리한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면서 그와 관련된 직종인 검경의 세계가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원체 이야깃거리가 많은 곳이기도 하고 범죄가 기본적으로 갖는 자극성이 큰 시너지를 일으키며 하나의 대대적인 흐름을 이루게 된 것이다.

법정을 공통의 배경으로 하지만 각 드라마가 그리는 세계는 조금씩 다르다. ‘검법남녀’는 검사와 법의관, ‘미스 함무라비’는 판사, ‘슈츠’와 ‘무법 변호사’는 로펌의 변호사가 주인공인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배경이 로펌이란 공통점을 가질 뿐 ‘슈츠’와 ‘무법 변호사’는 또 다르다. ‘슈츠’는 서로 다른 강점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팀을 이루어 변호사로서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무법 변호사’는 조직폭력배 출신의 변호사가 사회의 거대악과 맞서며 진짜 변호사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법의학의 세계가 추가된 ‘검법남녀’에선 오직 시신의 사인에만 시선을 두는, 실력은 좋지만 괴짜인 법의관을 등장시켜 사건 해결의 과정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 게다가 함께 움직이는 검사는, 뛰어난 기억력과 오감은 물론이고 뛰어난 오지랖까지 갖춘 인물이다. 살아있는 사람에겐 관심이 없는 법의관과는 정반대의 유형인 것이다. 이는 드라마에 재미를 더하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검사와 법의학자, 죄의 유무를 가리고 형벌을 주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종국에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신념을 가져야 할지 고민하게끔 돕는다.

‘미스 함무라비’에는 판사들이 등장한다. 여태 드라마들이 검사나 변호사를 중심으로 두었던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시각의 새로운 시도다. 더욱이 민사 재판이 주 무대여서 검사나 변호사도 잘 등장하지 않는, 오롯한 판사들의 이야기다. 각 인물들이 판사로서의 개성, 서로 다른 신념이나 주관들이 대립하며 판결을 하나하나 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배움이 되어 성장한다는 게,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열거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실, 이 네 개의 드라마는 유사성을 더 크게 갖는다. 법과 관련된 곳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고, 권력에 의해 불합리하게 벌어지는 범죄가 꼭 하나 이상씩 에피소드에 포함되어 있거나 혹은 아예 이야기의 주요 맥락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 브로맨스든 러브라인이든 비즈니스관계이든 주인공격인 두 인물의 합이 이야기의 완성도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 등에서 확인해볼 수 있다.

권력에 의한 범죄는 그 죄질이 가장 악하고 비열하다. 아무리 온 힘을 다해 사건의 진실을 밝혀 처벌 받을 사람을 가려놓았다 하더라도 자신의 힘을 사용해 사법권 밖으로 은근슬쩍 빠져 나가버린다. 그리고 법은 힘 있는 자들의 소유물일 뿐이라며, 사회정의는 개뿔, 어떻게 해서든 힘을 기르는 게 장땡이라며,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켜 검경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정의로운 사회 구현은 저 멀리 꿈과 희망의 나라에서나 이루어질까 말까한 일이라 여기게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드라마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추구하는 가치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주인공을 내세워 끝까지 죄를 추적하고 밝혀내고 정당한 결과를 취하고 만다. 이렇게 허구의 세계 속에서나마 앞서 언급한 비극에 반론을 제시하는 것이다. 요 근래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다 생각했던 일들(국정농단까지 치달은 국가 원수들의 부정부패 사건과 탄핵 등)이 일어나면서 이런 류의 드라마가 이전보다 더 각광을 받게 되었다 본다.

그리고 두 주인공의 합에 관해서는 네 드라마가 공통적으로 서로 상반되는 유형의 인물을 파트너로 지정함으로써 자연스레 대립하고 또 연합하도록 설정해놓았다는 것, 이 과정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겠다. 흥미롭게도 이 상반된 유형이 가진 각각의 특징은, 따로 두어도 범죄를 수사하고 죄를 가리는 데 나름 유용한 쓰임새를 발휘하지마는, 둘이 함께 있어야 더 완벽한 유용함을 획득해낸다. 드라마의 완성도도 그만큼 탄탄해지고.

‘검법남녀’, ‘미스 함무라비’, ‘슈츠’, ‘무법 변호사’, 어떤 것은 아직 이야기의 초반이고 또 어떤 것은 중반까지 갔따. 비슷하면서 또 다른 네 개의 드라마가 제각기의 매력을 끝까지 잘 발산하여 법정드라마의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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