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봉태규가 둘째를 얻었다. 그는 아빠가 되었다는 칭찬보다 제 아내가 감내하고 견디어 낸 임신과 출산에 더 많은 축하를 해달라며, 이 축복은 오롯이 제 아내의 몫이라며, 멋있는 말만 골라 담아 딸을 얻은 기쁨과 아내에 대한 감사함을 담뿍 표현했다. 이제 봉태규는 우리에게 하나의 좋은 남편, 좋은 아빠의 표본과도 같은 존재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단지 유명 연예인일 분, 자녀에겐 슈퍼맨이고픈 영락없는 ‘아빠사람’들의 육아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한동안 주춤하더니 봉태규와 그의 아들 시하가 출연하면서 어깨 좀 펴고 있는 중이다. 봉태규와 시하의 모습이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를 다시 한 번 증명하며 대중의 시선을 이끌어내 주었다 할까.

무엇이 그토록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냐면, 아내의 임신 사실을 알고 육아를 공부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전문가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실력을 갖게 된 아빠 봉태규의 육아법과 그 때문인지 하루하루 본연의 매력을 내뿜으며 사랑스럽게 자라나는 시하의 모습이다. 유명인 중에 이런 ‘아빠’가 등장하면 기존의 아빠들이 스트레스를 받는다지만(끊임없는 비교의 굴레 속에 놓이게 되니까), 각자의 상황과 사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배울 면이 상당하다.

사실 보이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일이 없을 때는 반드시 아이와 시간을 보내고 무조건적인 훈육보다 아이의 감정을 읽어내 주려 노력한다. 적어도 아이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정도의 노력은 대부분 하지 않나. 하지만 이 노력이 지속적으로 힘을 받으려면 그 동기가 매우 중요한데, 봉태규의 좋은 아빠로서의 강점이 여기에 있다. 그는 단순히 좋은 아빠가 아니라 삶을 함께 꾸려가는 동행자, 배우자에서 기인한 좋은 아빠가 되려 한다.

즉, 남편이 아내의 힘듦을 배려해서 희생하듯 ‘아내의 일’을 돕는 게 아니라,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고 함께 삶을 꾸려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일에 서로 최선을 다해 함께 해야 한다는 것. 먼저 ‘좋은 남편’이 되려 하니, 육아에 있어서도 자연스레 좋은 아빠가 된다. 함께 낳았고 함께 부모가 되었기에 육아에 정성을 다해 참여하는 게 너무도 당연한 까닭이다. 이는 아이를 대하는 그의 자세에도 영향을 미쳐, 잘 돌보고 잘 키워야 한다는 압박보다 순간순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으로부터 오는 기쁨과 즐거움에 집중하게 만든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시하가 가지고 놀겠다며 화분의 흙으로 거실을 어지럽혀 놓은 적이 있었다. 봉태규는 혼을 내어 훈육을 하는 쪽보다, 흙을 가지고 놀고 싶어 하는 아이의 마음에 동조하는 쪽을 택했다. 아예 화분을 엎어 흙을 모두 쏟아버려 준 것이다. 아이가 좋아했음은 물론이다. 아마 현재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심정적으론 동의가 되더라도 함부로 해보지 못할 장면이겠다만. 이들에겐 감탄이나 찬사보다 경악을 금치 못한 게 먼저였으리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봉태규가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주었다는 대목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면,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도 헤아리는 건데 심각하게 어지럽혀질 거실이, 그걸 치우느라 고생할 우리의 모습이 먼저 눈에 선하다. 이러한 비극적인 앞날까지 즐거이 감당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란 소리다. 당시 봉태규에겐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는 기쁨에 비하면 거실을 치워야 하는 고통쯤은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게다.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의 표본은 이렇게 만들어졌더라. 작품 속에선 ‘악벤져스’로 불릴 만큼 신경질적이고 잔혹해 보이기도 하고, ‘아빠’란 단어와 거리가 먼 그저 철없는 사람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봉태규가 아들 시하와 함께 하는 장면은 이전의 인상들을 모두 싹 지워낼 만큼 좋은 아빠와 아들의 모습이다. 배우자와 결혼, 가정에 대한 올바른 시각과 사고과정이 탑재된 결과라 하겠다. 봉태규를 통해, 우리가 보고 느끼고 배워야 할 부분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