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음악과 선거, 얼핏 얽힐 일 없어 보이는 서로 다른 두 분야가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성공적인 콜라보레이션을 펼쳤다. MBC FM라디오의 간판프로그램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배철수의 선거캠프’로, 그러니까 6.13 지방선거 개표방송 ‘선택2018, 국민의 심부름’으로, 유시민, 전원책과 함께 브라운관에 등장한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이미 다른 방송프로그램에서 영민하고 재치 있는 입담으로 유명한 사람들이라 어느 정도 재미는 기대하고 있었지만, 배철수와, 그가 지닌 음악프로그램 진행자로서의 분위기와 이렇게 흥미로운 조화를 이룰지는 미처 몰랐다. 그렇다고 이들이 각자의 역할과 영향력을 잃은 채 진행한 것도 아니다.

“이렇게 보수가 몰락하는 거 보니까 속이 시원합니까?”, “일단은 속이 시원하고요”

유시민과 전원책은 JTBC ‘썰전’에서 보여주었던 모습 그대로, 서로 다른 입장을 표명하며, 어느 부분에선 각축을 벌이기도 하고 또 어느 부분에선 동의를 하기도 하면서 ‘선거캠프’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배철수는 이 사이에서 말리기도 하다 웃기도 하다, 29년 동안 쌓아온 음악프로그램 진행자 역량을 발휘해 후보자들에게 주고픈 신청곡을 추천하게 하는 등, 음악과 선거의 콜라보레이션답게 좋은 균형을 맞춰주었다.

하지만 아무리 조화와 균형을 맞춘다 해도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면 보는 사람들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다. 배철수와 유시민, 전원책의 구도는 이들이 가진 전문성에서 오는 편안함과 자연스러움이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게 했다. 이미 입증된, 유시민과 전원책의 정치권을 보는 예리한 시선과 정치의 맥을 잡는 날카로운 분석력, 그리고 오랜 경력에서 비롯된 누구와도 낯설지 않게 존재할 수 있는 배철수 특유의 진행 능력까지. 대중의 신뢰도가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덕분에 여러 방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MBC는 선거 개표방송, ‘선택2018, 국민의 심부름’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참신한 도전과 과감한 선택은 대부분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법이다. 누구 아이디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같은 시각 같은 자리에서 청취자들을 만나며 질 좋은 음악과 전문적인 지식으로 신뢰를 얻은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배철수의 선거캠프’로 가져올 생각을 했다는 것부터 칭찬할 만하다.

그리고 ‘썰전’으로 활약을 펼쳤던 유시민, 전원책 콤비를 패널로 초대하여 음악과 선거의 콜라보를 시도해 보았다는 것, 예전의 MBC라면 보지 못했을 과감함이다. 배철수가 방송 중 이야기한 바처럼 기존의 지나치게 엄숙한(그렇다고 실제로 엄숙한 것도 아니면서) 정치 분위기를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보게끔 도와주는, 심지어 불꽃이 튈만한 정치적 이슈들도 흥미로운 토론으로 바꾸어주는 이들의 등장 자체가 신의 한 수였으니까.

선거에서 지금까지의 음악은 유세운동을 위한 재료, 빼놓을 수 없는 홍보 전략에 불과했다. 선거를 위한 음악, 선거가 갑이고 음악이 을인 구도였다 할까. 그래서 선거와 음악의 관계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게 하고 선거와 음악의 진정한 콜라보레이션을 이루어 선거 방송의 새로운 지평을 연, ‘배철수의 선거캠프’의 존재가 더욱 뜻깊다. 개표방송의 승리자가 된 MBC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앞으로도 여러 방면에서 참신한 도전과 과감한 선택을 이어가길 기대해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