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프로그램은 어디까지나 예능프로그램이지 ‘리얼’이 아니다. 실제 상황 같아도 어디까지나 편집이 들어간 창작물이지 현실이 아니다. 드라마가 현실을 재구성한 온전한 창작물에 속한다면 연애를 소재로 한 리얼 버라이어티는 판타지와 현실의 중간쯤에 위치한, 인스타그램 같은, 가상의 현실이라 할까.

채널A ‘하트시그널 시즌2’(이하 ‘하트시그널2’)의 결말에 일부 대중의 열띤 성화가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김현우가 오영주와 바로 이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썸’을 타다 막판에 임현주를 택했기 때문. 그리고 김현우는 순식간에 문제의 인물이 되어버렸다. 오영주가 특유의 진솔하고 따뜻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탄탄한 지지를 얻고 있긴 했다만, 그럼에도 타인의 연애사일 뿐인데, 드라마도 아닌데, 거의 정의의 사도 수준으로 많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으니 흥미로운 상황이다.

알다시피 연애란 그런 것이 아닌가. 아무리 순차적인 단계를 밟아가고 다른 이들이 말하는 방식으로 다가가고 관계를 맺어도, 마음이나 감정이 움직이는 건 이성이 미처 계산하지 못하는 순간의 타이밍이다. 김현우에게 오영주가, 그리고 임현주가 이러하고 그러했을 뿐이다. 그렇다고 마음이 설레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데 그간의 관계에서 오는 의리를 지켜서 혹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생각해서 그저 인간적으로만 좋은 사람을 선택할 순 없지 않은가.

설사 그리 된다더라도 오영주가 싫을 게다. 어떤 여자도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간 남자를 연인으로 두고 싶진 않을 테니까. 그래도 옆에 두고 싶어 한다면 좋아하는 마음을 멈추지 못하는 데에서 오는 욕심이다. 타 방송에 나온 려원을 통해 들은 말을 빌려, 사랑은 구걸하는 게 아니라 했으니, 마음은 고이 접어 새로이 찾아올 사랑에게 건네주는 게 본인에게도 훨씬 좋은 결과다.

물론 적지 않은 수의 시청자들이 왜 그리 분노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는 알고 있다. 김현우와 오영주, 임현주의 삼각관계에 자신의 과거와 현재와, 어쩌면 다가올지 모를 미래의 썸과 연애까지 대입하며 본 까닭이리라. 여기서 중요한 건 자신을 대입하고 있지만, 실제 입장은 철저히 제 3자다. 옹호도 비난도 마음껏 할 수 있는 위치다. 그래서 썸 탈 거 다 타놓고 정작 중요한 타이밍에 다른 여자를 선택하여, 자신이 마음을 대입한 여자의 가슴을 아프게 하는 남자는 비난받아 마땅하게 되는 것이다. 마치 아침드라마나 일일드라마의 악역들이 일상의 현장에서도 욕을 먹는 일처럼.

“썸만 타며 애태우는 청춘남녀들을 위한 무의식이 보내는 심장 신호 하트시그널이 밝혀진다! 무한한 썸을 타는 공간 '시그널 하우스'를 찾아온 청춘남녀들의 짜릿한 두 번째 동거 이야기”‘하트시그널2’ 프로그램의 소개글이다. ‘무한한 썸’, 여기에 어떤 도의적인 규칙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까, ‘하트시그널2’는 편집된 실제 상황이라는 점, 현실이 아니라 카메라 렌즈 비춰진 가상의 현실,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의 예능프로그램에 불과하다는 점을 간과하지 말자는 소리다. 어쩌면 김현우는 출연자들 중 프로그램의 성격과 취지를 가장 제대로 이해하고, 가장 제대로 충실했던 인물일 수도 있다.

마음을 주었던 만큼, 감정을 이입한 만큼 화도 나고 가슴도 아프겠지만 이제, 방송은 방송에 현실은 현실에 놓아두자. 저들도 프로그램을 벗어나면, 카메라 렌즈를 벗어나면 우리와 같은 보통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소동조차 프로그램으로서는 하나의 성과로 여겨져 기꺼워할 일이란 사실을 기억한다면, 출연자들의 마음과 그들이 처한 관계나 상황 등을 좀 더 있는 그대로 관람하며, 현실에 도움이 될 만한 팁도 얻어 가며 온전한 시청자로서 더욱 제대로 즐길 수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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