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결국 ‘한혜진’의 원대로 ‘기안84’가 포털사이트의 프로필 사진을 바꿨다. 그리고 그의 이름은 상당시간 검색어순위 상위권에 노출되어 있었다. 프로필 사진 하나 바꿨다고 이렇게 화제가 되다니,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힘이 다시 한 번 입증된 셈이다.

전현무와 한혜진의 열애 공개 후, ‘나 혼자 산다’를 향한 대중의 애정도가 정점을 찍고 있는 듯하다. 카메라 상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결합이 아닌 그야말로 현실 커플의 등장은, 그동안 ‘나 혼자 산다’의 무지개 회원들이 보여준 단합에 실제성을 부여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프로그램을 한층 더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까닭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장르의 예능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면서 대중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팻말을 목에 건 방송 내의 실제성 혹은 진실성이었다. ‘무한도전’을 예로 들어, ‘무한도전’ 멤버들이 카메라 밖에서도 카메라 안에서처럼 저렇게 친할까, 정말 아무런 각본이 없는, 촬영 당일 제작진이 던지는 미션이 전부인 상황일까 등등의 질문들을 은연중에 쏟아내는 것이다.

홀로의 삶을 관찰하는 동시에 출연자들끼리 연합하여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일을 즐기는 ‘나 혼자 산다’도 예외는 아니다. 윌슨 앞에서 보이는 모습들이 일상의 것과 동일한지부터 세 얼간이라 불리는 헨리와 이시언, 기안84가 정말 끈끈한 사이일지, 평소에도 연락해서 만날지 등의 물음까지, 단지 방송일 뿐이라며 프로그램 자체를 즐기며 보다가도 은근슬쩍 프로그램의 진실성 내지 실제성 여부를 따지고 있다 할까.

내면 깊은 곳에 존재하는 의뭉스러움은 역시 정공법으로 처리하는 게 제일이다. 딱 이 시점에 ‘나 혼자 산다’는 영민하게도 그다지 친해 보이지 않던, 둘이 있으면 어색할 것 같은 기안84와 한혜진을 한 프레임 안에 두는 에피소드를 마련했다. 명분이자 임무는 모델 한혜진의 눈에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는, 포털사이트 내에 올라 있는 기안84의 프로필 바꾸기.

기안84는 평소 스타일에 별 관심 없어 보이는, 아니 자신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캐릭터로 유명하다. 종종 같은 옷을 입는다거나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따위 필요치 않는 모습으로 방송에 임하곤 하니까. 이런 그를 한혜진이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며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공적으로 변화시키는 이야기가 담기는데, 요 과정을 통해 둘은 서로를 좀 더 알아가고 가까워진다는 것이 정해진 설정이다.

사실 기안84는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 그만의 매력인지라 한혜진의 손을 빌리면서까지 스타일을 바꿀 필요는 없다. 오히려 바뀐 스타일에 맞추어 그의 원래 모습을 잃어버리는 게 더 염려되는 문제다. 즉, ‘나 혼자 산다’가 기안84의 프로필 사진을 바꿔주고 싶다며, 굳이 한혜진과 그를 연결시킨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한혜진과 기안84가 화면에 비춰진 대로, 시청자들이 생각한 대로 아직까진 그리 친밀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대중이 프로그램에 보내는 신뢰를 좀 더 탄탄하게 다지기 위함이리라. 물론, 둘이 실제로도 좀 더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도 있을 테고.

한혜진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재능과 기안84가 지닌 독보적인 매력이 만나니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기안84의 외모도 기대 이상의 부응을 해주었고, 원래의 목적인 서로 좀 더 알아가고 가까워진다는 대목도 사이사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재미와 진실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기안 84가 포털사이트의 프로필 사진을 한혜진이 코디하고 코칭해준 결과물로 바꾸었으니, 화룡점정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을, 깔끔한 마무리다.

덕분에 ‘나 혼자 산다’의 진실성 내지 실제성은 다시 한 번 강화되어, 웬만해선 무너지기 힘들게 되었다. 혼자 사는 사람들끼리 하나의 모임을 만들어 일정한 만남을 가지고 여행도 다녀오며 커플도 탄생시킨다, 어쩌면 ‘나 혼자 산다’의 구도는 외롭고 고독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원하는 어떤 공동체의 모습을 띠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들의 친밀함이 진짜이길 바라고 있는 걸지도. 인위적인 손길이 반영된 프로그램이고 어느 정도의 환상이 가미된 실제라 해도, 금요일 저녁을 좀 더 오래오래 시끌벅적하게 달구어주었으면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채널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