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매 회, 이번엔 어떤 메뉴를 얼마나 맛있게 먹을까, 설레게 했던 ‘식샤를 합시다’가 변했다. 먹방만으로는 보여줄 건 다 보여줬는지, ‘식샤를 합시다3:비긴즈’(연출 최규식·정형건, 극본 임수미)에선 드라마틱한 이야기전개에 좀 더 매진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응답하라’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추억팔이 기법에 식상하단 느낌이 들긴 하다만, 인물들 간의 탄탄한 속내와 배우들의 열연이 이를 상당 부분 보완해준다.

서현진이 카메오로 출연하여 연기한 백수지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며 일순간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한 바 있던 ‘식샤를 합시다3: 비긴즈’(이하 ‘식샤를 합시다3’)가, 다행히도 제 궤도를 잘 찾아 오르고 있는 중이다. 중심 이야기는 이러하다. 애인을 잃는 시련을 겪으며 무기력해진 구대영(윤두준)은 어느날 우연찮게 대학시절의 친구 이지우(백진희)를 만난다. 지우는 대영으로 하여금 맛에 민감하도록 만들어준 첫 통로이자 식샤님으로서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는 인물로, 그녀의 등장은 ‘비긴즈’라는 부제에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보지 않았어도 여기까지만 듣고 얼핏 예상하겠지만, 대영은 지우와 만나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함께 하며 본연의 모습과 매력을 되찾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이야기가 대영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는 건 아니다. 지우 또한 대영과의 마주침으로 지난날을 되짚어보는데, 그녀의 기억 속에서 재생되는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롭다. 특히 엄마의 재혼으로 자매가 된 이서연(이주우)과 물고 뜯으며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였으면서도 지금은 어찌된 일인지 냉랭해져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되어버린 속사연 등이 시청의 구미를 돋운다.

사실 드라마가 좀 더 무게감 있는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는 데엔 서연을 연기하는 이주우의 역할이 크다. 어쩌면 예쁘고 매끈한 외모로 남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그 사랑을 이용할 줄도 아는 서연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밉상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았으나, 애써 도도한 표면 속에 감추어진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애잔한 얼굴과 누군가의 아픈 처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따뜻한 마음이, 이주우에 의해 섬세하게 그려짐으로써 오히려 큰 사랑을 얻어 시청률의 견인차 노릇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구도에서 으레 만들어지기 마련인 자매들의 한 남자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다 하더라도 즐길 수 있을 만큼의 오해에 지나지 않아, 그보다 지우와 서연 사이에 어떤 속내가 있었는지, 즉, 죽은 아빠와 치매에 걸린 엄마, 미국으로 떠나 있었던 서연과 대중 끼니를 때우는 바싹 마른 표정의 지우가 어떤 과거로 인한 것인지에 대해 더 큰 궁금증이 인다. 아마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반응이리라.

이야기적인 매력이 크다 보니, 분명 매회 먹방이 존재하긴 하는데 시즌1과 2가 보여주었던 파급력만큼은 아니다. 그저 이야기의 흐름상 들어가는 식사 장면으로, 대신 여타의 드라마보다는 비중이 좀 더 높은 정도에 불과하다 할까. ‘식샤를 합시다3’, 색다르고 특색 있는 형식의 드라마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보통의 굵직한 드라마로 합류한 느낌이다. 다행히도 본연의 색채는 여전히 보유한 채로. 이전과 같은 먹방을 기대한 시청자들은 마치 배신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겠으나, 이렇듯 이유 있는 배신이니 이해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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