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연예인의 화려함 후면에 존재하는 매니저들을 대중 앞으로 끌어낸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의 매력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저들만큼은 깊은 유대감을 바탕으로 형성된 사이이길 바라게 만든다는 데 있다. 특히 어린 나이에 일찍 사회인, 매니저가 되어 활동하는 임송과 그의 연예인 박성광이 관계를 맺어가는 모습을 눈여겨볼만 하다.

‘전지적 참견 시점’의 오롯한 목적은 무엇일까. 스타와 가장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매니저의 시점을 빌려 스타의 인격과 사생활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 여기서 오는 재미를 찾는 것이라 했다. 우리 또한 매니저의 시선에서 혹은 스튜디오의 시선에서 해당 연예인의 삶을 관찰하며 좀 더 인간적인 스타의 진면목에 흥미로움을 느낀다.

이게 가능한 이유가 스타와 매니저가 맺는, 사적이면서 또 공적인 관계의 독특함 때문이다. 스타에게 있어 운전자에다 비서의 역할까지 감당해주는 매니저는 연예 생활을 위해서 절대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어느 정도 인지도가 오르고 다이어리에 적을 스케줄이 많아지면, 그리고 어느 기획사에 소속되면 제일 먼저 찾아오는 변화가 없던 매니저가 생기는 일인 까닭도 여기에 있다.

공적인 관계로 시작한 이들은, 사사건건 얼굴을 마주하고 지내다 보니 때때로 사적인 관계로 진행되기도 한다. 스타 대 매니저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인지도 낮은 스타, 즉 연예인일수록(물론 성향의 차이가 있겠다만), 더욱 빠르게 사적인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힘들 때 함께 하는 사람이 오래간다고, 이런저런 곤고함을 함께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이 보고 경험하는 연예인의 얼굴은 민낯에 가깝다.

당연히 ‘전지적 참견 시점’은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특성상, 좀 더 꾸밈이 있는 게 사실이다. 매니저들과 일부러 더 대화를 나누고 더 많은 활동을 같이 해야 하는 거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사이 불쑥 튀어나오는 인간미 넘치는 진솔한 대목들과 마주할 때면 평소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가능하게 하여, 시청자들에겐 마치 ‘드라마에 몰입하는 것처럼’ 더없는 흥미로움이 되는 바다.

일례로 박성광과 그의 어린 매니저 임송을 들겠다. 이제 막 매니저 일을 시작하여 모든 업무에 열심히 임하며 자신이 맡은 연예인을 세밀하게 보필하는 임송의 모습이라던가, 자신의 매니저가 수습기간을 거쳐 정직원이 되었다며 기념으로 옷과 고기를 사주는 박성광의 모습 등은 우리에게 재미와 함께 어떤 울림을 선사한다. 즉, 저들이 단순히 일적인 관계로 서로에게 임하는 게 아니구나 싶어서다.

우리는 왜, 우리 일도 아니고 우리의 아는 사람 일도 아닌데 저들의 모습에 괜스레 흡족함을 느끼는 걸까. 간단히 말해 대리만족이다. 글의 앞머리에서 잠깐 언급하긴 했다만, 우리는 대중매체에서 서로 끈끈한 관계, 웬만해선 절대 변하지 않을, 믿음이 충만한 어떤 관계를 발견했을 때 동일한 마음으로 오래오래 가길 간절히 바란다. 서로 속고 속이는 기만적인 관계가 아니라 진짜 서로를 지지해주는 관계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길 바라는 것이다.

‘전지적 참견 시점’의 존재가치 및 정체성은 여기에 있다. 괜히 다른 곳에서 시청률을 올릴 요소를 찾을 게 아니라(가령 메이크업 유투버로 활동 중인 수현의 프로그램에 유병재가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하지 말고), 또 다른 긴밀한 사이의 스타와 매니저를 찾아보거나 이미 출연 중인 이들의 속내를 세세히 돌보는 데 좀 더 집중하여야겠다. 이상적이고 판타지적인 모습의 관계일수록 그것이 깨졌을 때의 소요 또한 엄청나니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