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의 데뷔 무산 논란은 진행형이다. 오디션 주최 측인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와 YG의 데뷔 무산 통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측이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YG는 오디션 출연진,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 대신 그룹의 흥행 가능성과 회사가 입을 손해에 초점을 맞춰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로 인해 연예 활동 계획에 차질이 생긴 회사 측은 손해를 배상해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믹스나인’은 종합편성채널 JTBC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방송된 프로그램이다. YG의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메인에 나서 중소 연예기획사에 있는 인재들을 발굴한다는 것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였다.

양현석은 직접 심사위원이 돼 전국에 있는 기획사들을 돌았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성희롱 논란, 태도 논란, 공정성 논란 등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9명이라는 원석들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YG는 프로그램이 끝난 지 4개월이 지나도록 9인의 활동 계획을 공지하지 않았다. 멤버들의 소속사와 세부 계획에 대한 논의 중이라는 소식만 전해졌다. 계약 기간이 주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흘러 나왔다.

결국 YG는 지난 5월 당초 계획과는 달리 최종 선발된 9명의 데뷔가 무산됐다고 밝혔다. 계약 기간에 대한 이견, 흥행 전망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4개월 동안 데뷔를 기다렸던 시청자 입장에서는 황당할 상황이었다. YG에서는 ‘작은 불편함도 없이 합의된 사항’이라고 했지만, 9명의 소속사들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 결국 1등을 차지했던 우진영의 소속사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이하 해피페이스)는 YG를 상대로 10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첫 변론기일은 31일 진행됐다. 해피페이스는 “최종 선발이 되면 음반을 발매”해주기로 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며 “독점적 매니지먼트 기간이 계약상 4개월이었는데 갑자기 3년을 하자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YG가 흥행 실패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YG는 “데뷔에 대한 계약서 조항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조항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단기적으로 4개월만 하려고 했는데 그때 상황을 보니 전혀 전망이 없었다. 흥행을 못 할 것이고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 내용이 전해진 후, 대중의 화살은 대체로 YG를 향하고 있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의무가 아니다’라는 주장은 황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시청자에 ‘무례한 변론’이라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믹스나인’은 당초 새로운 그룹 데뷔를 목표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케이블TV 엠넷 ‘프로듀스101’ 등의 성공을 벤치마킹 한 듯한 느낌이 강했다. 국내 최고의 기획사로 꼽히는 YG가 전면에 나서는 만큼 성공을 당연스럽게 생각했을 수 있다. YG의 입장처럼 “아쉽게도 예상만큼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기대만큼의 결과를 못 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프로그램을 응원한 시청자는 있었다. 심지어는 유료 투표까지 진행해 가며 출연 가수 또는 연습생들의 열정을 응원했다. 대부분이 출연진에 대한 애정과 이들을 키워낼 YG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이들에게 지난 5월 YG의 통보는 실망 그 자체였다. 여기에 데뷔시킬 의무가 없다는 변론 내용이 더해지자 “이용당한 느낌”이라며 허탈함까지 드러내고 있다. 뒤늦게 발을 빼는 듯한 YG의 태도를 무례하게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믹스나인’과 비슷한 시기 나왔던 KBS2 ‘더 유닛’ 역시 시청률 면에서는 그리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데뷔한 유앤비, 유니티 등도 ‘프로듀스101’을 통해 나온 아이오아이, 워너원만큼의 파급력을 갖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은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 냈다. YG의 변명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믹스나인’ 건을 아직 완전히 매듭지지 못한 YG는 최근 새로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예고했다. 자사 연습생들을 모아 새로운 그룹을 데뷔시키기 위한 오디션이다. 연습생들에게 ‘보석함’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대대적 홍보를 진행 중이다.

물론 YG에서 키우고, 7년가량의 계약 기간 동안 YG 소속으로 활동할 그룹과 ‘믹스나인’을 비교할 수는 없다. 자사 연습생들에는 또 다른 ‘의무’와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자와의 약속을 이미 한 번 저버린 YG의 새 오디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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