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래퍼 산이가 이수역 폭행 사건 동영상을 공개한 뒤 2차 가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산이는 16일 ‘페미니스트’를 발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지난 13일 새벽 4시 22분경 서울 동작구 이수역 부근 한 주점에서 남성 3명과 여성 2명이 서로 폭행한 혐의로 입건됐다. 여성 일행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화장을 하지 않고 머리가 짧단 이유만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여론은 여성혐오 범죄라는 비판이 쏟아냈다.

이에 편승해 한서희와 오초희는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한서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를 했다. 오초희 역시 사건을 비꼬는 듯한 “머리 짧다고 때렸다는데, 나도 머리 기르기 전까지 나가지 말아야 하나”라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그러나 경찰이 주점 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먼저 시비를 건 쪽이 여성 일행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여기에 래퍼 산이는 이수역 폭행 사건의 영상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로 인해 ‘이수역 폭행 사건’에 씌어진 ‘여성 혐오 범죄’가 벗겨지는 계기가 됐다.

그러자 이후 일각에서는 래퍼 산이가 동영상을 올린 것이 2차 가해라는 여론이 형성됐다. 하지만 산이에게 씌워진 ‘2차 가해 논란이 정당한가’도 의문이다.

‘2차 가해’는 2차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자들에게 초점을 맞추기 위해 1990년~2000년대 반성폭력 운동에서 ‘2차 가해’라는 용어를 대체어로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2차 가해는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피해자가 입은 정서적,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이나 피해자 스스로 심리적 고통을 겪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2차 가해’라는 것이 피해자에 대한 가해라는 점이다. 하지만 산이가 올린 영상은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을 뿐이다. 당초 쌍방 폭행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가해자만 있을 뿐 피해자가 없는 상황. 두 여성의 얼굴을 공개한 것이 아닌 모자이크 처리로 신변 노출을 최소화 했다.

산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건 영상을 올렸을 뿐이다. 그럼에도 산이에게 2차 가해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이 영상이 지상파 뉴스에 제보 영상으로 방송이 됐다고 지상파 뉴스가 ‘2차 가해’를 저질렀다는 억지를 부리는 것과 다름 없다.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이수역 폭행 사건’과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 매번 편을 가른 채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서로 목소리를 높이는 꼴이다. 중요한 것은 젠더 갈등 자체가 아닌 이로 인해 사건의 본질이 흐려진다는 점이다. 이미 이수역 폭행 사건은 대중의 청와대 청원, 일부 연예인의 참여, 2차 가해 논란으로 인해 사건의 본질이 사라진 채 젠더 갈등만 남았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