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공포 영화에는 두 가지 부류가 있다. 극장에서 무서운 영화와 극장 밖을 나섰을 때 비로서 무서워지는 영화. ‘도어락’은 후자에 가깝다. ‘도어락’이 주는 진정한 공포는 극장을 나선 뒤에 슬그머니 관객을 찾아온다. 영화를 본 누구라도 잠들기 전, 한번쯤 불현듯 현관 도어락을 둘러보게 하는 그런 공포다.

‘도어락’(감독 이권 제작 영화사피어나)은 2013년 개봉한 영화 ‘숨바꼭질’이 관객에게 선사한 공포와 닮아있다. 두 영화 모두 일상을 교묘하게 파고드는 현실적인 공포가 관객의 심장을 움켜쥔다. 특히 이 영화는 대다수가 가지고 있는 ‘도어락’에 대한 믿음을 철저하게 파괴시킨다.

외부에서 누구라도 자신의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도어락을 거쳐야 한다. 도어락의 허락을 받기 위해선 자신, 혹은 믿을 수 있는 이들에게만 공유된 비밀 번호가 필요하다. 결국 도어락은 나와 남을 분별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영화는 이런 도어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순간 벌어질 법한 일을 그리고 있다.

오피스텔에 홀로 사는 경민(공효진)은 늘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빠져 있다. 늦은 퇴근 길, 자신의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어깨부터 움츠러든다. 엘리베이터에 남자라도 타면 남자가 내리기 전까지 엘리베이터 안에서 기다린다. 심지어 자신을 도와주러 온 이에게도 경계를 한다.

경민이 느끼는 공포는 여성 관객들이라면 누구나 겪어 봤을 법한 일이다. 실생활에서 느끼는 공포가 영화 초반 등장하면서 여성 관객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경민의 감정에 동화된다. 더구나 경민은 미약하지만 알 수 없는 위화감에 휩싸인다. 열려 있는 도어락, 달라진 변기 뚜껑의 모습, 한밤 중 문고리를 흔드는 불청객까지. 서서히 ‘도어락’의 진짜 공포가 관객에게 고개를 든다.

배우 공효진은 경민이 느끼는 현실적인 공포를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한다. 공효진은 불안한 눈빛, 조여오는 무서움 속에서 가빠오는 숨소리 등으로 경민이 느끼는 감정을 디테일하게 표현했다. 이로 인해 관객은 경민이 느끼는 불안, 두려움을 102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함께 느끼게 된다.

공효진과 호흡을 맞춘 김예원은 영화 속 팽팽히 당겨진 긴장감 속에 쉼표 역할을 한다. 김예원이 연기한 효주는 경민의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하면서도 밝은 에너지로 극의 활력을 불어 넣는다. 김예원은 다양한 작품에서 보여준 매력을 발휘해 관객이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숨 쉴 틈을 주는 역할을 해냈다.

다만 ‘도어락’의 아쉬움 점은 현실 공포와 영화적 공포의 경계에 있다. 현실 공포로 시작된 이야기는 서서히 스릴러 장르 특성에 따라 비현실적인 공포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특히 스릴러 영화가 보여주는 다소 잔혹한 장면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소다.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주기 위한 반전 설정 역시도 현실 공포와 동떨어져 있다.

영화 ‘도어락’은 12월 5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 출처 =영화 ‘도어락’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