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조선의 천재 작곡가와 최초의 소프라노가 서로의 아픔을 알아봤다. 적어도 '사의찬미' 속 김우진과 윤심덕은 서로에게 운명이었다.

27일 밤 방송된 SBS TV시네마 '사의찬미'(극본 조수진·연출 박수진) 1회에서는 김우진(이종석)과 윤심덕(신혜선)의 비극적인 로맨스가 그려졌다.

일제강점기 조선, 암울한 시대에 김우진과 윤심덕은 일본에서 조선 유학생으로 험난한 세월을 버티고 있었다. 김우진은 누구보다 희곡을 사랑하는 천재 극작가로, 윤심덕은 관비로 유학온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로 하루하루를 버텼다.

두 사람은 홍난파(이지훈)의 소개로 알게 되며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순탄하진 않았다. 윤심덕이 김우진이 준비하는 우리말 희곡 '김영일의 사' 여성 캐릭터 출연 제안을 받고 연습실에 방문하던 중, 홀로 우리말로 시를 읽고 있는 김우진을 발견한 것.

김우진은 기척도 없이 자신의 낭독을 엿들은 윤심덕에게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윤심덕은 김우진에게 자신의 노래 실력을 인정받고 콧대를 눌러주겠다는 오기로 '김영일의 사'에 합류했다.

하지만 모두가 윤심덕의 노래에 매료돼 손뼉 치고 극찬하는 와중에도 김우진은 한 마디도 보태지 않았다. 칭찬은커녕 어떤 피드백도 없는 김우진의 태도에 윤심덕은 낙심했다.

그는 "왜 연습할 때 나한테만 아무 말도 안 하냐"고 따졌다. 이에 김우진은 "내가 어떤 말을 보태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미 완벽했다"고 말해 윤심덕을 놀라게 했다.



이후 윤심덕은 시종일관 김우진을 신경 썼다. 그는 김우진이 며칠간 연습실에 나오지 않자 그가 지내는 방으로 직접 죽을 쑤어 찾아가기까지 했다. 그는 김우진이 쓴 시를 보고 매료됐고, 방바닥에 어질러진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는 섬세함까지 보여줬다.

이에 김우진도 윤심덕에게 마음을 열었다. 김우진은 "5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새어머니가 세 번 바뀌었다"며 "어머니에 대한 그 희미한 기억이라도 붙잡고 싶어 져서 며칠간 오롯이 어머니 생각만 하는 거다. 아픈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윤심덕은 "누군가 날 그리워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그러니까 우진 씨 어머니도 분명 행복하실 거다"라고 김우진을 위로했다. 또한 "그리고 아까 그 시.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다. 우진 씨가 쓴 글"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윤심덕과 김우진은 서로의 재능을 알아보며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했다. 더욱이 일제의 탄압 속에 김우진이 우리말 희곡으로 인해 형무소에 끌려가며 윤심덕의 그리움은 더욱 짙어지기도 했다. 우울한 시대 희대의 비극을 낳은 커플의 이야기에 막이 올랐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