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분명히 모두가 매료된 희대의 비극인데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이 있다. 감정선도 연기도 2% 부족한 '사의찬미' 윤심덕, 배우 신혜선의 이야기다.

SBS TV시네마 '사의찬미'(극본 조수진·연출 박수진)가 27일 밤 첫 방송됐다. '사의찬미'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신혜선)과 그의 애인이자 천재 극작가인 김우진(이종석)의 비극적인 사랑과 함께 알려지지 않은 김우진의 작품세계를 재조명한 작품이다. 이에 첫 방송에서는 윤심덕과 김우진의 첫 만남, 서로에게 시나브로 빠져든 두 사람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일제강점기 조선, 김우진과 윤심덕은 일본에서 조선 유학생으로 암울한 시대를 버티고 있었다. 김우진은 누구보다 희곡을 사랑하는 천재 극작가로, 윤심덕은 관비로 유학 온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두 사람은 홍난파(이지훈)의 소개로 알게 됐다. 김우진이 준비하는 우리말 신극에 여성 캐릭터를 맡을 배우가 없었던 것. 윤심덕은 연습실을 찾았다가 자신을 홀대하는 김우진에게 호기심을 느꼈고 인정받겠다는 일념으로 공연에 합류했다. 이에 두 사람은 극 초반 티격태격했으나 음악과 희곡, 조선의 얼에 대한 진심을 인정하며 서로에게 매료됐다.

하지만 험난한 시대는 김우진과 윤심덕을 가만 두지 않았다. 신극에서 조선의 자유를 언급한 부분이 덜미를 잡혀 김우진이 투옥된 것. 윤심덕은 김우진이 풀리길 기다리며 그에 대한 마음을 확인했다. 그 사이 홍난파는 김우진에 대한 윤심덕의 마음을 눈치 챘고 "여기서 멈춰라. 그 마음이 커질수록 나중에 고통받을 것"이라고 말해 긴장감을 자아냈다. 끝내 비극으로 끝나는 윤심덕과 김우진의 운명의 서막이 오른 순간이었다.

문제는 이처럼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애달픈 전개에도 불구하고, '사의찬미'가 윤심덕 역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리는 점이다. 인물의 감정선이 매끄럽지 않고 이를 소화하는 배우의 연기도 다소 어색함이 느껴진 여파다.



실존인물인 윤심덕은 조선 최초의 성악가이자 소프라노로 각광 받은 재원이다. 극에서도 드러났듯 관비로 일본 유학에 다녀올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고 김우진과의 로맨스로도 세기의 관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의찬미' 속 윤심덕은 김우진의 천재성을 조명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윤심덕의 감정은 오로지 김우진에게 매료되고 호응할 때만 드러났다. 그러면서도 윤심덕이 김우진에게 빠져든 과정은 지나치게 함축적이었다. 천재적인 작품에 대한 찬사가 주를 이룰 뿐 그가 어떻게 김우진이라는 남성에게 애정을 느끼는지 불명확했다.

덩달아 신혜선의 연기도 어색했다. 극 초반 윤심덕의 성악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립싱크하는 장면부터 입술과 노래가 맞지 않았다. 또한 지나치게 절제된 감정 연기로 인해 김우진에 대한 윤심덕의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김우진의 작품에 대한 내레이션을 제외하면 '사의찬미'는 영상과 맥락으로 인물의 감정선을 드러내는 경향이 짙었다. 이에 매 장면 배우들의 정밀한 연기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윤심덕의 심경이 정확하게 드러난 순간은 첫 방송 말미 갖은 고초를 겪고 풀려난 김우진을 보고 눈물 흘리는 장면이 전부였다.

물론 일제 강점기라는 극 중 시대가 일제의 탄압 속에 직설적이기 보다는 은유적인 표현이 통용되는 때이긴 했다. 그러나 윤심덕과 김우진은 암울한 시대에도 오직 둘만의 사랑을 추구하며 비극을 뚫고 세기의 낭만으로 거듭났던 터다. 이에 지나치게 은유적이고 파편적으로 전개되는 캐릭터의 감정선과 더불어 절제된 신혜선의 연기가 유독 아쉬움을 자아냈다.

'황금빛 내 인생' 이후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등 전작들에서 호평받은 신혜선이기에 더욱 안타까운 상황. 단막극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3부작으로 기획된 '사의찬미'인 만큼 이후의 전개에서 초반의 부족함을 만회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