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대법원 판결까지 끝난 성추행 사건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배우 조덕제와 반민정, 여기에 뒤늦게 등장한 장훈 감독까지 참전한 장외 논쟁이 벌어진 가운데 사건의 쟁점을 다시금 짚어봤다.

지난 9월, 조덕제는 영화 '사랑은 없다'(감독 장훈) 촬영 중 반민정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최종 선고받았다.

재판부의 최종 선고 후에도 조덕제가 유튜브 계정에서 개인 방송을 통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던 가운데, 27일 방송된 MBC 파일럿 시사 교양프로그램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이하 '페이크')에 반민정이 등장했다. 해당 방송은 '가짜 뉴스'를 소재로 했으며, 반민정은 조덕제가 지인과 함께 조작한 가짜 뉴스의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실제 성폭행 논란이 벌어진 촬영 장면 영상을 일부 공개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조덕제는 즉각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방송 내용에 대한 반박에 나섰다. 여기에 갑작스레 장훈 감독까지 SNS에 입장을 남기면서 또 다른 폭로가 예고됐다.

반민정 "가짜 뉴스" vs 조덕제 "'페이크' 편향 보도"

조덕제와 반민정의 공방은 조덕제가 성추행을 이유로 영화에서 중도 하차한 후에도 계속됐다. 특히 이 사건에는 이재포 기자의 가짜 뉴스 사건이 얽혀있었다. 한 온라인 신문사가 반민정이 한 식당에 자신이 식중독이라고 주장하며 금전 요구를 했다는 보도를 수 차례 이어가며 반민정의 이미지를 깎아내린 것이다. 조덕제는 이 보도자료를 반민정의 평소 행실에 대한 참고 자료로 법원에 제출했다. 이 보도를 주도한 인물은 조덕제와 친분이 있는 코미디언 출신 기자 이재포였고, 이재포는 이 일로 지난달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았다.

반민정은 '페이크'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식중독 증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며 식당 주인이 치료를 권했다. 보험사를 통해 정식 처리했고 보상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재포가 소속된 신문사 대표는 "알지도 못하는 반민정 기사에 5명의 기자들이 매달렸다. 이재포 지시였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조덕제는 이 모든 이야기가 반민정에게 유리한 편향적 보도라고 주장했다. "반민정이 가짜 뉴스라고 하는데 이재포 기사 중 어떤 내용이 가짜란 말인가"라며 분노했고, "이재포가 기사를 보도하기 바로 전날 취재를 위해 식당을 찾아온 기자들과 인터뷰를 할지 말지 제 동의를 구하기 위해 전화를 한 식당 사장에게 절대 인터뷰에 응하지 말아 달라는 내 녹취록은 왜 방송에 내보내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조덕제 "반민정, 전체 영상 공개 동의해라", 문제 영상의 진실은?


'페이크' 제작진은 반민정의 동의를 구하고 성추행 사건 당시를 찍은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반민정은 "영화에서는 상반신만 촬영됐지만 조덕제가 장훈 감독의 지시와 다르게 자신의 속옷을 찢고 바지 속에 손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조덕제가 앞서 억울함을 주장하며 공개했던 영상은 성추행 전후의 상황을 담은 영상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조덕제는 "'반민정 구하기' 아니냐. 해당 장면 영상 전부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반민정 씨가 동의해 줄 것을 정식으로 요청한다. 진실이 이렇게 힘센 세력에 의해 왜곡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조덕제는 "반민정은 강제추행 치상 범죄를 주장하기 위해 내가 자신을 폭행했다고 주장한다"며 "해당 영상이 과연 반민정이 주장하는 폭행이 맞나? 아니면 정상적인 연기인가? 연기가 맞다면 범죄가 성립될 수 없고 반민정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반민정이 유관 센터에 최초 신고 당시 "상대 배우가 연기 중 바지를 내리려 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진실을 밝혀 달라고 토로했다.

침묵 깬 장훈 감독의 등장, 이제서야?

'페이크' 방송과 조덕제 SNS 글이 화제가 된 직후, 28일 새벽 제3자이자 문제의 영화를 직접 연출한 장훈 감독이 입을 열었다. 개인 SNS를 통해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장훈 감독은 그간 조덕제에게 과도한 연기 지시를 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장훈 감독은 "지질한 감독, 비겁한 감독으로 3년 여의 시간을 송장으로 살았다.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말을 아꼈다"며 "그러는 사이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추악한 소설을 써나가고 본인을 그 소설의 악의 축,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렸다"고 밝혔다. "대국민 사기극을 감행하고 있다. 나가도 너무 멀리 나갔다. 대응하지 말고 큰마음으로 인내하라는 주변의 진언에 버틸 수 있을 만큼 말을 아꼈다. 오늘부턴 그럴 이유가 없어졌다. 차마 하고 싶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하나씩 끄집어낼까 한다"며 또 한 번의 폭로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이미 법정에서 최종 판결을 받았다. 조덕제와 반민정이 SNS, 언론, 방송을 통해 벌이고 있는 논쟁 역시 이미 대법원까지 세 번의 재판을 거치며 수 차례 법정에서 공방을 벌여온 주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장훈 감독도 참고인 자격으로 법정에서 진술을 마친 상태다. 이들의 소모적인 논쟁과 새로운 폭로가 사건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이 사건은 '엔드 게임'이 아니었던가.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DB, 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