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PMC: 더 벙커’의 감상평이 대중, 평론가 너나 할 것 없이 극과 극으로 엇갈린 추세다. 영화적 체험에 관한 스크린 영역을 넓혔다는 세련된 호평이 나온 반면, 신선하다 못해 이상한 액션 기법이 반감을 일으킨다는 혹평도 등장했다.

‘PMC: 더 벙커’(감독 김병우·배급 CJ엔터테인먼트)(이하 ‘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된 가운데, 작전의 열쇠를 쥔 의사 윤지의(이선균)와 함께 펼치는 리얼한 생존 액션을 그렸다.

‘더 벙커’는 특정 시공간 내에서 두 남자가 펼치는 사실적인 서바이벌을 이제껏 스크린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독특한 형식으로 그려냈다. 마치 게임 공간, 전투 공간 안에 있는 듯한 느낌이 이 영화만의 인장(signature)으로 느껴진다.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장치들이 십분 활용됐다. 쪼개진 듯 다채로운 카메라 워킹은 김병우 감독이 영화를 대하는 방식과 스타일을 엿보게 한다.

무엇보다 발군으로 느껴지는 것은 사운드 그 자체다. 영화 속 파워풀한 사운드는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후반작업 덕이다. 돌비 애트모스는 머리 위 공간을 포함하여 3차원 입체 음향을 통해 장면 속 움직임을 더욱 사실적으로 구현해내는 최신 음향 기술을 뜻한다. 생생한 사운드 덕에 다수 마니아를 보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 사운드는 영화의 스토리라인, 각 플롯과도 효과적으로 결부됐으며, 영화 설정 상 두 주인공이 갇힌 시공간을 돌파하는 듯한 쾌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이야기 소재는 어쩌면 한국 영화에선 흔하게 느껴지는 남북 사안인데, 영화는 이색 형식을 차용한 덕분에 이 같은 스토리가 충무로에서 관습적으로 보여준 메시지를 가볍게 넘어섰다는 인상을 준다.

김병우 감독은 전작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전 국민에게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공증 받았다. 전작에서도 현장의 긴박한 실황을 스크린 너머로 전달하는 기술은 많은 관객들에게 테러 현장에 있는 듯한 공감각을 불러일으켰다.

하정우는 그런 김병우와 또 한 번 ‘더 벙커’로 손을 맞잡았다. 특히 그는 배우일뿐만 아니라 충무로의 스마트한 영화 관계자로서, 김병우 감독에게 ‘더 벙커’의 제한된 시공간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후문이다. 사실상 하정우의 오랜 영화 현장 경력, 지식, 자신감이 이 작품 안에 고스란히 녹아난 셈이다.

이 같은 제작진, 배우들의 선험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감상평은 다소 기이하게 갈리고 있다. 대중들 사이에서는 하정우, 이선균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액션이 워낙 생경한 기법이라 졸음을 유발한다는 극단적 혹평이 나왔다. 또한 오락적 요소를 차치하고 스토리라인이 다소 불친절해 전반적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평도 있다.

현재 대형 포털사이트의 감상평도 1점대, 10점대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영화를 혹평하는 이들은 “작위적이다” “피할 수 있을 때 피해라” “카메라가 워낙 흔들려 멀미가 나더라”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시각은 같을 수 없다. 관객이나 평론가마다 예술을 보는 관점이 다를뿐더러, 콘텐츠 시대가 도래한 시점에 스토리보다 형식 자체를 변주하려는 감독들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더 벙커’가 이 과도기 속에서 실험을 했다는 점이다. 요컨대 ‘더 벙커’는 영화를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관한 형식, 이야기 자체에 힘을 싣는 서사 간 줄다리기에 관한 또 하나의 선례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