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영화 ‘스물’로 말맛의 정점을 보여준 이병헌 감독이 영화 ‘극한직업’으로 돌아왔다. 코미디 장르에 강한 면모를 보여준 이병헌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도 높은 웃음 타율을 보여준다. ‘극한직업’은 신나게 깔깔거리면서 웃을 수 있는 그런 영화다. 그러나 조금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한국의 사회상을 풍자하는 이병헌 감독의 의도가 숨어 있다.

‘극한직업’(감독 이병헌 배급 CJ 엔터테인먼트)은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 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수사극이다.

영화 초반은 마약반 5인방이 왜 치킨 가게를 위장 창업을 해야만 하는 지를 보여준다. 마약 거래 중간책 하나를 잡기 위해서 건물 유리를 부수고 16중 추돌 사고를 일으킨 마약반 5인방은 거물급 악당 이무배(신하균)의 제보를 받고 잠복 수사를 펼친다.

잠복 수사를 펼친 곳이 하필이면 치킨 집이다. 그러나 치킨 집의 손님이라고는 오로지 마약반 5인방 뿐이다. 맞은편 건물을 지켜보기 위해서는 치킨 집이 필요한 상황에 치킨집 사장이 가게를 판다는 소리에 결국 치킨 집을 인수한다.

영화는 전형적인 형사물을 따른다. 잠복 수사를 하고 악당을 잡으려고 고군분투하는 형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끝에 악당을 소탕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치킨이라는 소재가 등장하면서 단순한 형사물이 코미디로 전환이 된다.

익숙하지만 살짝 비틀려 있는 설정들은 ‘극한직업’의 웃음 포인트다. 상황이 만들어내는 코믹함, 인물들이 던지는 대사가 주는 말맛은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게 만들 만큼 시종일관 유쾌하다. 심지어 고반장이 아내와 눈물을 흘리는 장면마저도 관객은 고반장이 처한 상황 때문에 웃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병헌 감독이 또 하나의 강력한 코미디 영화를 내놓았다는데 이견이 없다.

더구나 마약반 5인방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배우들의 케미가 관객의 웃음을 제대로 책임진다. ‘7번방의 선물’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코믹 연기를 보여준 류승룡부터 노메이크업과 거친 입답을 보여준 이하늬, 코미디 연기 변신을 시도한 진선규, 매번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준 이동휘, 엉뚱한 막내의 모습의 공명까지 완벽한 합으로 제 몫을 완벽히 했다.

허나, 그 웃음 안에는 소상공인의 현실, 맛집 방송 프로그램 등을 꼬집는 내용이 담겨 있어 마냥 웃을 수는 없다. 치킨집을 넘기는 사장님은 파리 날리는 가게 때문에 당장이라도 가게를 팔아 치우려고 한다. 더구나 고반장은 팀원들에게 가게를 인수한 뒤 “어차피 퇴직 이후 치킨 집을 차리려고 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모습은 퇴직 후 너도 나도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차리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떠오르게 한다. 호기롭게 퇴직금으로 자영업을 시작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망하기 일수인 가게들. 그럼에도 퇴직을 앞둔 많은 이들이 자영업을 생각하고 있다는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또 다른 사회적인 단면을 볼 수 있는 장면은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이 된 뒤다. 방송국 사람들은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방송에 내보내 줄 것이라고 함께 방송을 하자고 한다. 경찰 신분인 이들에게는 오히려 반갑지 않은 손님을 뿐이다.

결국 마약반 5인방은 이들을 쫓아낸다. 이에 앙심을 품은 방송국 PD는 맛집으로 소개해주겠다는 음식점을 문제가 가득한 음식점으로 둔갑을 시켜 버린다. 맛집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검증성에 대한 논란, 고발 프로그램으로 인해 되려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 등 방송국의 시스템에 대한 이병헌 감독의 날카로운 풍자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가볍게 웃고 즐길 수 있는 ‘극한직업’이지만 그 안에 이병헌 감독의 한국 사회를 향한 날카로운 풍자가 숨어 있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극한직업’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