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방송의 힘은 강력하다. 한 줌의 전파로 한적한 골목을 붐비게 만들 수 있으며,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을 뿐 자신만의 사고방식을 추구하는 사람을 상식선을 벗어난 괴이한 인물로 인식시킬 수 있다. 사실상 한 번 흐름을 타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게 또 방송인지라, 현재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바라보는 일각의 비난 어린 시선은 예정된 것이었는지 모른다.

여러 구설수에 휘말리며 다사다난했던 청파동 편을 마무리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마음도 편친 않았을 터다. 출연 식당 중 몇 곳의 사장님들이 보인 태도와 어느 편보다 심했던 백종원과의 부딪힘, 탐탁지 않은 요리 실력 등,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모를 곳들과 격렬한 실랑이를 벌이며 프로그램을 완성해갔으나 정작 돌아온 건 금수저출신 논란과 흥미 위주의 섭외가 아니었냐는 의심, 초심을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비난 등 신뢰도 하락이라는 험악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으니까.

그렇다고 의미가 없진 않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손님이 없어 문 닫을 뻔한 냉면집을 재기시켰고, 실력도 있고 준비도 잘 되어 있으나 아직은 서투른 수제버거집에 전문가의 노하우를 얹어 능숙함을 쌓을 시간을 단축하도록 도왔다. 이같은 백종원의 손길과 매체의 영향력을 힘입어, 냉면집과 수제버거집은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로 유명해져 청파동 골목을 맛깔나게 하는 명소로 자리 잡는 행운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감회가 색다른 건 당연지사(둘 다 감격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수십 년간 냉면을 만들어왔고 매일 자신이 만든 냉면을 한 그릇씩 먹을 정도로 냉면을 향한 사랑과 자부심이 가득했으나 매달 늘어가는 적자로 증명할 길마저 막힐 위기에 처해 있던 냉면집 사장에게, 백종원의 극찬은 지금껏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다는 인생의 화답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냉면을 만들어도 된다는 하나의 응답이었기도 하고.

수제버거집 사장도 동일하다. 버거를 먹을 대상이 여대생이란 점을 고려, 학생들이 먹을 수 있는 가격대를 먼저 정하고 여자들이 선호할만한 깔끔한 맛에 집중한 패티를 만들어 낼만큼, 정말 많은 준비를 하고 요식업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없을 리 없는 좌충우돌 속에서 만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어디서 구할 수 없는 거대한 조력자였을 거고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는 기분이었으리라.

사실 우리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서 좀 더 집중해서 보아야 할 부분은 이 두 사람의 눈물이다. 눈물 어린 노력이 우연인 듯 아닌 듯 운명처럼 찾아온 유명인과 방송 매체의 영향력을 힘입어 어떻게 열매를 맺고, 어떻게 죽어가는 골목식당을 살리는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백종원의 귀한 솔루션을 받기엔 기본도 안 되어 있다는, 보니까 재력도 좀 있어 보이던데 왜 도와주냐는 등의 비판 또한 조언자로 선정된 백종원만이 할 수 있으며, 그 외의 것은 그저 이슈에 반응하는 비난 정도라 보는 게 옳겠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비난을 더욱 짙어지게끔 만드는 방송의 편집이다. 편집이 부여한 틀에 따라 발산된 방송의 힘은 정작 부각해야 할 것은 가리면서 부각하지 않아도 될 것만 골라 드러낸다. 물론 예능프로그램인 이상 재미를 추구하는 게 당연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들이 취지로 삼은, 골목식당을 중심으로 골목식당을 살리겠다는 방향성을 흩뜨리지 않는 선상에서다. 요근래의 방송, 특히 청파동 편은 시청자들이 출연자의 자극적인 논란에만 주목하게 만들어 골목식당을 살리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도통 헛갈리는 상황을 유발했다.

바로 이 맥락에서 신뢰도의 하락이라는 험악한 결과가 비롯된 게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골목식당들을 대하는 백종원의 진심과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의 남같지 않은 절박한 심경이 마음을 울렸기 때문이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존재 의미와 시청률은 여기에 있음을 기억하여, 누군가의 눈물 어린 노력이 빛바래질 일 없게, 올바른 방향성 아래 방송의 힘이 발휘되도록 유의해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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