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덕후’, 과거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어떤 보수를 바라는 게 아닌, 그저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몰입력을 발휘해 전문가 이상의 결과물을 내는 사람을 일컫는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내뿜는 힘이 이토록 강하다는 걸, 손에 닿지 않는 별과 같은 존재를 한 번쯤 열렬히 사모해 본 이들이라면 알 터다.

JYP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인재를 ‘Mnet 슈퍼인턴’(이하 ‘슈퍼인턴’)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뽑겠다는 박진영의 의도는,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도드라지는 스펙이 없더라도 열정과 성실함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다는 위로를 건네기 위함이라 했다. 실제로 그는 어떤 스펙도 보지 않고 자신이 던지는 질문에 응하는 열정과 성실함, 반짝이는 아이디어만을 보는 새로운 형태의 면접으로 자신의 인턴을 뽑았다.

흥미로운 것은, 면접자 중 다수가 아이돌을 좋아했었다거나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점, 그 좋아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힘으로 현 연예계와 엔터테인먼트 사업, 그리고 JYP 등에 대해 나름의 고민을 해서 면접을 보러왔다는 점이다. 물론 정도엔 차이가 있어 합격과 불합격이 갈렸지만,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덕후력’을 보유한 사람들이 대거 모였다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바는, 박진영이 JYP의 미래를 맡길 만한 새로운 인재상으로 ‘덕후’를 선택했다는 것. 생각해보면 상당히 옳은 방향성이다. 덕후란 어떤 사람들인가. 이들은 되돌아올 대가를 고려해서 해당 세계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게 아니다. 어떤 계기로 인해 발생된 지대한 애정이 해당 세계에 관한 무한한 열정을 만들어냈고 이것이 인간이라면 보유하기 마련인 내부의 창조력을 끌어내어 본인에게도 타인에게도 흡족한 것을 낳았을 뿐이다.

종사할 세계에 대한 기대나 설렘보다 연봉을 보고 직업을 선택하는 이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후자는 조건에 의한 의무감이나 책임감이 열심의 발로라면 전자는 애정을 전제로 하는 열정이다. 힘든 과정이 찾아왔을 후자는 보수가 견뎌도 될 만큼 마땅한지를 먼저 따져보나 전자는 좋아하는 마음의 크기를 재본 후 여전히 충분히 크고 건재하다면 견디는 것을 넘어 온 힘을 다해 뛰어넘는다.

대중에게 애정과 열정을 끌어내야 하는 일이 주 업무인 엔터테인먼트 계열에 이만큼 알맞은 인재가 또 있을까. 이를 알아보고, 본격적인 수익 활동 안으로 끌고 들어오기 위해 기존의 입사 조건을 아예 없애버린 박진영의 시도가, 그래서 놀랍고 지혜롭다. 사실 덕후력을 가진 진정한 덕후들은 보통의 스펙을 보고 뽑는다면 절대 알아볼 수도, 알 수도 없으니까. 현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함이라 했다만, 이 목적 덕분에 박진영과 JYP 또한 상당한 이득을 얻을 게 분명하다.

게다가 ‘슈퍼인턴’이란 프로그램으로 홍보효과도 단단히 확보해 놓았으니 공과 사의 이익을 골고루 추구한, 이래저래 영민하고 영특한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이거야말로 제대로 된 윈윈 기획이 아닐지. 끝까지 올바른 방향성을 고수해 취업난을 타개할 만한 영감(靈感)으로 입증되기를, 즐거이 몰입하여 자발적으로 일을 하고 그에 적합한 보수를 받는 게 당연시되는 사회로 일구어나가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Mnet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