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아는 여자’ 이나영이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연출 이정효 극본 정현정)의 ‘아는 누나’로 돌아왔다. 여전히 깨끗한 아름다움을 동반한 채, 이혼 경력 있는, 경단녀(경력단절녀)가 되어 돌아온 그녀는, 여전한 ‘이나영’이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이나영의 색과 어울리지 않는 이야기설정이겠다만.

그녀만큼 투박한 비극이 아름답게 잘 어울리는 배우가 또 있을까. 바람 난 남편에게 버림받고 유학 간 딸을 먹여 살려야 하는, 이 상투적이기 그지없는 배경을 가진 여자의 얼굴이 이나영만의 색으로 그려지고 있는 중이다. 알 것 다 알고 힘들 것 다 힘들어 보아서 이젠 부끄러울 것도 거칠 것도 없는 여자 ‘강단이’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비단 이나영의 외모 때문만이 아니다.

퀭한 얼굴과 부스스한 머리, 신경 쓸 여력 없음을 드러내는 패션 등, 인생의 고단함이 잔뜩 묻은 강단이의 모습은 이나영이고 뭐고, 보는 이들에게 먼저 피곤함의 극치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니까. 이젠 통각이 상실된 듯한 무표정한 얼굴이나 무심한 말투도 말라비틀어진 그녀의 내면을 인식하게 하여, 과연 로맨스가 가능이나 할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나영 특유의 연기력이 만들어내는 마력으로, 덕분에 흔하디 흔할 수 있는 로맨스가 흔하지 않게 되니 ‘로맨스는 별책부록’으로서는 참 다행인 일이다. 이야기만 보았을 때는 기존의 로맨스 장르의 드라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불우한 삶의 연상녀와 구원자처럼 나타난 두 연하남의 구도), 오히려 퇴보한 느낌이 짙어 큰 흥미가 돋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규격화된 것을 깨뜨리는 이나영만의 매력이 극 전체를 지배하면서 기존의 로맨스와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품게 되었다 할까. 그녀의 존재감이 드라마의 무게를 잡아준 까닭에 기존의 익숙한 로맨스 장르의 남자주인공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차은호가 자신만의 색을 취했고 여기에 로맨스에 일가견 있는 이종석의 연기가 입혀지면서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평타 이상의 성과를 낼 가능성을 얻었다.

이제 중요한 과제는 이나영과 이종석이 보일 로맨스 연기의 색을 어떻게 어우러지게 하느냐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나영에 비해 규격화된 연기력을 지닌 이종석의 연구가 좀 더 필요하며, 이야기의 흐름 자체도 강단이의 남다른 분위기를 좀 더 살릴 만한 에피소드들의 배치가 요구된다. 이나영의 등장으로 대중의 기대치 또한 달라졌으니 기존의 로맨스물을 답습하는 방향은 영 어렵게 되었으니까.

어쩌면 특유의 존재감이 강한 배우는 보통의 로맨스물에선 양날의 검일지 모르겠다. 눈에 도드라지는 만큼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겠지만, 다른 요소들이 그의 분위기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이도 저도 안 될 위험성이 크다. 즉, 이나영이라는 배우를 끌고 나왔다면, 그에 걸맞은, 기존의 틀을 벗어난 배역과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은 도입부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왈가왈부할 계제는 아니다. 여전한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이나영이 반가운 나머지, 문득 드는 작은 염려 혹은 작은 바람이라 해두겠다. 이미 여러 좋은 요소들을 갖춘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니, 우리의 마음과 기억에 남는 또 하나의 특별한 로맨스물이 되길 기대해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