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2018년 한국 영화산업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현실을 보여줬다. 특히 극장 중심의 기존 영화시장 질서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 여실히 드러냈다. 상업영화 수익률이 하락했음에도 극장매출은 상승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18일 ‘2018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총 극장 관객수는 2억 1639만명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관객수가 감소하긴 했지만 6년간 극장 관객수에 비교할 때 거의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문제는 상업 영화 시장의 수익률 하락이다. 상업영화 40편의 평균 추정 수익률은 -17.3%로 집계됐다. 이는 2017년 평균 수익률 18%에 비해 대폭 하락한 수치다. 2012년 수익성이 흑자로 돌아선 이후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평균 수익률 -43.5%를 기록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18년 상업영화 수익률 하락 원인은 고예산 영화의 흥행부진 때문이다. 2018년 순제작비 100억원 이상~150억원 미만 영화 5편 중 단 한편도 손익 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5편의 영화의 평균 수익률은 -62.7%다. 반면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영화들은 12편 중 5편이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평균 수익률 1.6%를 기록했다. 또한 50억원 이상 80억원 미만 영화 12편 중 6편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이를 통해 고예산 영화들이 관습적인 흥행 코드를 나열한 서사와 성수기를 노린 패턴화 된 배급 전략에 기대어 제로섬 게임으로 치닫는 동안 중급 영화들이 장르적 다양성을 담보로 존재감을 공고히 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성수기인 설, 여름방학, 추석, 연말 시즌 흥행 추이를 보면 한국 고예산 영화들의 참패가 여실히 드러난다. 외국영화로서는 난공불락인 설 연휴 극장가를 ‘블랙 팬서’가 장악을 했다. 반면 설 연휴 전통 강자 코미디 장르를 비롯한 대작 영화들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했다. 그 결과 2010년 이후 2월 한국영화 관객수로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중 최대 성수기인 8월에는 국내 메이저 투자배급 4개사가 일주일 간격으로 개봉하는 방식으로 여름 성수기 관객을 나눠가지는 배급 전략이 고착화 되었음을 보여줬다. 또한 9월 추석 연휴기간에는 한정된 추석 시즌 고예산 한국 영화 4편이 관객을 나눠가져야 하는 탓에 ‘안시성’만 겨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연말인 12월에는 대작 영화의 잇단 부진으로 겨울 극장가의 주도권을 외국영화로 넘어가는 결과를 맞았다. 2012년 이후 6년 연속 우위를 12월 관객 점유율에서 우위를 점한 한국영화는 점유율 46.1%까지 떨어졌다. 무엇보다 세 편의 대작 영화가 동시기 개봉한 탓에 과열 경쟁으로 인한 패착이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8년 한국 영화 관객 점유율은 50.9%로 8년 연속 50%를 넘었다. 그러나 전년 대비 0.9% 감소했다. 반면 외국영화 중 미국 영화는 전년 대비 4.7%p 증가한 45%의 관객 점유율을 보였다. 배급사별 관객수 추이를 보면 마블 영화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관객점유율 4위를 기록한 디즈니는 2018년 관객점유율 2위를 기록했다. 디즈니는 마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앤트맨과 와스프’ ‘블랙 팬서’ 등 마블 영화 3편과 애니메이션 ‘코코’ 흥행에 성공했다.

관객수 하락, 상업영화 수익률 마이너스인 상황 속에서도 극장가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1조8140억원의 극장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수치상으로는 역대 최고치다. 관객수 하락에도 매출액이 증가한 것은 2018년 4월 멀티플렉스 체인 중심으로 이뤄진 관람료 인상 영향 때문이다. 특히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개봉과 때를 같이해 대형 멀티플렉스 3사가 관람요금을 차례로 인상하면서 역대 최고 평균 관람요금을 기록했다.

2017년 전체영화 평균 관람료는 7989원이었다. 그러나 2018년 전체영화 평균 관람료는 394원 늘어난 8383원으로 집계됐다. 일반 상영관보다 관람 요금이 비싼 특수상영의 매출액 증가도 평균 관람요금을 상승으로 지목된다. 2018년 전체 특수상영 매출액은 2017년 516억 원 대비 60.1% 증가한 826억원을 기록했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보헤미안 랩소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신과함께-인과 연’이 특수상영 매출을 올리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일명 특정 영화의 관 몰아주기 현상도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일별 상영점유율을 평균해 보면 점유율 1위 영화는 일별 전체 상영횟수의 평균 33%를 차지했다. 당일 흥행 순위 1, 2, 3위 영화는 전체 상영횟수의 67.5%를 차지했다.

100분이라는 영상 시간이 주어졌을 때 1, 2, 3위 영화는 각자 22분 가량 영상 시간을 부여 받았다면 4위 이하 나머지 영화는 각각 4분도 안 되는 영상 시간을 부여 받은 것과 다름 없다.

특히 상영점유율과 흥행 순위 사이의 일정한 상관 관계가 보인다. ‘어벤져스:인피니티 워’의 경우 최고 상영점유율이 77.4%, 40% 이상 일수가 21일에 달했다. 물론 상영점유율이 높다고 해서 흥행 순위가 높은 것은 아니다. 흥행가능성을 기대해 상영횟수를 높이 배정 받았지만 실제 좌석 판매율이 부진한 경우도 있었다.

극장 매출 상승은 2018년 극장수 및 스크린수 증가로 이어졌다. 2018년 전국 극장 수는 483개로 전년 대비 31개(6.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크린 수는 2937개로 전년 대비 171개(6.2%) 증가했다. 이중 멀티플렉스 극장은 79.5%에 달한다. 스크린 기준으로 보면 전국 스크린의 93.8%가 멜티플렉스다. 이러한 물량을 바탕으로 멀티플렉스의 관객 점유율은 97.6%, 매출 점유율 역시 98.3%에 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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