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이 은근슬쩍 끼어드는 괴리감은 무엇일까. 비극적 과거를 청승맞게 나누며 서로를 공감하고 이해하는 부분에서 감동이 올라와야 하는데 도리어 보통의 우리와는 낯선 그녀들임을 느꼈다. 삶의 애환이라 끌고 오기에 깊이가 너무 부족했던 탓일까. 오히려 클럽에서 서로의 의외의 모습을 보며 조금은 더 가까워졌다,에서 끝났으면 좋았을 터다.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든, 낭만성 짙은 출판사와 회사 사람들, 그들간의 관계 및 연애감정들을 보여준다. 물론 애초부터 로맨스 장르의 드라마니까, 어느 정도의 환상성이 가미된 허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시청한 거니까, 현실성이 없다고 불만을 갖는다거나 불편함을 호소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강단이(이나영)를 비롯하여 차은호(이종석)를 사이에 둔 관계가 될 송해린(정유진), 회사 조직에 대한 이해가 투철한 능력 있는 이사 고유선(김유미), 신입사원 박훈(강기둥)과 오지율(박규영) 등, 각각의 특징이 살아 있는 입체적 인물들이 수두룩해, 조금 낭만적 빛깔을 띠더라도 그런대로 볼 맛이 좋은 드라마라 여기던 중이었다.

이혼한 서팀장(김선영)이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강단이를 끌고 간 클럽에서 우연찮게 고이사를 만난다는 것, 매사 정확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어 인생에서 일탈이나 실패란 없을 것 같은 고이사가 알고 보니 유명 클럽에서 알아주는 vip였다는 설정은 흥미로웠다. 함께 춤을 추고 술을 마시며 회사 안이 아닌, 회사 밖에서 서로를 그저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는 모양새 또한 좋았다.

그렇게 고이사의 집에서 2차까지 갖게 된 세 여자, 분위기가 한껏 무르익은 후 서팀장은 자신에게 이혼의 이유를 묻는 강단이와 고이사에게,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편이 아니었던 남편에 대한 야속함을 토로하며 그간의 인생이 허무하다며 울음을 터뜨린다. 여기에 남편이 바람을 펴 이혼한 단이의 과거와 결혼 직전 도망쳐 버렸다는 고이사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이들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던 서로에게서 유사한 생김새의 상처를 발견하고선 공감과 이해의 통곡을 나눈다.

문제는 이들만의 눈물잔치였다는 것, 왠지 모르게 시청자들은 선뜻 끼어들 수도 공감할 수도 없어 끌어안고 우는 그들의 주위를 하릴없이 맴돌기만 했다는 것에 있다. 원인은 간단하다. 강단이 외에 서팀장과 고이사가 가진 과거사가, 대화상에서 등장한 몇 장면으로만 등장한 삶의 아픔이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키기에 너무 허술했다. 그 장면에 몰입하는 배우의 연기력은 훌륭했으나, 속 내용이 별로 없다 보니 훌륭한 나머지 끌어내지 않아도 될 괴리감만 더욱 끌어냈다 할까.

그러다 보니 도입부에서 보여주었던 강단이의 사연, 비극적이어서 그녀에게 닥친 비현실적 낭만이 도리어 이해가 되었던 그 사연마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무슨 의미냐면, 애환에 담긴 개연성과 깊이에 의심이 가다 보니, 강단이의 존재보다 탄탄한 삶을 지닌 두 연하남의 존재가 부각되어, 자신의 힘으로 살아보겠다 외친 강단이의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지경에 이르렀단 거다.

뿐만 아니다. 고이사와 서팀장이 시청자들에게 한 땀 한 땀 쌓아오던 개개인의 매력적인 특색 또한, 급작스럽게 쌓아진 분위기에서의 애꿎은 감동 끌어내기로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각자의 이야기와 전체의 이야기가 좀 더 무르익은 가운데, 자연스럽게 형성된 장면이었다면 정말 좋았을 전개인데 아쉽기 그지없다. 그럼에도 제 몫을 아주 충실히 해낸 배우들에게 그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낼 따름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