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청춘 남녀가 마치 통과의례처럼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한 번쯤 고민하는 것이 있다. 바로 결혼이다. 결혼을 해야 행복해지는 건지에 대한 고민. 그러나 주변에서 결혼을 강요할수록 이에 대한 반발만 생길 뿐이다. ‘어쩌다, 결혼’은 반발을 너머 사기 결혼 촌극을 벌이는 두 남녀가 등장한다.

영화 ‘어쩌다, 결혼’(감독 박호찬 배급 CGV아트하우스)은 자유를 얻기 위해 결혼을 계획하는 성석(김동욱)과 내 인생을 찾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해주(고성희)가 서로의 목적 달성을 위해 딱 3년만 결혼하는 척, 같이 사는 척 하기로 계약하며 생긴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흔히 계약 결혼을 다룬 작품은 결국 계약 결혼으로 맺어진 두 사람이 서로 사랑에 빠지는 구조를 이룬다. 그러나 ‘어쩌다, 결혼’은 남녀 주인공 상석과 해주의 관계를 비즈니스 파트너 이상으로 진전시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다, 결혼’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외피를 입고 있음에도 로맨틱 코미디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모습이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와 달리 신선하게 다가오는 지점이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결혼에 대한 주인공들의 냉정한 시선은 요즘 젊은 이들의 결혼관과도 닮아 있다. 가족의 성화에 못 이겨 맞선 자리에 나온 성석과 해주의 모습만 보더라도 이를 느낄 수 있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맞선 자리에 나온 두 사람은 딱 30분만 서로 자리를 지키고 헤어져 버린다. 우연히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술 자리에서 ‘결혼을 해야만 행복하다’고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

두 사람은 술자리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사기 결혼을 진행시킨다. 그러나 치밀하지 못한 두 사람의 사기 결혼은 예기치 못한 방해꾼들의 등장으로 한바탕 난장판이 벌어진다. 방해꾼들로 인해 차곡차곡 쌓여가는 문제들이 결국 웨딩 파티 현장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온다.

박호찬 감독과 박수진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부터 대사를 주고 받으며 시나리오를 써 내려갔다. 촬영 당시에도 각자 박호찬 감독은 김동욱을, 박수진 감독은 고성희를 전담했다. 이러한 작업으로 인해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모습을 보여준다.

김동욱은 자칫 밉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상석이라는 인물을 나름의 상처가 있는 순정남으로 그려냈다. 고성희는 흔히 로맨틱 코미디에서 여자 주인공이 남자 캐릭터에 의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달리 독립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다.

영화가 주는 의외의 재미는 느닷없이 등장하는 배우들이다. 적은 분량임에도 깜짝 등장하는 배우들이 관객을 웃음 짓게 한다. 염정아, 김선영, 조우진, 이준혁을 비롯해 정우성과 이정재까지도 영화 속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김선영과 조우진은 등장만으로도 관객들을 폭소케 한다. 조우진의 만취 연기와 김선영의 팜므파탈 연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또한 김의성 역시도 무심히 던지는 대사 하나만으로도 관객이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지극히 현실적인 요즘 젊은이들의 결혼관을 보여준다는 점,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흐름을 쫓지 않는다는 점도 신선하다. 하지만 짧은 러닝타임으로 인해 두 주인공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해주는 불의의 사고로 꿈을 포기하고 체대 조교수 정규직 전환에 실패한 인물이다. 꿈이 좌절됐음에도 나름 열심히 살아가는 해주가 단지 가족들의 결혼 압박에 상석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점이 쉽게 설득되지 않는다.

또한 상석의 경우에도 상석이 진정으로 사랑을 하는 상대인 혜진(이채은)과의 관계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혜진을 향한 상석의 마음이 관객들에게 충분히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영화는 27일 개봉한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영화 ‘어쩌다, 결혼’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