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우리에겐 수많은 창이 존재한다. 우린 그 창을 통해 타인의 삶을 보며, 우리의 삶과 다른 부분들에 집중한다.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오는 흥미로움 혹은 호기심 때문이 아닌, 타인은 나와 비교하여 얼마나 더 나은 혹은 더 못난 삶을 사는지 비교해 보기 위함이랄까. 하지만 정작 창의 사이사이가 얼마나 많은 진실들을 생략하고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대한민국 셀러브리티 부부들이 식탁에서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라이프를 찾는 콘셉트의 예능 프로그램”, 현재 김영아의 발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TV조선 ’아내의 맛‘이 지닌 기획의도다. ’셀러브리티‘와 ’소확행‘, 이토록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이라니, 여기서부터 우리는 이들의 관심이 오직 시청률을 높이는 데에만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과거 시트콤 ’논스톱‘에 출연해 얼굴을 알린 바 있고, 현재는 일본에서 거주 중인 모델 겸 배우 김영아는 ’연애의 맛‘에 섭외를 받아 촬영 준비까지 진행하는 중이었으나 어쩐 일인지 출연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제작진이 럭셔리한 인생만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했고, 그리 럭셔리하게 살지 않는 자신으로서는 방송에 내보낼 게 없어 출연을 관두었다는 것.

이쯤에서 문득 드는 궁금증은 ’아내의 맛‘이 원하는 럭셔리한 인생이 과연 무엇일까 하는 바다. 해외에서 거주하고 있으며 악착같이 살지 않아도 여유로운 웃음으로 하루하루 보낼 수 있고, 때때로 자녀나 남편과의 사이에서 소소한 고민이나 갈등이 발생하지마는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혹은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풀어간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 자신만의 취미 생활을 즐겨보기도 하는, 누구나가 부러워할 만한 기품 있는 표정으로 삶의 순간순간을 살아내는 모습을 일컫는 것일까.

그렇지 못한 응어리로 가득한 우리는 외친다. 저만큼의 상황과 환경이 허락된다면 누구나 삶의 걸음걸음을 기꺼운 진지함을 맞닥뜨리지 않겠는가, 결국 럭셔리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만이 삶이란 것을 제대로 누릴 수 있으며 우리는 럭셔리하지 못한 인생을 가진 자들이기에 한 순간의 삶도 제대로 살아내지 못하고 있는 바다, 정말 인간의 삶이라는 것에 눈곱만치의 이해함도 없어서 가능한 생각이며 ’아내의 맛‘과 같은 방송 프로그램들이 애꿎은 비교의식과 박탈감, 열패감들을 끌어오는 바람에 발생한 어리석음이다.

사실 대부분의 우리는 알고 있다. 방송화면의 틀 안에 비치는 삶은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걸. 진실된 속내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 내포되어 있어, 아무리 화질이 좋고 화면도 커다란 브라운관으로 본다 할지라도, 철저히 실제에 가깝게 촬영하고 편집한다 하더라도,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삶들은 실제도 허구도 아닌, 그 중간,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그런데 왜 ’아내의 맛‘과 같은 프로그램을 접할 때면 알고 있는 것도 모르는 게 될까.

우선 부정적인 감정, 비교의식이나 열등감이 가진 힘이 센 탓이고, 태생부터 다른 까닭에 어떤 이는 누리고 어떤 이는 못 누린다는 왜곡된 사고방식이 우아하게 풍요를 누리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아무렇지 않게 전달되는 동시에 주입되고 있는 탓이다. 경각심을 느껴도 모자를 판에 시청률을 내겠다고 의도적인 주문까지 넣다니, 정말 비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아무리 편집된 진실을 전하는 방송이라도 정도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의 맛‘은 좋은 성과를 거둘 게 분명하여 마음 한구석이 어둑하다. 이런 프로그램은 논란이 일수록 시청률이 높아지기 마련이니까. 하나의 진실만 기억하길 당부한다. 럭셔리한 인생이라고 삶을 제대로 누리며 사는 건 아니며, 삶의 순간순간을 솔직하고 진실되이 맞닥뜨릴 수 있는 인생만이 진정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비교의식이 일고 박탈감이 들 때마다 이 하나의 진실을 기억한다면 저들의 물질주의적 손바닥 위에서 놀아날 일은 없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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