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와우”를 있는 힘껏 외치며 인기 아이돌 그룹들을 인터뷰 했던 MC 플레이제이(29·본명 장지웅)는 원래 가수였다.

지난 2013년, ‘뷰티풀굿바이’(Beautiful Goodbye)로 데뷔한 그는 가수로 먼저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 5년가량은 중국이나 대만 예능 프로그램에서 주로 활동하는 MC에 가까웠다.

이런 그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대만 MTV ‘워아이오우샹 플레이제이 오우샹주보’와의 계약이 끝난 후 공백기를 가지며 경험한 깊은 ‘우울감’이 그를 변화하게 했다.

그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 그때는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르겠더라. 앞이 감감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샤워를 하다 초췌해 진 내 모습을 봤는데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라고 떠올렸다.

연예인이 아니란 생각으로 시작한 식당 아르바이트 중 MC 활동을 친분을 쌓은 동갑내기 크레용팝 금미, 함께 방송했던 배우 김원희를 비롯해 다양한 아이돌 그룹들을 만나기도 했다고 했다. 플레이제이는 “금미가 먼저 아는척을 했는데 사실 순간 머리가 마비되는 느낌이었다. ‘삼촌 일 도와준다고 할까?’ ‘뭐라고 말하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금미가 먼저 ‘여기서 일해?’라며 걱정을 해주는데 집에 와서 정말 한참을 울었다”고 털어놨다.

“(그 당시에는) 늘 부정적이었다. 난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때 매니저 형이 날 붙잡고 어딜 가자고 하더라. 녹화장 이었다. 강호동 선배가 진행하는 ‘하나의 목소리 전쟁 : 300’이었는데 패널이나 게스트가 아닌 방청 아르바이트였다. 솔직히 다 끝났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이 곳에서 용기를 얻었다고 했다. 당시 게스트 러블리즈는 플레이제이가 MC 활동을 하며 여러 차례 인터뷰를 했던 아이돌이었다. 플레이제이는 “나도 모르게 얼굴을 숙이게 됐다. 감정이 묘했다. 나도 조금 더 했음 저 자리에 있을 수 있나 싶었다”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는 “그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조금 더 의지를 다잡고, 준비하면 방청석에 앉아 있던 내가 언젠가는 무대에 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뒤통수를 때려 맞는 기분이었다. 또 강호동 선배의 아우라도 멋졌다. 그 파워와 에너지를 느끼면서 내가 프로그램 하나 없어졌다고 소심하게 굴면 안 되겠구나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의지를 다진 후 그가 가장 먼저 진행한 것은 사진 촬영이었다. 포털사이트의 프로필 사진부터 바꿀 요량으로 사진을 촬영하러 갔다고 했다. 그는 “새로 찍었는데 사진이 정말 잘나왔다. 앨범 재킷으로 써도 될 정도의 퀄리티가 나올 정도였다. 이 정도면 앨범을 내도 될 것 같아 준비를 시작했다. 사실 소속사도 모르게 몰래 알아봤다”며 웃었다.



재킷용 프로필을 먼저 찍고, 후에 앨범 작업을 시작하게 된 것처럼 이번 앨범은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다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고 했다. “참 재미있게 만들었다”라고 운을 뗀 그는 작곡가와 뮤직비디오 감독 등을 섭외하고, 콘셉트를 잡아가는 과정 모두를 직접 해냈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SNS 시대 아닌가. 해시태그를 달고 ‘#작곡가’ ‘#작곡’ 등을 검색하면 레퍼런스들이 나오더라. 작곡가들이 자신들이 쓴 곡들을 올려둔다. 사운드 클라우드도 있지만 사운드 클라우드는 완성된 곡들이 아닌가. 그런데 SNS는 50초 영상이다. 짧은 시간 동안 내 귀를 홀릴 수 있는 곡이 있을까 싶어 눌러봤고, 그 중 한 작곡가를 선택해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봤다”라고 떠올렸다.

그가 선택한 작곡가는 라이백(LAIBAC)이다. 이번 앨범을 통해 ‘입봉’하게 된 작곡가로 플레이제이는 “너무 잘 맞았다. 홍대 카페에서 만났는데 처음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예전에는 댄스곡을 주로 했는데 이번에는 레트로, 복고 느낌의 곡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느낌이 맞더라”고 했다.



이렇게 태어난 곡이 지난 14일 발매된 그의 세 번째 싱글 ‘아이 원더 와이’(I Wonder Why)다. 70~80년대 감성을 살린 레트로 신스팝 장르를 2019년도에 맞게 재해석한 뉴트로 장르의 곡이다. 아직 사랑을 해보지 못한 소년이 꿈에 그리던 이성을 현실에서 만나, 그 이성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내용을 가사에 담았다.

가사의 내용을 그대로 담은 안무와 힘을 빼고 연기하듯 부른 그의 창법 등이 모두 인상적인 곡이다. 변신을 강조하기 위해 탈색까지 시도했다. 그는 “탈색을 할 때는 많이 아팠는데 고통이 멋스러움으로 나온 것 같아 만족한다”라며 웃어 보였다.



뮤직비디오 감독도 SNS를 통해, 직접 섭외했다고 했다. 그는 “영상도 참 많더라. 보는데 내 노래랑 잘 어울릴 것 같아 또 DM을 보냈다. 한국 분인데 일본에 스태프를 둔 분이시더라. 넬, 멜로망스 등의 뮤직비디오를 찍으셨는데 직접 들어보고 좋아하는 곡만 영상을 찍는다고 했다. 곡을 보내줬더니 며칠 후 ‘함께하자’는 연락을 해줬다”라고 설명했다.

직접 주인공이 된 이번 뮤직비디오의 촬영 기간은 ‘1박2일’이었다. 그는 “몸만 오라고 해서 부랴부랴 비행기 표를 끊어서 갔다. 도착한 날 오후 5시에 촬영을 시작해 다음날 새벽 3~4시에 끝났다. 일본 주요 관광지에서 촬영했다. 정말 춥고, 밤거리가 무섭기도 했는데 정말 잘 찍었단 생각”이라며 만족을 드러냈다.



앨범 이야기를 마치며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먼지를 털고 나온 느낌이다”라고 털어 놓은 그는 “많은 가수들 인터뷰를 하면서 내심 부러웠다. 작가가 따로 없어 내가 직접 대본을 만들곤 했는데 가수들의 음악을 듣고, 앨범 소개나 활동 내용을 살펴보며 내심 ‘나는 뭐하고 있지’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때 난 그냥 MC였고, 그 친구들에겐 아티스트란 호칭을 붙였다. 만약 자리가 바뀌면 어떨까란 생각”을 수없이 해왔다고 했다.

바뀐 자리에 서게 된 그의 목표는 ‘즐기기’였다. 그는 “성적에는 개의치 않는다. 그냥 길거리에 내 노래가 나왔으면 좋겠다. 어딘가에서 나오는 노래를 무심코 흥얼거릴 수 있는 곡을 갖는 게 목표다. 실제로 이 노래가 쉽다. 흥얼거리기 좋으니 사람들 입가에 맴돌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계획은 심플했다. 그저 다양한 활동을 통해 꾸준히 자신을 알리고 싶다고 했다. 그는 “가수로서 앨범은 계속 내고 싶다. 또 한국에서 방송 활동도 한다. ‘뷰티앤뷰티 시즌3’에 뷰티 마스터로 출연한다. ‘멋 좀 아는 언니’ 시즌5도 최근 종영했다. 이런 경험을 살려 뷰티 크리에이터도 생각 중”이라는 계획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