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프랑스의 위기에 영웅 같은 소녀, 잔다르크가 있었다면 전통가요 시장의 위기에는 ‘잔디르크’가 있다. ‘전통가요 부흥’을 위해 소매를 걷어 붙인 가수 금잔디(41) 이야기다.

신곡 ‘사랑탑’ 발매를 기념해 만난 금잔디는 만나자 마자, 신곡 얘기 대신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하 미스트롯)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프로그램 때문에 전통가요가 이슈가 되고 있다”라고 운을 뗀 그는 ‘차세대 트로트 스타’를 발굴하겠다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이야기하며 “훌륭한 후배들이 많이 나와 주는 것도 고맙고, 내가 할 일들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시간들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선배 가수이자 본인의 ‘우상’인 나훈아와의 만남에 있었다고 했다. 나훈아 콘서트를 관람한 후 그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눴다는 금잔디는 “선생님(나훈아)께서 내게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것이 많다”며 손을 내밀어 주셨다고 말했다.

가장 빠른 변화로 ‘트로트’라는 단어 자체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는 금잔디는 “트로트라는 표현은 일본에서 유래된 것이니 전통가요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하시더라. 그 길로 나도 트로트 대신 전통가요라는 표현을 쓰게 됐다. 뒤돌아서서 잊는 것이 아닌, 나부터 바뀌어 보자 싶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표현 바꾸기에 이어 금잔디가 마음먹은 것은 전통가요계의 ‘화합’이었다. 본인을 ‘허리 세대’라고 표현한 그는 “대스타는 아니지만 선배 가수들과 후배 가수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이름값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서로 화합이 된다면 전통가요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그는 “혼자서 싸워서는 전통가요의 불씨를 살리기 어렵다. 서로 단합이 돼야 한다. 드라마도 주연과 조연, 엑스트라 등이 다 있어야 한 편이 완성되지 않나. 전통가요도 그렇다. 지방 공연이 있으면, 분위기를 이끌어 주시는 지역 가수 선배님들도 있어야 하고 엔딩을 맡아 줄 스타 가수도 필요하다. 모두가 같은 계열에서 일하는 분들이니, 같은 마음으로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가요계가 유독, 이런 단합이 어려운 시장이라는 점도 지적하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너보다 내가 돋보여야 하고, 호응을 이끌어야 한다는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가수들이 더러 있다. 물론 그렇게 해서 톱 가수가 될 수 있지만, 시장이 무너지면 톱 가수라는 것도 의미가 없다”라고 했다.

또 “발라드나 포크 등, 다른 장르지만 예전 톱 가수들은 마인드가 다르더라. 왜 스타까지 올라갔고, 왜 이 사람들이 그 시기를 풍미했는지 알 것 같았다. 너의 음악과 나의 음악을 인정하고, 함께 올라가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었다”라고 덧붙이며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미스트롯’ 이야기를 다시 꺼낸 그는 “이렇게 많은 관심이 전통가요에 몰려 있을 때 서로 단합이 된다면, 후배를 끌어주고 서로를 돋보이게 해 줄 배려가 생긴다면, 나훈아, 주현미 선생님 등에서 꺼진 전통가요의 불씨를 타오르게 할 파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만 잘 되면 돼’라는 마인드를 걱정하며 “관심을 보이며 같이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설 자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설 자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하며 “독식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함께 존중해 가면 어떤 PD가 ‘미스트롯’ 같은 프로그램을 마다하겠다. 중심축이 되고 있는 후배들이 단합된 모습으로 겸손하게 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했다.

더불어 “100세 인생에서 50년 동안 노래를 한다면, 그 50년 동안 얼마만큼의 노래를 하면서 울고 웃길 수 있겠나. 너도 나도 히트곡을 내고, 이런 저런 노래를 부르고 해서 함께할 수 있는 좋은 노래를 만들어 주는 게 가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동참해주고 있는 뜻있는 후배들 이야기도 꺼냈다. 대표적으로 홍진영을 언급한 금잔디는 “전국구로 활동하며 예능 등에 출연해 전통가요 시장 부흥에 힘쓰고 있는 친구”라고 표현했다. 금잔디는 “‘사랑탑’이 나오기 전 홍진영의 앨범이 먼저 나왔다. ‘전통가요를 하면서 네가 분위기를 몰아주는 게 고맙다. 아이돌 사이에서 문을 두드릴 수 있게, 가깝게 해주는 것 같아 고맙다. 이번 노래도 너무 좋다’라고 보냈는데 되려 고맙다는 답장이 왔더라”며 “잘 되는 분위기에서 인기 있는 가수들의 전통가요 음악이 쏟아져 나오니 내 기분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홍진영의 신곡, ‘오늘 밤에’에 대한 호평을 늘어놓은 후 본인의 신곡 이야기도 했다. 지난달 발매된 ‘사랑탑’은 사랑하는 사람과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탑을 일궜지만, 세월이 지나 살 만한 시간이 되니 삶의 황혼이 다가왔다는 애달픈 심정을 표현한 곡이다. 가창력과 금잔디 특유의 기교가 잘 드러나는 곡으로 가사를 해석해 전달하는 금잔디만의 감성이 돋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20대 때, 꽃피는 춘삼월 느낌을 살아봐야 하는데 못 하고 마흔이 넘어 버렸다. 빚을 갚느라 허덕였고, 먹고 사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 세월이 다 지나고 나니, 다들 아직 젊고 예쁘다고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누군가를 만나서 가정을 꾸리는 것은 포기하게 됐다. 가수 금잔디로 자리매김 하면서 여자로서의 삶을 내려놓은 거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고 노래로 보답하려고 한다. 가수 금잔디로서, 이 노래 ‘사랑탑’으로 많은 분들의 애환을 풀어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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