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김민주 기자] tvN 수목드라마 ‘그녀의 사생활’(극본 김혜영ㆍ연출 홍종찬)에서 박민영이 맡은 역할은 수석 큐레이터이자 ‘아이돌 덕후’ 성덕미다. 좋아하는 아이돌을 위해 돈과 시간을 아낌없이 쓰는 모습을 유쾌하게 담아내며, 소위 말하는 ‘덕후’들의 세계를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제작진은 성덕미라는 캐릭터를 설명하기 위해 “덕질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리라!”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기도 했다.

아이돌들에게도 트로트 가수에게도 이 ‘덕후’는 존재한다. 티브이데일리가 쫓은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들과 가수 진해성의 팬들 모두 이른 아침부터 분주했다.

각자의 집에서 출발, 응원지에 도착하기까지가 벌써 하나의 ‘에피소드’였다. 대기하는 시간과 응원 준비물, 응원 이후의 이야기들이 모두 흥미로웠다.

◆대기
스타는 없지만...기다림은 또 하나의 즐거움

공개방송 방청을 기다리는 방탄소년단의 팬들에게는 나름의 ‘룰’이 있었다. 전날 팬카페를 통해 선정된 500명이 제 시간에 모여, 부여 받는 번호대로 나란히 줄을 섰다. 불참할 인원을 대비, 예비 번호까지 부여되는 시스템이다.



번호대로 숫자가 적혀 있는 판넬 앞에 선 팬들은 현장 스태프에게 팬클럽 아미(ARMY) 임을 확인할 수 있는 준비물을 보여주고, 손등에 확인 표시를 찍었다.



입장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이후부터는 2시간가량, 기다림의 시간이 이어졌다. 가방 속에 준비해 온 방석을 꺼낸 팬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입장을 기다렸다.

물론 지루함은 없었다. 친분이 있는 팬들끼리 함께 오는 경우가 많아서였다. 정호순 씨는 “(공개방송 일정 등을) 소화하는 중 심심할 때는 공식 카페나 트위터로 ‘동행 구해요’라며 같이 모여서 놀 팬들을 구한다”라고 했다. 이들의 대화 주제는 기승전 ‘방탄소년단’이었다.

사전녹화는 500명 모두에게 입장 기회가 부여되지만,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본방송 때는 약 30~50명 남짓한 인원에게만 입장 기회가 주어진다. 가요 기획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전녹화를 진행한 아이돌은 본방송 때 활동곡의 1절 정도만 소화하거나, 이마저도 안 하는 경우가 있다.



팬들은 “(본방송은) 방청 인원이 확실치 않으니 일단 그냥 기다려 보는 것”이라고 했다. 일부 팬들은 상대적으로 무대가 짧거나 아예 없는 본방송을 쿨하게 표기하기도 했다. 사전녹화가 끝나고 다시 만난 정호순 씨 역시 “본방송은 보지 않고 집에 가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진해성의 팬들은 보통 4시간에서 5시간 정도를 공연장 부근에서 대기한다고 했다. 철저한 인원 체크를 통해 입장을 제한하는 아이돌 팬들과는 달리,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팬카페에 올라온 공지사항을 보고 개인 스케줄을 정리한 후 티켓 구매가 필요하면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그냥 공연장을 찾는 식이었다.



팬들 대부분이 공연장 근방에 모여 공연을 기다렸다. 대기 시간의 8할에는 ‘수다’가 함께했다. 대화 내용의 대부분이 ‘진해성’이었지만, 먹고 사는 이야기와 가족 이야기도 있었다.

응원 준비에도 시간을 썼다. 김금란 씨는 “(기다리는 동안) 팬 풍선을 불어 준비하고, 현장용 홍보 풍선을 관객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준비물
스타를 만나려면 이것은 필수!

이날 모인 방탄소년단의 팬들 대부분은 어깨에 적당한 크기의 가방을 메고 있었다. 가방에는 팬클럽임을 확인할 수 있는 앨범 4장과 음원 다운로드 명세서, 신분증, 팬클럽 회원카드, 공식 응원봉 등이 들어 있었다. 이 물품들은 공개방송 입장을 위해 사전에 체크하는 필수 준비물들이다.

가방을 연 민윤지 씨는 “앨범들 외에도 음원 다운로드 명세서가 필요하다. 이런 카드도 가져와야 한다”며 꺼내 보여줬다.





정호순 씨가 꼽은 ‘핫’ 아이템은 방석과 높은 신발이었다. 방석은 대체로 긴 대기 시간, 지연까지 되면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이 시간 동안 어느 바닥에라도 앉을 수 있게 도와주는 아이템이었다. 정씨는 “방석에 앉아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또 정씨는 “스탠딩석에서 무대를 관람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렇기 위해서는 스탠딩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응원장이 올 스탠딩석인지 스탠딩과 좌석이 섞여있는지를 꼭 확인해 그에 맞는 신발을 착용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신조어도 등장했다. 정씨는 “4만명 가까이 수용, 멤버들이 면봉 크기로 보이는 콘서트에 비해 음악방송은 인원이 한정돼 있고 무대와의 거리도 가깝다. 그래서 ‘어천’이라고 한다. ‘어디서든 천국’이라는 얘기”라며 웃어 보였다.

진해성의 팬들 역시 준비물로 가득 찬 가방을 메고 등장했다. 소위 말하는 ‘응원용 가방’으로 누가 봐도 진해성의 팬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그의 사진과 이름 등이 적혀 있었다.

김금란씨는 LED전광판을 꺼내 보이며 “늘 들고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최민자씨 역시 “개인 소유의 전광판과 피켓을 차에 늘 가지고 다닌다”라며 보여줬다.






공개방송 때, 공식 응원봉(아미밤)과 공식 슬로건을 제외한 플랜카드 및 개인 응원도구를 제한하는 방탄소년단의 응원 문화와는 달리, 진해성의 팬들이 들고 있는 응원용 아이템들을 제각각이었다.

가방에는 긴 기다림을 위로할 간식거리도 있었다. 김밥과 떡, 찰밥, 과일, 음료 등 집에서 미리 음식들을 준비해 체력을 보충했다.



◆촬영

방탄소년단 팬들의 경우 대기 시간에는 얼마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다만, 방청을 위해 공연장에 입장한 후부터는 촬영이 제한돼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팬들에 따르면 스튜디오 및 공연장 내에서 사진, 영상, 녹음이 일체 금지돼 있다. 적발될 경우 즉시 퇴장 조치 당하며, 사진, 영상, 녹음은 현장에서 삭제 처리된다.

방송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세운 룰이다. 또 사진을 촬영해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부 팬들을 경계해 만든 특단의 조치다.

반면 진해성의 팬들에게 촬영은 자유였다. 물론 공연의 성격이 다르기도 했지만, 팬들은 휴대폰을 꺼내 들어 자연스럽게 진해성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영상으로 찍었다.



이는 무대 후에도 이어졌다. 무대 후 진해성과 1시간가량 팬미팅을 진행한 팬들은 스타와 함께 사진을 남기며 또 하나의 추억을 쌓았다.

열혈 팬들의 이야기는 기획 3에서 이어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김민주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