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요즘 독립영화계에서 입에 오르내리는 단편영화가 있다. 영화가 나온 지 5년이 됐지만, 유튜브와 각종 영화 관련 사이트를 통해 10만 이상이 보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영화, '아픔만큼 성숙해진다'다.

특히 영화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는 이 단편은 '13회 달라스 아시안 영화제' '페라텀 국제영화제' 'VOFF3 국제영화제' '벤쿠버 아시안 국제영화제에' 등에 공식 초청돼 뜨거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영화를 만든 강기영 감독이 직접 '아픔만큼 성숙해진다'에 대해 입을 열었다.

Q. 영화가 5년 만에 조명 받고 있다. 어떤가.

"사실 이 영화는 공감을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다. 선뜻 말을 건넬 영화도 아니고, 학도들이 찍는 영화와는 많이 다르다. 뭐라 입을 떼기는 어려운데 그래도 영화를 본 후 잔상이 남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Q. '아픔만큼 성숙해진다'는 어떤 작품인가.

"이 작품은 딱 명쾌하게 정리되는 스타일도 아니고, 상징과 메타포가 많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찍은 단편 중 그 점에 있어서 가장 마음에 든다. 이 작품으로 새로운 영역에 눈을 뜨게 됐다."

Q. 공포쪽의 장르 같은데 제목은 그렇지 않다. 어떤 의미가 있나.

"'아픔만큼 성숙해진다'란 제목을 설명한다면, '아픈만큼'이란 표기가 맞는데, 일부러 '아픔만큼'이라고 표기했다. 이 영화에서는 아프다는 것이 명사의 느낌이 맞다고 생각해서 '아픔'으로 표기했다. 그리고, 내용과는 사뭇 다른 거창한 얘기지만, 인류의 역사라는 건 아픔을 통해 성숙해졌다고 본다. 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 이해가 가능한 방향으로 갔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이 갖는 모순과 이해불가의 행위가 중단됐다라기 보다는 교묘해졌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예전에는 집창촌이 있었지만, 요즘은 오피스텔로 바뀌고 심지어 랜덤채팅도 이용한다. 본질은 같으나 모양을 바꾸는 변태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성숙'으로 본다. 일반적인 단어의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개과천선을 성숙으로 본 것이 아니다. 제목은 그런 의도가 있다."

Q. 어떤 내용인가?

"낮에 예술 행위를 하는 용수가 밤에는 연쇄살인범으로 돌변한다. 늘 그렇듯 살해 전에 욕심을 채우고 마지막 소원을 묻는다. 범행 대상녀인 희정은 소원으로 남자친구와의 통화를 원한다. 통화가 끝나자 용수는 범행을 하려 하는데 그 순간 희정의 충격적인 말을 듣고 용수가 바뀐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충격이 제목의 아픔이고 그 바뀐다는 지점이 성숙을 의미하는데 현대의 진화를 성숙으로 치환한다면, 그것이 반드시 올바르게 진일보하는가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영화다. 메타포와 상징기법을 적극 활용했다."

Q. 영화에서 용수는 자신을 아티스트라고 말한다. 그 사실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아티스트들이 제일 많은 사람을 죽이지 않나. 작품 속에서. 이 영화를 행위의 관점에서 보지 말아 달라는 주문이기도 하다."(웃음)

Q. 영화 속 십자가의 의미는?

"용수에게 십자가는 곧 증오다. 살해 대상자이다. 이 영화에서 십자가가 여러 번 등장하는데, 처음에 거울에 비친 십자가. 살해대상자를 묶는 십자가. 교회 철탑의 십자가다. 십자가가 용수의 마음에서, 대상으로, 다시 전지적인 시선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Q. 색감이 좋다는 평이 많다. 어떤가.

"색정보에 여러 의미를 담았다. 연쇄살인범 용수가 나오는 장면은 배경색을 차가운 그린 빛으로 처리했고, 살해 대상자 희정이 나오는 장면은 붉은빛으로 처리했다. 용수의 갈등 장면에서는 그린과 레드가 겹친다. 용수가 빠져나가는 공간에 그림이 하나가 보이는데 유방 밑의 사탄이 보인다. 그런 상징성을 넣기도 했고, 팔이 없는 마네킹을 배치해 직접 보여주지는 않는 절단을 표현하고자 했다. 엔딩의 차안에 용수 뒤로 여전히 푸른 계열의 빛이 도는데 용수의 현재 상태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은 한 번 봐서는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물 흐르듯 흘러간다. 조명은 촬영과 조명 두 가지를 겸한 분의 아이디어다."



Q. 국내 영화제에서는 상영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내 독립영화들은 아직 국내 영화제에 걸린 적이 없다. 출품하는 친구가 안 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내 작품 스타일 때문이 아닌가 싶다. 보통 영화는 서사에 메시지까지 다 담고 있지 않나. 즉, 이야기만 따라가면 관객은 어떤 감동을 받고 심지어 교훈을 얻기도 하는데, 내 영화는 한 번 봐서는 단순한 흥미를 따라가는 시각적인 영화로 비춰질 수 있다. 위에 말한 정보들은 일차원적인 것에 숨겨져 있다. 단순함 안에 많은 것을 심어 놓는 스타일이다. 수 백 수 천 편을 고르는 일에서 그런 작품의 속의미까지 캐치 하지는 못 할 거다. 캐치한다 해도 그런 작품을 선호할지도 모르겠다. 해외와의 온도 차이라 할지, 평가의 기준 차이라 할지, 잘 모르겠다."

Q. 앞으로 계획은

"피디분들과 상업 장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각본, 제작만 할지 감독은 섭외할 지는 아직 미정이다. 그 사이에 '세이프 하우스'라는 독립장편을 감독 하려 한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포스터,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