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써내려 간 코미디이자 현존하는 모든 뮤지컬을 위한 찬사를 담은 '썸씽로튼'이 브로드웨이 초연에 이어 전 세계 두 번째로 국내에 상륙했다.

뮤지컬 '썸씽로튼'(연출 케이시 니콜로)은 낭만의 르네상스 시대, 당대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에 맞서 인류 최초의 뮤지컬을 제작하게 된 바텀 형제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5년 3월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작품은 영국의 코미디 작가 존 오 페럴과 캐리 커크패트릭, 웨인 커크패트릭 형제의 순수한 상상력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만약 셰익스피어 시절의 런던이 뮤지컬의 황금기인 브로드웨이의 30년대와 비슷했다면 재미있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에서 출발, 연극이 성행하던 16세기 르네상스 시기의 영국을 배경으로 뮤지컬이 탄생한 계기를 유쾌한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이야기는 존 웹스터, 토머스 모어 등 최고의 작가들이 21세기 아이돌처럼 팬들을 몰고 다니는 가운데, 수많은 작가들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국민 작가' 셰익스피어로부터 시작된다. 셰익스피어의 성공을 질투하는 극단장 닉 바텀과 그를 동경하는 극작가 동생 나이젤 바텀 형제를 주인공으로 두 사람이 셰익스피어의 흥행작에 대항할 뮤지컬을 개발해 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닉 바텀은 점술가를 찾아가 셰익스피어의 미래 대표작을 훔쳐올 생각을 하고, 점술가가 '햄릿'(Hamlet)'을 '오믈렛(Omelet)'으로 잘못 이해하면서 웃음 없이는 볼 수 없는 뮤지컬 '오믈렛' 탄생기가 펼쳐진다.

'썸씽로튼'은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적나라하게 해부하는 동시에 찬미한다. 뮤지컬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점술가가 미래를 훔쳐보는 형식으로 장르에 대해 설명하는 '뮤지컬(A Musical)' 넘버에는 뮤지컬을 바라보는 제작자의 시선이 집약적으로 담겨있다.

"뜬금없이 노래하는 연극을 어떤 인간들이 봐?"라는 닉의 냉소적인 대사에 점술가는 뮤지컬은 관객을 즐겁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철저한 '엔터테이닝 쇼'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고 이를 회수해야 하는 상업 예술인 뮤지컬의 특성을 정확하게 꼬집는 가사가 이어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러 요소들이 줄지어 무대 위로 등장한다. 스토리나 캐릭터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갑작스러운 탭댄스 타임, 눈부신 조명과 화려한 코러스 모두는 결국은 재미를 위한 요소로 극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이 과정에서 유명 뮤지컬들의 대표 장면들을 재조립한 패러디의 향연이 이어진다. 1분 30초 동안 대사, 음악, 안무를 이용해 '브로드웨이 42번가' '시카고' '수지컬' '렌트'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애니' '코러스라인' 등 유명 작품들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 물 흐르듯 지나간다. 평소 여러 뮤지컬을 접했던 관객들이라면 아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절로 떠올리게 될 위트 넘치는 연출이다. '에비뉴Q' '라이온킹' '레미제라블' '지킬 앤 하이드' '위키드' '캣츠' 등 뮤지컬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한 번쯤 접해봤을 작품들의 패러디가 20편 가량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뮤지컬을 모른다 해도 즐길 거리는 충분하다. 진정성을 담은 작품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나이젤이 청교도 목사의 딸 포샤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서는 달콤한 로맨스가 펼쳐지고, 닉을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려는 그의 씩씩한 아내 비아는 더없이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지며 여성 캐릭터 활용의 올바른 예시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당대의 록스타로 묘사되는 셰익스피어가 소네트 가사를 차용해 부르는 록 넘버,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뮤지컬 '오믈렛' 가사에 담긴 블랙 코미디는 제작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이들의 아이디어를 기발한 번역으로 옮긴 황석희 번역가의 공도 크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뮤지컬 번역에 도전한 영화번역가 황석희는 소네트를 인용한 록 넘버의 가사부터 비슷한 음운을 가진 단어들을 활용한 끊임없는 말장난을 적절하게 번역해 관객들에게 작품의 정서를 고스란히 전달했다. 6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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