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연예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가 무려 23년 동안 쌓은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전 소속 연예인인 그룹 빅뱅 출신 승리(30‧본명 이승현) 리스크로 타격을 입은 직후, 현 최대 주주이자 YG의 설립자인 양현석(51)까지 논란의 중심에 서며 이미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YG는 지난 1996년, 양현석이 현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해 엠에프엔터, 양군기획 등을 거쳐 YG엔터테인먼트로 거듭났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 최고의 인기를 누린 양현석이 기획, 제작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댄서 출신의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다.

총괄 프로듀서라는 직책을 맡은 양현석은 좋아하는 장르, 힙합과 알앤비(R&B)를 기반으로 한 색깔 진한 음악을 하며 이 우려를 씻었다. 모든 그룹이 다 성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룹 지누션부터 원타임, 렉시, 세븐, 휘성, 거미, 빅마마 등 개성과 실력을 갖춘 가수들이 이 회사를 거쳐 갔다.

지난 2006년 그룹 빅뱅을 론칭한 후부터는 ‘아이돌 명가’로 거듭났다. 투애니원(2NE1), 위너, 아이콘, 블랙핑크 등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K팝 한류를 이끄는 기획사가 됐다. 원조 한류를 이끈 그룹 젝스키스의 재결성도 YG에서 이뤄졌다.

가수 싸이와 에픽하이 등을 비롯해 양현석이 직접, SBS ‘K팝스타’에 출연해 수급한 악동뮤지션, 이하이 등은 음악성에 초점을 맞춘 회사란 이미지를 거들었다. 간판 프로듀서였던 테디가 설립한 독립 레이블 더블랙레이블 역시 색깔 있는 음악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몇 년 전부터는 강동원을 비롯해 김희애, 최지우, 차승원 등 배우들을 대거 영입, 종합엔터테인먼트사로 거듭났다. 안영미 등 예능인을 비롯해 제작에도 뛰어들며 사업 규모를 키웠다.

YG가 ‘공룡 엔터’로 거듭나는 데는 양현석의 절대적 기여가 있었다. 가요 관계자들에 따르면 양현석은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YG의 운영 전반에 직접 관여했다. 총괄 프로듀서로서 가수들의 컴백 일정과 음악 하나하나에 입김을 넣었고, 심지어는 YG 이름을 달고 배포되는 자료들에도 직접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컴백 일정이나 회사의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한 입장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블로그에 직접 올리며 팬들과 소통하기도 했다. 상승세를 탈 때에 이는 분명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양현석 스타일’의 소통은 소속사의 수장과 팬들의 간극을 좁혔고, 친근한 이미지를 구축하게 했다.

그러나 승리가 엮인 ‘버닝썬 사태’가 불거진 후, 양현석이 모래성을 쌓아왔음이 드러났다. 성매매와와 횡령, 증거인멸교사와 성폭력특별법 등 총 7개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승리와 함께 양현석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까지 등장하며 궁지에 몰렸다.

이는 최근 방송된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를 통해 명확히 드러났다. 지난 24일 방송된 ‘스트레이트-정 마담의 유럽 출장과 YG 공화국’ 편에서는 지난달 제기된, 양현석과 YG가 동남아시아 재력가들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조금 더 깊게 파헤쳤다.

방송은 YG 측과 말레이시아 재력가 조 로우로 대표되는 해외 재력가들이 지속적으로 만난 정황을 확보해 전했다. 앞선 방송을 통해 해외 재력가들에 대한 YG 측의 성 접대 의혹이 불거졌지만, 당시 자리에 동석한 것으로 알려진 양현석과 가수 싸이는 이를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스트레이트’는 목격자 증언 등을 통해 지난 2014년 9월 조 로우 일행 8명이 서울에 도착한 당일부터 양현석과 싸이가 일명 ‘정마담’이라는 유흥업계 종사자의 유흥업소에서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조 로우가 한국에 체류하는 이틀 동안 양현석과 싸이가 내내 함께한 것은 물론, 양현석은 두 달 전인 같은해 7월에도 조 로우 일행을 만났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 만남의 장소는 승리가 일본인 투자자 일행을 성 접대하기 위해 유흥업소 여성 4명을 불러 식사했다고 알려진 곳이다.

‘스트레이트’는 또 양현석과 조 로우가 만난 지 한 달 뒤인 같은해 10월, 정 마담을 매개로 조 로우 등 해외재력가들과 여성 10여 명과 프랑스, 모나코 등 유럽에서 초호화 여행을 즐겼다고 밝혔다.

YG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인물과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가 동남아시아 재력가들에 집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파헤쳤다. 최대 수입원인 빅뱅의 군 입대 이후 수입원을 찾던 중, 사업 다각화를 위해 아시아권 국가 진출을 중요하게 검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YG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빅뱅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YG 공연 수익의 최대 80%를 책임졌다. 지난 2016년 빅뱅의 입대에 따라 실적이 불확실해지며, 증권가에서는 YG의 목표 주가를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스트레이트’는 YG가 찾은 돌파구가 동남아시아 상류층을 통한 해외 진출이었고, 이들과 친밀해질 수 있는 수단이 성 접대였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태국 현지 교민의 증언을 토대로 동남아시아 성공 열쇠가 자본이 아닌 상류층과의 인맥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YG의 해외 사업은 탄탄대로를 걸었다. 지난 2017년 4월 태국 방콕에 개장한 쇼핑몰 ‘쇼디시’(SHOWDC)는 소위 ‘YG 공화국’으로 불리며 한류와 K팝 팬들의 관심을 받았다. 쇼디시는 태국 등 동남아 큰손들이 1조원을 투자해 진행한 사업으로 알려졌다.

빅뱅의 이름을 앞세운 카페부터 YG의 외식사업 브랜드들이 이 공간을 채웠다. YG의 외식사업은 태국을 발판 삼아 말레이시아에도 진출했다. 태국 개장 축하 때는 가수 싸이 등이, 말레이시아 개장 때는 이른바 승리의 ‘단톡방’ 멤버들인 가수 정준영, 최종훈 등이 홍보에 동원됐다.

여러 정황을 통해 성 접대에 따른 재력가들과의 친밀감 형성이 사업의 원동력이 됐다는 주장이 확실시됐지만, 양현석은 관련 의혹을 거듭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의혹들이 추가로 제기될 때마다, 의심만 커지고 있다. 20년 넘게 만들어 온 YG가 부정한 방법으로 세워진 모래성이란 반응들까지 나오고 있다. 음악과 콘텐츠를 위해들인 노력까지도 부정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지가 급락하며 YG에서 나오는 콘텐츠들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YG는 승리의 버닝썬 의혹을 비롯해 빅뱅의 지드래곤과 탑, 그룹 아이콘 출신 비아이 등의 마약 의혹, 이를 덮기 위한 수사기관과의 유착 의혹을 비롯해 양현석의 성접대 의혹까지 불거지며 이미 신뢰를 잃었다.

내놓는 해명에도 불신이 앞서고 있다. 양현석은 ‘스트레이트’ 제작진에 “성 접대 의혹에 대해서만큼은 조만간 경찰에서 혐의 없음으로 내사 종결될 것으로 알고 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스스로 ‘혐의 없음’을 확신하며, 의혹만 키운 꼴이 됐다. 이에 양현석과 YG에 조금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해명을 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거듭된 유착 의혹에 수사기관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 역시 곱지 않다.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이를 통한 진실 규명 역시 촉구되고 있다. 최근 성접대 관련 싸이를 비롯한 10명의 인물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양현석은 아직 관련 조사를 받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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