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엠넷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 조작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탄생한 그룹 엑스원(X1)에 이어 지난해 데뷔, 1년 가까이 활동 중인 그룹 아이즈원에게도 불씨가 번졌다. 'PD수첩'까지 나서 전방위적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가요계에 따르면 경찰은 1일 엠넷 '프로듀스X101' 데뷔조 멤버 일부인 MBK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울림엔터테인먼트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런 가운데 전 시즌인 '프로듀스48' 멤버 일부의 소속사 역시 압수수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7월과 8월 두 차례 CJ ENM과 데이터보관 업체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경찰의 수사가 연예기획사로 번지며, 일부 기획사의 개입에 따라 최종 순위가 바뀌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프로듀스X101'은 지난 7월 19일 종영 이후 투표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시청자 투표 등을 통해 최종 11인이 선발됐지만,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 온 일부 멤버가 탈락하고, 1~20위 연습생들의 최종 득표수 사이에 일정 패턴이 반복되며 이와 같은 의혹이 제기됐다.

팬들의 분석과 데이터에 따르면 1~20위 연습생들의 최종 득표수 사이에 일정한 패턴이 반복됐다. 1위 김요한과 2위 김우석의 표 차이는 2만9978표다. 3위 한승우와 4위 송형준, 6위 손동표와 7위 이한결·8위 남도현, 10위 강민희와 11위 이진혁의 표 차이도 각각 2만9978표로 똑같았다.

연습생 20명 모두 7494.442에 특정 숫자를 곱하면 해당 득표수와 유사한 값이 나온다. 예를 들어 1위 김요한은 7494.442에 178을 곱하면 133만4010.68다. 반올림하면 최종 득표수인 133만4011표와 일치한다.

의혹 제기 후 법적 대응까지가 신속하게 이뤄졌지만, CJ ENM은 데뷔조 멤버들을 바탕으로 엑스원이라는 그룹을 꾸려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아직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최종 순위가 바뀐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된다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엑스원을 넘어, 경찰은 '프로듀스'의 이전 시즌을 통해 탄생한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등에도 눈을 돌린 상태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기자간담회에서 '프로듀스' 시리즈의 전체 투표 원본 데이터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또 경찰은 또 CJ ENM의 다른 프로그램인 '아이돌 학교'에 대해서도 순위 조작 의혹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아이돌 학교'를 통해서는 그룹 프로미스나인이 데뷔해 활동 중이다.

이런 가운데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은 '프로듀스X101'의 투표 조작 논란에 관한 방송 예고편을 내보냈다. PD수첩은 "불공정한 경쟁의 현장. 아이돌메이커 CJ의 가짜 오디션"이라는 표현을 썼다. 투표 조작과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의 편법을 함께 다룰 것이 예고돼 관심을 받고 있다.

의혹이 거세지고 있지만 엠넷과 CJ ENM은 말을 아끼고 있다. 엠넷 관계자는 2일 티브이데일리에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라며 "책임 질 일이 있었다면 책임을 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 신중한 입장이지만 대중의 시선을 그리 곱지 않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