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CJ ENM의 음악 채널 엠넷의 김용범 총괄 프로듀서(CP)와 안준영(40) 프로듀서(PD)가 구속됐다.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한 스타 PD들이 동시에 굴욕적 상황을 맞이하며, 방송가와 가요계가 술렁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은 5일 사기·배임수재 등의 혐의를 받는 김용범 CP와 안준영 PD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죄 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판단을 내렸다.

이들은 올해 방송된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 투표 결과를 조작, 특정 연습생과 연예 기획사에 혜택을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CJ ENM의 ‘간판 PD’로 통했기 때문,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들은 ‘슈퍼스타K’와 ‘프로듀스’ 시리즈 등을 론칭, 단순히 엠넷을 넘어 지상파 방송사들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해당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 이후 타 방송사에서 유사 프로그램이 대거 쏟아져 나오며 이를 입증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들이 폭발적 인기를 끌며, K팝 시장에서도 영향력 있는 인물로 통했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경우 아이돌 등용문으로 통하며 지난 2017년부터 꾸준히 가요 관계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날 ‘사기’라는 타이틀로 동반 구속되며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한 순간에 무너트리게 됐다. 일부에서는 안 PD가 일부 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하며, 조작 행위를 기정사실화했다. 다만 접대를 한 기획사가 ‘프로듀스X101’을 통해 결성된 엑스원(X1) 멤버가 속한 곳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구설과 함께 오디션 프로그램의 절대 강자로 통했던 CJ ENM의 아성도 무너지고 있다. ‘프로듀스’의 지난 시리즈와 함께 지난 2017년 방송된 ‘아이돌학교’ 역시 조작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끝난 후 투표 조작에 대한 의심은 늘 있어왔지만, 이는 응원하는 연습생에 유료 투표를 하고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지 못한 팬들의 ‘투정’ 정도로 여겨졌다.

이른바 ‘PD픽’이라는 것도 납득 못 할 수준이 아니었다. 방송을 통해 진행되는 오디션이라는 점에서 제작진의 편집과 기획 의도 등이 드러날 수 있고, 이에 따라 개인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반론이 존재했다.

그러나 ‘프로듀스X101’는 득표수를 통해 드러난 객관적 수치에 오류가 발견되며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조작에 대한 구체적 정황을 포착한 시청자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결성,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CJ ENM에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그 결과 담당 PD 구속이라는 결론까지 이끌어 냈다.

이에 이미 꾸려진 프로젝트 그룹에 대한 색안경은 물론, 새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보인다. 조작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기획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동반되며, 오디션 프로그램과 가요 기획사간의 유착에 대한 의심도 커지고 있다.

제작진에 대한 ‘유흥업소 접대’ 이상의 구체적 정황이 포착될 경우, 그간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했던 기획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마녀사냥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CJ ENM의 사업 구조에 주목하며, 제작진이 “모든 위험 부담을 감수하며 투표 조작을 진행했을 리 없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방송 채널을 위한 콘텐츠 제작, 음반, 매니지먼트, 공연 사업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거대한 회사이니만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직적인 ‘판’을 꾸렸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연스레 ‘꼬리자르기’ 의혹까지 나온 가운데 CJ ENM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5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논란 첫 공식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후에는 다시 침묵하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 엠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