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CJ ENM가 음악 전문 채널 엠넷 '프로듀스X101'에서 시작된 '투표 조작' 사태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소위원회 의견진술에 나섰다. 그러나 사태와 관련,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다.

방심위는 18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제78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프로듀스X101' 투표 조작 사태 관련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엠넷 측의 의견진술도 있었다.

의견진술은 당초 지난 4일 회의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CJ ENM은 의견진술을 할 직원이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진술 연기를 요청한 바 있다.

이날 의견진술에는 강지훈 엠넷 콘텐츠운영전략팀장이 나섰다. 강 팀장은 우선 김용범 CP, 안준영 PD를 비롯한 제작진의 내부 징계에 대해 "관련 PD들이 구속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고 규정에 따라 징계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구속 기소된 김CP, 안PD 등과 엠넷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하고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투표 조작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자사가 확인한 바는 없다"고 했고, 순위 조작에는 "득표수 차가 일정한 부분으로 나왔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파악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아 말씀드릴 수 없다"며 답을 피했다.

투표 원본 데이터 확인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지만, 책임감있는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강 팀장은 "외부 보관업체에 확인하려고 했으나 무리가 있었다. 담당 PD만 접속이 가능했다. 관계된 사람만 할 수 있어서 우리가 그 데이터를 가지고 올 수 없었다"라고 했다.

대부분의 질문에 '회피성' 답변이 나오자 방심위 위원장은 "회사가 필수 파악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 질문을 드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향후 대책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강 팀장은 "이 사건 관련해서는 재판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보상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에 방심위 측은 또 다시 "검찰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보름이나 지났는데 입장이 정리 안 됐다는 게 책임있는 모습이냐"라고 지적했다.

강 팀장은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고 진정한 사과를 준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투표 참관인 제도라는 걸 만들어 공정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디션프로그램은 지양하려 하고 있고, 음악에 더 집중된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엠넷은 이날 '프로듀스 101' 조작 논란 중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인 'TOO:월드클래스'를 방송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에 강 팀장은 "투표를 받아 뽑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직접 데이터를 관리하지 않아 (조작) 문제를 방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은 지양하고 음악에 더 집중된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방심위는 강 팀장의 의견 진술이 부족해 사실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해당 안건의 의결을 보류했다. 명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엠넷 측에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 조작 논란은 지난 7월 '프로듀스X101' 종영 직후 불거졌다. 유료 투표를 한 시청자를 중심으로 꾸려진 진상규명위원회와 엠넷의 요청 등에 따라 경찰 조사가 이뤄진 결과 프로그램을 연출한 안준영PD와 김용범CP 등이 구속 기소된 상태다. 이들은 '프로듀스' 시리즈 생방송에서 특정 연습생이 최종 데뷔할 수 있도록 시청자의 유료 투표 결과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그룹은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 엑스원 등이다.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의 활동은 종료된 상태고,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월드클래스'는 지난 9월부터 시작, 최근 종영한 엠넷의 새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10인조 아이돌 그룹 티오오(TOO)를 론칭, 내년 1월 데뷔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