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대형 루키의 등장이다. 데뷔 만 1년 만에 세 편의 드라마로 안방극장에 단단히 눈도장을 찍고, 청춘스타의 계보를 이으며 '대세' 반열에 오른 배우 이재욱을 만났다.

이재욱은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하 '어하루')에서 생애 첫 주연을 맡았다. 만화 속 엑스트라 캐릭터인 여고생 은단오(김혜윤)가 정해진 스토리에 맞서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 또 다른 엑스트라인 하루(로운)와 함께 모험을 펼쳐 나가는 청춘 로맨스 드라마로, 이재욱은 여린 내면과 상처 많은 과거를 지닌 '냉미남' 백경 역을 맡아 열연했다.

전작인 '검블유'에서 설지환 역으로 주목을 받은 상황에서 맡게 된 첫 주연. 부담감이 상당했을 법도 하지만 "'검블유'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는 이재욱이다. 그는 "'검블유'에서는 상대역인 이다희 씨가 훨씬 경험도 많고 전작도 화제였던 상황이었다. 반면에 나는 겨우 두 번째 드라마이고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 비하면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분명 역할은 커졌을지 모르지만 또래 배우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편안한 시간들이었다고.

'어쩌다 발견한 하루'는 만화 속 인물들의 이야기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캐릭터들이 스토리 안인 '스테이지', 밖인 '셰도우', 심지어 전작인 '능소화' 속에서의 모습까지 총 세 갈래의 다른 성격을 연기해야 하는 독특한 구조의 드라마였다. 때문에 배우들 간의 소통과 호흡이 더욱 중요한 작품이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주연인 김혜윤, 로운은 물론 또래 배우들 모두가 참여한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재욱은 "스테이지에서는 마냥 행복한 인물이어도 스플릿 필터나 셰도우로 넘어가면 분명 인물의 결에 차이가 생겼다. 이 이질감을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이 못 느끼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 표정 연기 등을 많이 고민했다. 실질적으로는 1인 3역을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극 초반에는 "'검블유' 설지환이 교복을 입었다"는 시청자들의 댓글을 보며 더욱 백경스러워져야겠다는 마음을 다졌고, 시청자들이 설지환을 잊게 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그다.

보다 탄탄한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백경이라는 인물에 공감을 많이 하려 했다는 이재욱. 그는 "백경의 비극적인 전사에 100% 공감하기는 어려웠지만 슬픔을 표현하는데 가장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연기를 하기 전 신중히 분석을 하고 계산을 하는 편이다. 현장에서 대사 숙지가 안돼 있거나 연기할 방향이 짜여있지 않아 불안에 떠는 것이 싫더라"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재욱은 "백경 역시 처음에는 눈빛, 표정, 얼굴 각도까지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준비를 해서 촬영장에 갔었다"며 "그렇게 연기를 계속하다 보니 백경 캐릭터가 몸에 배었고, 리허설을 하는데도 저절로 백경처럼 행동하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만반의 준비 끝에 선보인 백경 캐릭터는 결국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큰 사랑을 받았다.

'물 흐르듯' 학창 시절을 보냈다는 이재욱.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연기에 푹 빠져 18살에 진로를 정하고 연기 학원으로 향했다는 그는 재수 끝에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다. "나도 모르게 희곡을 찾아 읽고, 연기 관련 서적을 직접 구매해서 읽고 있더라.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도, 재수를 하는 과정도 모두 연기를 하고 싶다는 진심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2019년은 특별한 한 해였다. 2018년 말 전파를 탄 드라마 '알함브라의 궁전'을 시작으로 데뷔 1년 만에 3편의 드라마와 1편의 영화를 필모그래피에 쌓게 됐다.

하지만 자신의 연기를 돌이켜 보면 "아쉬운 것 밖에 남지 않는다"는 이재욱이다. "친한 동료들을 얻었다는 것 외에는 아쉬움 투성이다. 특히 연기하는 내 모습을 다시 보면 보완할 점을 더 찾아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평생 남을 영상들이라는 마음으로, 늘 조금 더 세밀하게 연기를 해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연기자의 내공이라는 것이 그 섬세함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며 자신만의 연기관도 털어놨다.

'어쩌다 발견한 하루'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지금, 그의 다음 과제는 시청자들이 백경을 잊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매번 한 작품이 끝나면 생기는 숙제 같다. 그래서 완전히 상반되고 다른 성격을 가진 인물들을 연기하고 싶어 진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힌 이재욱이다.

특히 욕심이 나는 장르는 누아르란다. '신세계' '불한당' '범죄와의 전쟁' 등 감정선이 굵직한 한국 정서의 스릴러들이 특히 욕심이 난단다. "액션에 특출 난 소질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배워 출연하고 싶다"는 당찬 각오가 이어졌다.

당장은 누아르 대신 2020년 2월 첫 방송 예정인 JTBC 새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출연을 앞두고 있다. 이재욱은 주인공 임은섭(서강준) 친구인 이장우 역을 맡아 서정적이고 따뜻한 남자로 변모할 예정이다. 그의 무한한 탈피와 변신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