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다. 다양한 작품에서 독보적인 존재감과 연기력으로 인정받은 하정우의 배신이다. '첫 미스터리 도전'이라는 기대감을 무참히 깨부수는 배우 하정우의 연기력이 매우 아쉬운 '클로젯'이다.

5일 개봉된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제작 영화사 월광)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 이나(허율)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 상원(하정우)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 경훈(김남길)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클로젯'은 하정우의 첫 미스터리 도전작이다. 하정우는 극 중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원 역을 맡아 연기했다. 영화 '추격자'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암살' '신과 함께' 등 매 작품마다 매력적인 캐릭터 연기로 연기파 배우 입지를 다져온 하정우의 새로운 도전에 일찌감치 '클로젯'을 향한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이 모아졌다.

그러나 '클로젯'에서 하정우는 좀처럼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지 못하고 영화 내내 표류한다. 하정우의 장점은 캐릭터를 자기화시켜 매력적이고 개성 있게 살리는 것인데, '클로젯'에서는 무미건조하다. 캐릭터를 입지 못한 하정우만 남았을 뿐이다.

특히 상원 캐릭터 감정선의 핵심인 부성애는 기미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미비하다. 하정우는 '사라진 딸을 애타게 찾는 아버지'라는 설정의 기본적인 감정들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했다. 그동안 일만 하느라 딸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는 서툰 아빠 설정이라 그렇다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물론 벽장에 얽힌 미스터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상원과 이나의 서사에 할애된 장면이 많진 않다. 하지만 적게 할애된 장면마저도 하정우는 허투루 흘려보낸다. 일례로 상원이 딸의 실종 전단지를 아르바이트 직원에게 무성의하게 넘기는 모습은 딸을 찾겠다는 진심마저도 의심하게 만든다. 또한 방송 카메라 앞에서 이나를 찾고 싶다고 말하는 상원의 모습은 마치 앞에 있는 대본을 그대로 줄줄 읽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러한 빈틈들이 상원을 애타게 딸을 찾는 아버지라기보다는 여러 일에 시달려 피로도가 높은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

하정우의 빈틈 가득한 연기로 인해 영화 후반부 상원이 이나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감수하고 죽은 자 들의 공간인 '이계'로 들어가려는 절실함이 납득되지 않는다. 개연성이라는 뼈대를 잃으니 영화의 정점이자 핵심인 이계의 독특하고 기괴한 미장센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다. 또한 민담 속 요괴 어둑시니, 구마 의식 등 오컬트 요소들도 허술한 감정선에 매번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소비될 뿐이다.

이처럼 하정우는 일차원적인 캐릭터 연기와 구멍 뚫린 감정 연기로 첫 미스터리 도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하정우의 연기를 기대했다면, 이번 영화는 과감히 스킵해도 좋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클로젯' 스틸 및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