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예매도 필요 없다. 시야제한도 없다. 그저 동영상 플랫폼에 접속해 채널만 찾아 들어가면, 내가 있는 방은 자연스럽게 1열 좌석이 된다.

지난 2월 말부터 연예기획사, 공연제작사 등은 수많은 공연들을 취소했다. 바이러스 감염 확산세가 심화되면서 가요계, 공연계는 끝도 없는 암흑의 터널로 들어가는 듯 했다. 터널의 끝은 아직도 희미하지만, 사람들은 터널 중간 한 줄기 빛이 새어나오는 작은 틈새를 만들어냈다. 관객 없이 공연을 촬영해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언택트(비대면) 공연'이다.

뮤지컬 '웃는남자 하이라이트'가 1만5000명이 넘는 온라인 관객을 동원했고, '백건우 피아노 리사이틀', 어린이 연극 '아빠 닭'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생중계됐다. 코로나19 연대 대응 기금 마련을 위한 대규모 온라인 공연 '스트림 에이드 2020'이 진행됐고, 밴드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은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통해 자신의 집에서 '투게더 앳 홈' 콘셉트의 작은 공연을 선사했다. 온라인 생중계는 아니지만,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가수 송가인, 지코, 장범준, 국악인 이자람 등을 섭외해 '방구석 콘서트'를 꾸려 관객들에게 '언택트 공연'을 선보였고, 그룹 방탄소년단은 미국 CBS 토크쇼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의 '홈 콘서트'에 출연했다.

오프라인에선 느낄 수 없는 새로운 재미

지난달 28일 연예기획사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는 현장 관객이 없는 온라인 페스티벌 '시크릿 페스타'를 열었다. 옥상달빛, 서사무엘 등 유명 가수들 뿐만 아니라, 인디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김산, 이루리 등이 참여했다.

그간 온라인 공연을 꾸준히 해왔던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온라인 페스티벌을 내놓을 수 있었다. 라인업이 공개되지 않는 '시크릿 페스타'의 콘셉트 또한 기존에 진행했던 '시크릿 나잇' 콘텐츠를 발전시켰다. 다만 이번 공연은 실제 관객들이 보는 공연과 똑같이 진행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공연 퀄리티도 놓칠 수 없다.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는 관객들이 직접 현장에서 음악을 들을 수 없다는 한계를 최대한 극복하기 위해 음향 시스템에 가장 신경을 썼다. 그만큼 관객들 반응도 좋다. 해당 기획사 관계자는 "많은 분들이 실제 음향 퀄리티가 좋았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오프라인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온라인 공연만의 재미도 흥행에 한몫 했다. 채팅창을 통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매직스트로베리 관계자는 "시청자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람을 하다 보니, 소위 '주접 댓글'과 같은 재치 있는 메시지들이 공연의 색다른 재미 요소가 됐다. 이는 오프라인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는 '언택트 공연'만의 재미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실은 떠안고 갑니다. 위로가 목적이니까요."

'시크릿 페스타'의 누적조회수는 4000회를 훌쩍 뛰어넘었다. 예스24라이브홀(약 3000명 수용 가능), 올림픽경기장 올림픽홀(약 4000명 수용 가능) 등 웬만한 공연장을 가득 채운 수치와 견줄 만하다.

하지만 오프라인 공연과 달리,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는 온라인 공연을 통해 기획사가 얻는 티켓 수입은 없다. 공연장 대여료, 인건비 등 기존 고정 비용에 생중계를 위한 장비 대여·구매 비용까지 지출은 오히려 늘었다. 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관계자는 "손실은 회사가 고스란히 떠안는다"며 "많은 분들께 잘 알려지지 않은 아티스트를 알리고, 숨은 명곡을 소개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되는 공연"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부터 무관중 생중계 공연 프로젝트 '힘내라 콘서트'를 시작한 세종문화회관도 티켓 수입을 못 벌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서울시로부터 재정을 지원받아 공연을 올릴 예술단체들에 제작비, 홍보비 등을 지원해준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수익이 없더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많은 국민들에게 위로를 드리고자 기획한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힘내라 콘서트'는 세종문화회관 대관 취소 공연과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추천을 받아 선정된 연극, 뮤지컬, 클래식 등 총 12팀을 선정했다.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여명의 눈동자', 해외 록밴드 빌리카터 콘서트, 연극 '사라지는 사람들' '흑백다방', 포르테 디 콰트로 콘서트 '온리 포 유(Only for You)'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안방 1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전망이다.

이밖에 더 많은 온라인 공연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지친 관객들에게 위로를 전할 예정이다. 그룹 마마무, 가수 김재환 등이 참여하는 '라이브 K콘서트(Live K Concert)'가 오는 11일 올레 tv와 시즌(Seezn)을 통해 무료 생중계되며, 국립국악원은 오는 25일까지 매주 토요일 온라인 생중계 공연 '사랑방 중계'를 선보인다.

[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매직스트로베리 사운드, 세종문화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