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큰 수익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앎에도 명필름 심재명 대표가 '태일이'를 제작한 이유는 분명했다. 부당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직접 행동했던 전태일 열사의 희생을 오랫동안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1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는 근로기준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스스로 희망의 불꽃이 되기를 결심한 스물두 살 청년 태일이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1970년 순국한 전태일 열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태일이'는 100여 개의 적은 수의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음에도 불구, 뜨거운 입소문을 타고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전태일 열사의 고귀한 희생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게 됐다는 것. 이에 힙입어 '태일이'는 개봉 10일만인 12일 10만 관객을 넘어섰으며 지금(15일 기준)도 '유체이탈자 '연애 빠진 로맨스' '킹메이커' '이터널스' 등 강력한 경쟁작들 사이에서 당당히 박스오피스 9위를 기록 중이다.

이와 관련 '태일이'를 제작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사실 기대했던 성적은 훨씬 높았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기도 하고, 또 코로나19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양가적인 기분이 드는 순간인 것 같다"면서 "기대했던 건 100만 정도였다. 제작비가 30억 원이 넘게 들어 손익분기점이 그 정도 된다. 하지만 코로나19 시국에 10만이라는 성과도 쉽지 않기에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든다"는 소감을 전했다.

사실 전태일 열사는 대중에게 익숙한 인물은 아니다. 그를 주제로 한 작품도 1995년 개봉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전부일 정도. 때문에 흥행 면에서는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태일이'를 제작한 이유에 대해 심 대표는 "현재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도 공감의 메시지를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심 대표는 "저희는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전태일 열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용기가 없어 그 시도를 하지 못하다가 10년 전 '마당을 나온 암탉'이 크게 성공하며 용기를 얻게 됐다. 이와 함께 최호철 만화가가 그린 전태일 열사에 대한 5권짜리 만화책을 보게 됐고 그때부터 그 사람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됐다"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실사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을 택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사실 실사화를 하려면 이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든다. 60-70년대 배경을 재현하려면 100억 원 이상이 필요한데 그러기엔 어려움이 많았다"라며 "또 애니메이션이 저희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더 보편적으로, 더 잘 전달할 수 있을 거라 봤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만큼 글로벌한 매체는 없다고 생각한다. 목소리를 그 나라의 언어로 더빙을 하는 순간 전 세계관 통용되지 않냐. 예를 들어 '짱구'를 유럽이나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애니메이션이냐 말로 전 세대가 쉽게 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매체라 생각해 애니메이션을 통해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그려내게 됐다"라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태일이'에는 장동윤, 염혜란, 진선규, 박철민, 권해효, 등 다양한 작품에서 신스틸러 활약을 톡톡히 해낸 명품 배우들이 더빙으로 함께 했다. 캐스팅의 기준은 따로 없었을까. 심 대표는 "매치가 가장 잘 될 것 같은 배우분들을 우선적으로 캐스팅했다. 특히나 중요한 기준은 연기적 신뢰도였다"면서 "주인공 전태일 역의 경우 캐스팅할 때 오랜 고민을 했는데, 그러다 장동윤 배우가 데뷔 전 편의점 강도를 잡았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그런 이미지가 잘 맞는 것 같아 여러 고민 없이 제안을 드렸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심 대표는 "코로나 상황이 한 번 더 어려운 상황으로 돌입하지 않았냐. 가족 규모의 관객분들이 극장에 가길 꺼려 하시는데 현재 단체 및 공동체 상영을 준비 중이다.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저희 영화를 보시고 전태일 열사를 그저 위인전에 박제된 인물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분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갖고 있는 인물이라는 걸 아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태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