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시청률 부진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접이 풍년'이 '출연 어그로'로 뜻하지 않은 비난에 직면했다.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내린 판단이었겠지만, 오히려 신뢰를 깎아먹으며 고정 시청층 이탈 위기에 빠진 모양새다.

KBS2 예능프로그램 '팬심사랑대회 주접이 풍년'(이하 '주접이 풍년') 측은 지난 16일 '득점왕 손흥민이 온다! NICE ONE SONNY!'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공개된 영상 속에는 '아시아인 최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ngland Premier League, 이하 EPL) 득점왕', '한국인 최초 푸슈카시 상 수상', '대한민국 월드컵 득점 수 공동 1위', '이젠 진짜 월드 클래스 맞습니다' 등의 자막과 함께 손흥민 모습이 교차 편집돼 담겼다.

해당 콘텐츠를 접한 일부 축구팬들은 6월 A매치, 프리시즌 등 숨 가쁜 일정을 소화 중인 손흥민의 출연 소식에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특히 손흥민은 부친 손웅정의 뜻에 따라 은퇴 전까지 축구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터라 관심은 배가 됐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손흥민은 8일 진행된 녹화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고, 가수 김재환을 비롯한 그의 찐팬들이 모여 토크를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역대급 덕심을 가진 주접단들이 자리를 채워 현장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누리꾼들은 제작진의 어그로에 분노하며 "손흥민 아버지가 여기 나오는 거 허락했을 리 없다", "어그로 끝판왕이다. PD 시말서감 아니냐", "프로그램이 욕을 바가지로 먹어야 하는 이유를 미리 예고로 알려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주접이 풍년'은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덕질과 함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주접단'을 조명해 그 속에 숨어있는 사연과 함께 덕질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는 신개념 '어덕행덕(어차피 덕질할거 행복하게 덕질하자)' 토크 버라이어티다.

지난 1월 20일 첫 방송된 '주접이 풍년'은 연예계 스타 팬들의 진심 어린 이야기와 이태곤, 박미선, 장민호 등 3MC의 찰진 케미스트리를 통해 최고 시청률 6.7%(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KBS 예능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당초 10회로 기획됐으나 시청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호평에 힘입어 정규 프로그램으로 확정됐다. 이후 기존 방송시간을 앞당겨 더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자 노력했지만, 시청률은 회를 거듭할수록 하락했고 화제성 역시 전보다 크게 줄었다.

아직까지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갈 길이 멀어 보이는 '주접이 풍년'이지만, 이번 '어그로성' 예고로 신뢰성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신선한 아이디어가 아닌, 자극만 앞세워 위기를 타파하려는 제작진의 오판은 여러모로 씁쓸함을 자아낸다.

[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K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