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김태리 "난 멋진 사람, 오랜 헤맴 끝에 알았어요" [인터뷰]
2022. 07.21(목) 09:33
외계+인, 김태리
외계+인, 김태리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난 정말 멋진 사람이에요"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오랜 자격지심과 자기혐오, 방황과 헤맴 끝에 마침내 진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는 배우 김태리를 만나봤다.

20일 개봉한 영화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제작 케이퍼필름)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김태리는 극 중 천둥을 쏘는 처자 이안 역을 연기했다.

김태리는 예전부터 최동훈 감독과 함께 호흡을 맞추길 희망했단다. 오랜 꿈같은 거였다고. 김태리는 "그래서 출연 제의가 왔을 때 무척 흐뭇했다"라며 "대사에 내 이름 워터마크가 들어있는데 볼 때마다 마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같은 느낌이었다. 어딘가 찡하고 행복했다. 대본을 받자마자 안 한다는 가능성은 아예 없었던 것 같다"라고 최동훈 감독을 향한 팬심을 뽐냈다.

'외계+인'은 SF와 사극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 작품. 이를 이해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없었을까. 이와 관련 그는 "난 사실 고려에서 주로 활약했기에 상상하는 데 있어 어려운 점은 많이 없었다. CG 같은 경우에도 스태프분들이 많이 신경 써주셔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썬더나 고양이도 모형을 흔들며 연기해 주셔서 시선을 정리할 수 있었고, 외계인이 나오는 장면도 다 쫄쫄이를 입고 연기해 주신 덕에 편했다. 배우를 많이 배려해 주셨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배려 덕분에 긴 촬영도 문제가 없었다"는 김태리는 "오히려 길어서 너무 좋았다. 끝나는 날 너무 아쉬워서 더 찍자고 할 정도였다"라며 "또 쉼과 일이 너무 밸런스 있게 딱 맞아떨어졌다. 현실적으로 고려시대와 현대시대를 동시에 촬영할 수 없기에 텀을 두며 촬영을 했는데, 그게 촬영 중간중간에 쉼이 필요한 내 루틴에 딱 맞았다. 덕분에 1년의 촬영이 하나도 안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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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리는 작품 운이 좋은 배우 중 하나다. 영화 '아가씨'를 시작으로 '1987' '리틀 포레스트' '승리호',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스물다섯 스물하나'에 이르기까지 출연한 모든 작품이 큰 성공을 거두며 그간 꽃길만을 걸어온 것. 여기에 '쌍천만 감독'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 차기작인 만큼 앞으로 더 승승장구할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김태리 역시 저만의 고민이 있었다. 이런 작품들에 연달아 출연하는 건 분명 배우로서 크나큰 축복이지만, 커져가는 인기만큼 김태리의 마음속에는 연기와 관련된 고민이 하루하루 몸집을 키워가고 있었다.

"과거의 작품에선 모두 연기를 했다기보단 흉내를 낸 것 같다"는 김태리는 "특히 '멋있는 척'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미스터 션샤인'의 애신이가 그렇게 목소리를 깔 이유가, '승리호'에서 장선장이 그렇게 목소리를 멋있게 내뱉을 필요가 없지 않냐. 그랬던 이유는 그저 멋진 척을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땐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물이 멋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비슷한 결에서 김태리는 이번 '외계+인' 1부에서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털어놨다. 극 중 천둥 쏘는 처자 이안 역을 연기한 김태리는 "이안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멋있기만 하다. 그래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며 "최동훈 감독님의 과거 작품을 보면 캐릭터들이 다 모자라고 우당탕탕 하다가 갑자기 어떤 순간에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냐. 그런 점이 멋있는 면을 더 부각시켜주는 데, 대본 속 이안이는 그냥 멋있어서 아쉬움이 남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감독님께 '이안이가 조금 인간적이었으면 좋겠다' '조금 무너졌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드리기도 했다"는 김태리는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많은 부분을 수정해 주셨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더 했으면 어땠을까, 조금 더 에너지가 폭발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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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이어지던 가운데, 김태리에게 해결책을 준 건 '스물다섯 스물하나'였다. 자신의 터닝포인트라 말할 정도. 김태리는 "그동안 '아가씨' '미스터 선샤인' 등 그 어떤 작품도 내 변곡점이라 말할 수 없었는데, 이번 작품이 변곡점이었다. 새로운 장이 열린 듯한 기분이었다"고 회상하면서 "그 작품을 하면서 너무 많은 실패를 했다. '더 이상의 실패는 없겠다' 싶을 정도의 정신 상태였다. 작품이 끝난 뒤 치유의 시간을 갖고 올라오면서 이전과는 다른 내가 됐다. 수많은 실패를 경험해 성장하게 됐더라. 인생 챕터 2가 열린 듯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리는 "세상 내 마음대로 흘러가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경험을 가장 많이 한 것 같다"고 당시의 느낌을 설명하며 "그 이후 마음가짐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정하게 됐다. 사람들을 대하는 내 기본 태세가 정해졌다. 다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예전엔 사람들에 의해 많이 흔들렸다. 반면 지금은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서 있는 내 나뭇가지의 모양새가 정확하게 보인다"라고 이야기했다.

김태리는 변화가 준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들려줬다. "내 가지가 정확히 보이면 조심해야 할 게 많지 않다"라는 그는 "스스로가 명확하다 보니, 하는 말도 공을 들여 할 필요가 없다. 그저 머릿속에 있는 말을 하면 된다. 물론 내가 너무 솔직하고 당당하다 보니 어떤 사람한테는 재수 없게 보일 수도 있고 안 좋게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요즘 겸손이란 게 없다. 남들이 최고라고 하면 '그렇다'라고 이야기하고, 멋있다고 칭찬해 주면 '나 멋있어요'라고 답하기도 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전엔 희도에게 멋있음이 밀리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제가 확실히 밀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 멋있는 느낌이다"라고 전했다.

"'멋있음'의 기준은 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이에요. 게임 '삼국지'를 보면 지능, 인품 등 사람한테 여러 게이지가 있잖아요. 나만의 게이지를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정확하게 보는 것. 이게 바로 '멋있음'이라 생각해요. 물론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면 부끄러울 수 있어요. 저 역시 오랜 시간 자기혐오, 수치심, 자격지심 등의 감정을 겪어 왔어요. 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알게 되면 무엇을 채워야 하는지,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어요. 그런 힘든 시기를 지나 지금의 김태리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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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매니지먼트m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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