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마우스' 김주헌 "늘 새로운 얼굴의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터뷰]
2022. 09.22(목) 07:57
빅마우스, 김주헌
빅마우스, 김주헌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매번 새로운 얼굴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데, 아직 보여주고 싶은 얼굴이 더 많단다. 매번 새로운 얼굴과 연기로 시청자들을 찾아가고 싶다는 배우 김주헌을 만나봤다.

최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극본 김하람·연출 오충환)는 승률 10%의 생계형 변호사가 우연히 맡게 된 살인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희대의 천재 사기꾼 '빅마우스(Big Mouse)'가 되어 버리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작품. 극 중 김주헌은 구천 시장이자 메인 빌런 최도하 역으로 활약했다.

짧지 않은 여정을 끝마친 김주헌은 "너무나 좋은 역할을 받은 것 같아 작가님과 감독님께 감사하다. 되돌아보면 두 분은 내 얘기를 잘 들어주시고 필요한 말씀도 많이 해주셨던 것 같다. 배우분들과도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는 소감을 전하며 "우리 드라마는 배우분들과 제작진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던 작품이라 생각한다. 특히 호흡이 좋았다. 내가 생각하는 호흡이란 서로를 더 빛나게 할 수 있는 액션과 리액션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이 너무 좋았고 재밌었다. 그런 게 있었기에 저희 드라마가 더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김주헌이 연기한 최도하는 초반부에선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선과 악의 경계에서 모호한 입장을 내비치다 후반부부터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악의를 드러내는 인물. 김주헌은 냉혹한 빌런 최도하가 주는 반전의 임팩트를 강조하기 위해 초반부와 후반부의 캐릭터를 완전히 분리해놓고 그려가기 시작했단다.

"연기를 하기 전 나는 '이 인물의 리듬과 성향은 어떤가'를 기준으로 캐릭터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상상하곤 한다. 예를 들어 선한 역할을 맡으면 초원을 뛰어다니는 사슴을 상상하고, 반대라면 악한 이미지의 무언가를 떠올린다. 이번에 맡은 최도하 같은 경우엔 전체적으로 되게 음습하고 물안개 같은 불편함이 느껴졌으면 했다. 비가 많이 오거나 몸이 젖어있으면 찝찝하지 않냐. 그런 기분이 안방극장에도 전달되길 바랐다"고 연기를 준비한 과정을 설명한 그는 "다만 초반부와 후반부 최도하의 분위기가 다르지 않냐. 초반부에서는 이런 음습함을 감추고 숨기려고 했고, 후반부에서는 이걸 터트리는 동시에 조금 더 불규칙한 모습을 넣어보려 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불규칙하고 규칙성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때 불편하고 불쾌함을 느낀다고 하더라. 어떻게 하면 현장에 있는 사람까지 기분 나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연기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캐릭터에만 몰입하다 보니 자신에게 깜짝 놀란 순간도 있었다. 시청자들의 악플을 보며 웃고 있는 자신을 확인했다는 것. 김주헌은 "이번에 촬영하다 시청자들이 조금이나마 최도하에 대한 분노를 푸셨으면 하는 마음에 SNS에 최도하 사진과 함께 '괜찮아요. 마음껏 욕하세요'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좋아요가 10만 개와 댓글 1만 개를 기록했다. '최도하가 많이 불편했구나' 생각이 드는 동시에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연기를 잘 했다고 생각해서 느껴지는 뿌듯함은 아니었다. 그냥 현장이나 인터넷에서 '나쁘다' '못됐다'는 평가를 받으면 희열이 느껴지며 깔깔 웃었다. 그 반응들이 통쾌하고 기분이 좋더라.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그떈 좀 그랬던 것 같다"고 들려줬다.

애정과 노력을 쏟으며 최도하라는 인생캐를 다시 한번 만드는 데 성공한 김주헌이지만 아쉬운 순간도 분명 있었다. "이번 역할을 준비하면서 시청자들을 정서적으로 따라가게 할 것이냐, 절대 이해는 안 되지만 확실하게 악인으로 갈 것이냐 고민을 많이 했는데, 난 이 지점에서 실패한 케이스라 생각한다"라고 운을 뗀 그는 "스스로 선을 지키지 못한 부분도 많다. 특히 토론회 장면과 와인을 마시며 창호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신이 아쉽다. 더 잘 해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라"라면서 "사실 연기하면서 내 연기가 좋았다고 느끼는 순간은 거의 없던 것 같다. 선택의 연속이지만 항상 돌아서면 후회가 되는 것 같다"라고 겸손히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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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헌의 빌런 활약과 배우들과의 호흡이 주는 시너지는 흥행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고 시청률 13.7%(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이라는 기록을 남기며 종영한 것. 이는 올해 방송된 지상파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런 인기에 대해 그는 "전혀 예상 못 했던 수치다. 사전제작 형식의 드라마이다 보니 어느 정도까지 기대를 해야 할 줄 몰랐는데, 이렇게 좋은 결과를 받게 돼 너무 기분이 좋다"면서 "인기의 비결이라면 열연과 연출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빠른 전개 속도 속에서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교도소 시퀀스가 초반부에 펼쳐지지 않냐. 물론 난 시장이기 때문에 함께 호흡하진 못했지만 가끔 모니터링을 볼 때면 깜짝깜짝 놀랐다. 그 안에 있는 선배님들과 동료들이 전부 짐승처럼 보였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 에너지가 확 왔던 기억이 있다.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배우분들이 자랑스러웠던 순간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빅마우스의 정체를 제대로 숨겼다는 점 역시 인기의 비결 중 하나라 생각한다"며 "우리 배우들끼리도 서로의 정체를 의심하고 추리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한테도 정체를 밝히지 않으셨다. 개인적으로 교도소에 있을 거란 생각은 했지만 누구일지 가늠은 안 됐다. 제리(곽동연)는 너무 뻔할 것 같았고 나머지 역할들도 뭔가 아닐 것 같았다. 그리고 나중에 노박(양형욱)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빅마우스가 비단 어느 한 사람만 지칭하는 건 아니라는 게 함께 드러나지 않냐. 다수가 빅마우스를 상징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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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빅마우스'를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기게 된 김주헌의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그는 "'빅마우스'에서 빌런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개인적으론 더 해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또 다른 느낌의, 다른 결의 빌런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다른 역할을 하더라도 지금까지 안 했던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사실 개인적으론 내가 잘 하는 게 무엇인지 아직은 제대로 모르겠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를 재밌게 보신 분들이라면 코믹적인 부분을 좋아하실 수도 있는데, 난 연극할 때부터 코미디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울렁증이 있을 정도였다. 항상 진지한 것만 해왔는데 그런 상황에 칭찬을 들으니 신기했다. 그때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됐다. 안 해본 게 여전히 너무나 많은데 계속 새로운 역할을 맡으면서 내가 잘 하는 걸 찾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엔 "30대에는 40대를 위해 지금을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힘듦도 고비도 있었다. 그때마다 무너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내 마흔은 멋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달려왔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은 똑같은 것 같다. 멋있게 늙고 싶다. 10년 전엔 오로지 연기만 바라보며 살았다면, 이젠 시야를 넓혀 많은 걸 볼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생각한다. 그것조차 배우에겐 조름 거름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성장하며 멋진 배우, 눈이 가는 배우로 남고 싶다"라고 답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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