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가수는 음악으로만 인정받고 사랑받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인정과 사랑을 받아야 할 대상이 대중이며, 대중이 어떤 음악을, 가수를 인정하고 사랑하게 된다는 건 그 음악에 담긴 가수의 삶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는 데 있다. 즉, 어떤 가수가 대중에게 자신의 음악이 사랑받고 인정받을수록 지켜야 하는 의무와 져야 하는 책임이 지대해지는 까닭이다.

지난 15일 래퍼 ‘도끼’의 이름이 국세청 홈페이지에 등장했다. 2억 원 이상의 국세를 1년 넘게 체납한 고액·상습 체납자 6,940명 명단에 포함되어 인적 사항이 공개된 것이다. 그가 밀린 세금은 3억 원가량, 2018년도에 발생하여 3년간 법정 공방을 벌여온 외상값 논란으로 신뢰도가 추락할 대로 추락한 이후 다시금 맞닥뜨린 이 같은 상황에 대중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앞선 외상값 논란의 정황은 이러하다. 도끼가 해외 귀금속 가게에서, 2018년 9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20만 6,000달러(약 2억 7000만원) 상당의 보석류 7점을 외상으로 구매하고서 이 중 3만 5,000달러(약 4,500만 원)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참다못한 귀금속 가게가 도끼의 전 소속사 ‘일리네어 레코즈’를 상대로 소송을 내자, 도끼 측에서 구매가 아닌 협찬이었다는 주장을 펼치며 3년간의 법정 공방이 시작된다. 그 결과 현재 도끼는 해당 귀금속 가게에, 미납대금에 지연손해금을 더한 액수의 돈을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다.

여기에 고액의 세금 체납자라니, 그것도 ‘상습’이란 수식어가 함께다. 불우한 가정환경을 극복하고 래퍼로 이름을 알리며 얻은 재력을 다양한 방식으로 과시해온 도끼였고, 그러한 면이 또 특유의 매력으로 인정되어 일명 ‘플렉스’의 아이콘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그였기에, 대중이 느낀 실망감과 배신감은 깊다.

도끼의 ‘플렉스’가 인기로 직결될 수 있었던 건 ‘정정당당’했기 때문이다. 흙수저인 그가 오롯이 자신의 실력으로 얻어낸 것으로 여겨졌으니까. 그러니 그가 자신이 번 돈을 얼마나 다채롭게 흥청망청 쓰고 또 얼마나 신명나게 자랑하던, 놀랍게도 대중에겐 눈살 찌푸릴 일이라기보다 대리만족 혹은 해소에 가까운 감정을 안기는 무엇이 되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믿고 지지했던 그의 정정당당한 플렉스가 정작 행해져야 할 곳에서는 자취를 감춰버린 것이다. 심지어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가 아니라 하지 않으면 범법 행위가 되는 사안들에서. 대중은 당황을 넘어 황당해하며, 도끼의 플렉스가 기반하고 있는 그의 음악에 실린 진정성까지 의심하는 형국이다.

사실상 도끼의 음악은 더이상 떳떳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다. 와중에 이 모든 게 별일 아니라는 듯 진행되고 있는 그의 새로운 앨범 홍보가, 대중의 시선에 고깝게 보일 수밖에 없다. 작은 균열도 복구하기 어려운 게 누군가를 향한 신뢰다. 제대로 된 해명, 사과 한번 하지 않은 채 매진하여 만든 그의 음악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간혹 음악으로만 증명하기 어려운 순간이 있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도끼 개인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