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창작 뮤지컬 '영웅'이 어느덧 14주년을 맞았다. 영화 개봉과 동시에 개막해 순항 중인 '영웅'의 주역들이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직접 이야기하는 자리를 가졌다.

18일 오후 뮤지컬 '영웅'의 미디어데이가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열렸다. 현장에는 에이콤 윤호진 예술감독, 윤홍선 대표, 배우 정성화 양준모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거사에 성공한 이후 생애 마지막 1년을 그린 뮤지컬이다.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2009년 초연해 올해로 4주년, 9번째 시즌을 맞았다. 동명의 영화가 제작돼 이번 시즌 개막에 맞춰 함께 개봉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의거 100주기에 시작한 '영웅', 14년의 연대기

'영웅'은 에이콤이 만든 창작 뮤지컬이다. 당시 에이콤 대표로서 제작을 전두지휘했던 윤호진 예술감독이 '명성황후'에 이어 또 한 번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뮤지컬을 만들었다. 윤 예술감독은 "의거 100주년을 맞기 5년 전부터 이 작품을 준비했다. 2004년이었는데, 한 청년이 찾아와서 다짜고짜 100주기를 맞아 작품을 하자더라. '나는 그런 작품 안 만든다. 편하게 해보고 싶다'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그냥 돌아갔다. 그런데 계속 머리에 궁금증이 생겼고,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슬슬 욕심이 나더라. 동양 평화에 대한 가장 중요한 업적을 제대로 크게 살려보자 싶었다"라며 제작을 결심한 계기를 밝혔다.

윤 예술감독은 "사실 '명성황후'를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고, 대형 작품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었음에도 우여곡절도 많았다. 우리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라며 LG아트센터에서 올라갔던 초연 무대를 회상했다. 뮤지컬에서 CG를 처음 시도하던 시기에 달리는 기차신을 영상으로 표현했고, 한 달 간 세트를 세워 배우들을 합숙 시켜 가면서 연습을 했다는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는 올해로 14주년을 맞은 '영웅'이 매 시즌 피드백을 수용하고 변화하며 발전해 왔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시즌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인물 간의 관계를 조금 더 합리적인 설정으로 바꿨다는 것"이라며 "링링의 노래를 듀엣으로 한다거나, 이토 장면을 좀 더 확대 시키고 영상을 더 투입해서 세트가 좀 더 밝아지고, 기차가 하얼빈에 도착하면 좀 더 화려하게 탈바꿈 하는 식으로 바꿨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적으로는 관객들의 피드백을 들으면 작품을 만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대의 영웅은 누구인지, 과연 31살에 조국을 위해 희생할 사람이 현 시대에 있을지, 그리고 나라가 왜 필요한 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끔 하는 작품이라는 평을 듣는다"라며 "제가 살아있는 한 '영웅'은 계속해 진행형일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 정성화·양준모, '영웅'의 양대산맥

뮤지컬 영웅, 정성화

뮤지컬 영웅, 양준모

정성화는 2009년 초연, 양준모는 2010년 재연 무대부터 지금까지 긴 세월 동안 뮤지컬 '영웅'을 지켜온 이들이자 작품을 대표하는 배우들이다. 실존 인물인 안중근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많은 고뇌를 겪었다는 두 사람도 14주년을 맞은 소회를 밝혔다.

정성화는 "안중근은 어린 나이에도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컸던 인물이다. 결과적으로 나름대로 자기 생각에 의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지만, 평소에도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 강했던 인물인 거 같다. 내 안에서는 듬직하고 믿음직한 남자아이였다는 이미지가 있고, 뮤지컬 무대에서는 영웅적 면모보다 항상 올곧은 생각을 가진 평범한 인물의 모습을 그리려고 했다. 그런 부분 덕분에 안중근이 우리에게 햇빛 같은 존재가 되고, 그 분이 있어 우리가 햇빛을 받아 살 수 있는 거 아닐까 생각했다"라고 이야기했다.

14년을 거치며 정성화가 그려내는 안중근에도 미세한 변화가 있었다. 그는 "큰 부분을 바꿀 수는 없지만, 어떻게 하면 노래 속에서 모든 감정을 섬세하게 구현할 수 있을 지를 많이 고민했다. 감정을 보다 세밀하게 잡으려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영화 '영웅'에서도 안중근 역을 맡았던 그는 "영화를 찍으며 느꼈던 감정을 무대 위에서 구현하는 방식에 대해 특히 집중했다. 노래 안에서도 기승전결이 있다. 그걸 더 많이 쪼개서 관객에게 보여드리려 애쓰고 있다. 좀 더 섬세해진 안중근을 보여드리려 노력 중"이라고 이야기했다.

양준모는 "2010년 당시 서른의 나이였다. 당시 쉽지 않은 경험을 하면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감정을 겪었을 안중근을 이해하려 노력했다면, 지금은 그런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고 있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안중근이 어떤 사람인지는 자료 등을 통해 느낄 수 있지만, 무대 위 안중근을 그릴 때는 한 인간으로서, 아버지로서, 아들로서 깊은 고민과 아픔을 표현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양준모는 "예전에는 강한 안중근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면, 지금은 거사를 치르기 위해 안중근이 얼마나 많이 울고 힘들고 (가족을) 그리워했을 지를 표현하려고 했다. 그 과정을 보여드림으로서 내가 생각한 '영웅'은 '크건 작건 나라를 위해 일하는 이들 모두'라는 생각을 전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 안중근의 감정과 무게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저도 모르게 연습할 때부터 공연할 때까지 아픔이나 고통을 느끼더라"라며 "다른 작품을 할 때는 그렇게까지 크게 느끼지 못하던 것들이 느껴진다. 모든 것을 잘 컨트롤 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매일 출근하시는 예술감독님의 피드백을 들으면서 기대감을 가지고 무대를 열 수 있어 행복하다"라고 이야기했다.

◆ "뮤지컬 '영웅'과 영화 '영웅', 언젠가는 OTT에서 함께"

뮤지컬 영웅, 정성화

뮤지컬 영웅, 양준모

14년 간의 롱런을 바탕으로 '영웅'은 최근 영화로 제작돼 관객들을 만났다. 267만 관객이 드는 등 극장가에서 순항 중이다. 연출과 제작을 맡은 윤제균 감독이 뮤지컬 무대를 본 뒤 감동해 스크린 위에 '영웅'을 옮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해졌다. 한국 뮤지컬 영화 시장을 개척하는 일이다 보니 에이콤 역시 영화 팀과 꾸준한 협력을 이어왔다고. 스케줄 상의 문제로 뮤지컬 스태프들이 영화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으나, 윤제균 감독과 긴밀한 논의 끝에 영상화에 성공했다고 이야기했다.

윤 예술감독은 "처음에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수많은 난관을 가진 영화였고, 감독과 상당히 오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라며 "영화 투자자들은 대형 작품이다 보니 파워 있는 배우를 원했지만 배우 폭이 좁은데 노래 잘하는 배우는 많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정성화가 주인공이 돼 큰 산을 하나 넘었다 싶었다"라고 말했다. 대본 리딩 날에는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 역을 맡은 나문희의 거대한 존재감을 보고 안심했고, 김고은의 노래를 듣고 섭외를 하고, 하나하나 산을 넘어가 지금의 영화 캐스팅이 완성됐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우리도 이제는 우리의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제 2의 '영웅' 같은 작품이 또 영화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고, 수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큰 용기를 낸 윤 감독에게 고맙다"라고 말했다. "천만 관객이 들면 저도 돈을 좀 받는데, 천만이 아니어도 좋고 저희는 한 푼도 안 받더라도 한국 영화사에 좋은 발자국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

영화 '영웅'과 뮤지컬 '영웅'이 같은 시기에 개막해 함께 쌍끌이 효과를 내고 있는 상황, 윤홍선 대표는 "특히 이번 시즌에는 영화 '영웅' 덕에 뮤지컬 '영웅'에 새로운 관객이 유입되는 것을 확인해 반갑고 고맙다"라고 말했다. 이어 "에이콤은 뮤지컬을 영상화 하는 작업을 계속해 할 예정이다. 저렴하게 찍는 것이 아니라 영화와 버금가는 퀄리티로 찍어보려고 한다. 만약 OTT 서비스에 올라간다면 시청자들이 영화 '영웅', 뮤지컬 '영웅'을 동시에 만나 두 버전을 비교하는 재미를 느끼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라며 향후 계획에 대해 밝혔다.

'영웅'은 2월 28일까지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공연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에이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