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스캔들' 정경호, 20년 차 '연기 맛집'의 영업 비밀 [인터뷰]
2023. 03.19(일) 16:30
배우 정경호
배우 정경호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병약한 남자가 안방극장을 휩쓸었다. '일타 스캔들'을 통해 또 한 번 흥행 홈런을 터트린 정경호, 그를 만나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영업 비밀'을 직접 전해 들었다.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극본 양희승·연출 유제원)은 사교육 전쟁터에서 펼쳐지는 국가대표 반찬가게 열혈 사장 남행선(전도연)과 대한민국 수학 일타 강사 최치열의 달콤 쌉싸름한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정경호는 극 중 일타 강사인 최치열 역을 맡아 열연했다.

드라마는 17%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 정경호의 역작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원래 양희승 작가님의 팬이었다. 최근작까지 다 봤었다. 또 연출을 맡으신 유제원 감독님과도 친분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도연 선배님과 제가 감히 함께 연기할 수 있다는데, 도전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큰 사랑을 보내준 시청자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며 "황송할 정도다. 이렇게 시청률이 잘 나올지 몰랐다"라며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침만 되면 시청률을 확인하고 주위에서 연락이 오더라. 팀원들 모두 '행복하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최치열은 그간 정경호가 연기해 오던 소위 '병약미(美)' 넘치는 캐릭터들과 비슷한 결을 지니면서도 한 스푼의 까칠함이 더해진 인물이었다. 정경호는 과거 학원 제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을 겪으며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이로 인해 섭식 장애와 불면증 등을 앓으면서도 오로지 강의에만 매진하는 워커홀릭 최치열을 제 옷을 입은 양 맛깔나게 소화했다. 극 중 도시락을 통해 남행선을 만나고, 사람의 정을 느끼며 인간적으로 변화해 가는 최치열의 모습 또한 섬세하게 그려내며 전도연과의 로맨스로도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정경호는 "우선 최치열이 더 인간미가 많은 인물이었으면 했다. 섭식장애도 앓고, 잠도 못 자는 모습 등 안쓰러운 부분들이 많았지만 또 다른 표현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간미를 더해야겠다는 방향성을 잡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하찮아 보이는 매력, 소위 '하찮미(美)'를 녹여내면 최치열이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 같아 보이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말했다.

소위 '바싹 마른 몸'이라는 시청자들의 평가에 대해서는 "거의 8년 동안 이런 바싹 마른 몸을 보여드린 것 같다"라며 웃었다. 특히 전작인 연극에서 에이즈 환자 역할을 맡아 감량이 된 상태였기에 치열의 모습을 연기하기가 더 수월했다고. 정경호는 "사실 최치열 이전에도 수년 동안 예민하고 날카롭고 까칠하고 마르고 샤프한, 그런 역할들을 오랫동안 해왔다. 계속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한 고민도 물론 존재했지만, 최치열을 하며 내가 조금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조금은 어렸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 최치열을 만나 캐릭터의 아픔을 표현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싶다"라며 ""모두 내가 연기하는 캐릭터들이니 연기가 특출 나게 다르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그간 쌓아온 경험들이 긍정적으로 발휘된 것 같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또한 그는 "사실 이건 영업비밀"이라며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장 중요시하는 건 직업의 전문성이다"라고 말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김준완을 연기할 때는 최고의 흉부외과 의사다워야 했고, '일타 스캔들'의 최치열은 최고의 일타강사처럼 보여야 했다며 "직업군에 충실해 연기를 하면 그 지점부터 인물이 달라 보이는 것 같다. 그런 디테일들이 많이 집중하는 편"이라고 이야기했다.

때문에 '일타 스캔들'에서는 '수학 일타 강사'의 삶을 표현하는데 집중했다고. 학창 시절 예체능 계열이었기에 수학과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칠판에 판서하거나 강의하는 장면을 위해 모든 공식을 외웠다는 정경호다. "실제 일타 강사에게 배우고 집에서 따로 칠판에 필기를 하며 연습하는 등 두 달 정도 공을 들였다"라며 "특히 치열이만의 글씨체를 연구했다. 중간에 방수아가 최치열의 글씨체를 알아보는 장면이 있어서, 표기 방법을 연구하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눴다"라고 설명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발차기는 대본 상에도 있는 설정이었다며 "원래는 '나이키' 동작이었는데, 도저히 안될 것 같다고 말씀드려서 발차기로 합의를 봤다. 원래 더 높이 다리를 올릴 수 있는데 옷이 꽉 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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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경호는 극 중 최치열이 유부녀인 줄 알았던 남행선과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리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했다고 말했다. 정경호는 "인연이지만 운명적인 과정이지 않느냐. 우선은 '밥'이라는 매개체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오랫동안 당연하게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쉽게 살다가 우연히 살아나는 기억이 있었던 거다. 처음에는 '왜 좋지?'라는 의문이 들었고, 그게 행선의 밥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거고, 힘들 때 먹었던 밥 한 끼가 자연스럽게 생각났던 거 아닐까 생각했다"라며 로맨스를 풀어나가기 위한 실마리를 찾은 과정을 이야기했다.

그는 "최치열은 분명 남행선의 가족을 보며 온기를 느꼈을 거고, 그래서 그렇게 드라마틱하게 변화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대본 상의 이야기를 따라갔을 뿐이지만, 엄청난 서사를 가지거나 긴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우연히 찾아온 밥 한 끼로 인해 사람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남행선이 도시락통을 꺼내주는 순간 등이 모여 치열이의 마음이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함께 연기한 전도연과의 호흡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감히 선배님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현장에서 매번 모니터를 통해 선배님과의 투샷을 보며 놀랐다. 내가 선배님 앞에 서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영광이었고, 두 번 다시는 없을 기회 같았다"라며 팬심을 드러냈다. 또한 오의식, 노윤서, 이봉련 등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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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데뷔한 지 20년 차, 정경호는 매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치는 배우들 중 하나다. 그는 지치지 않고 계속해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좋은 사람들'을 꼽았다. "뻔한 이야기지만 제가 언제 또 전도연 선배님과 연기를 해보겠느냐"라며 "그런 마음들이 모여 원동력이 된다. 내가 또 언제 이런 감독님, 작가님, 또 수많은 동료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싶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다는 것이 20년 동안 꾸준히 버텨온 힘이라는 생각이 들어 주변에 감사하는 마음이 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까칠한 역할은 그만하려고 한다"라며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4월부터 영화 '보스' 촬영에 임한 뒤에는 당분간 휴식기를 가지며 스스로를 정비할 계획이라고도 귀띔했다.

정경호는 "제 자신에게 변화를 주고 싶은 시기가 아닌가 싶다"라며 "오랫동안 계속 작품을 하다 보니 나 자신이 100% 차지 않았는데도 연기를 하는 상황에 익숙해진 것 같다. 앞으로의 내 모습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내가 차 있어야 다음 작품, 다음 연기가 수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마흔 하나라는 나이가 딱 인생의 중간인 것 같다. 이 중간 단계의 나이에서 나를 어떻게 잘 다지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스스로에게 변화를 주고 싶다"라는 그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 본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매니지먼트 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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