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데뷔한 지 20년이 다 되어가지만 로맨틱코미디는 처음이었다. 이토록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 것도 처음이란다. 경험이 없기에 두렵기도 했지만, 막상 해내고 나니 새로운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배우 김옥빈이다.

현재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연애대전'(극본 최수영·연출 김정권)은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여자와 여자를 병적으로 의심하는 남자가 전쟁 같은 사랑을 겪으면서 서로에게 치유받는 과정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극 중 김옥빈은 남자에게 의지하거나 지기 싫어 변호사 배지부터 온갖 무술을 섭렵한 여미란 역을 맡았다.

2005년 데뷔했지만 김옥빈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도전하는 건 처음. 그럼에도 선택한 이유가 뭐냐 묻자 "그동안 해왔던 역할과는 다른 결의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적합한 타이밍에 인연이 닿아 출연하게 됐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너무 웃겼다. 그동안 이렇게 웃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두려움 반, 설렘 반으로 선택했다"고 솔직히 답했다.

김옥빈이 낯선 장르에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20대 땐 낯간지럽고 어색하다는 이유로 가벼운 장르에 도전할 생각조차 못 했었다고. 본인에겐 맞지 않는 옷이라 생각했단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는 작품을 너무 편협하게만 선택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무래도 '박쥐' 영향이 없다곤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때 이미지가 워낙 강했고, 개인적으로 장르물을 좋아하기에 20대 땐 그런 작품들만 보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너무 그런 결의 작품만 하다 보니 '다른 장르도 해봐야겠다' '모든 걸 내려놓고 망가지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나이가 든 것 같아요. 아무래도 나이가 먹음에 따라 취향도 달라진 것 같은데, 최근엔 스트레스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게 됐어요."


다만 첫 도전인 만큼 걱정은 컸다. "느낌이 너무 좋아서 끼워 맞추더라도 해보고 싶었지만 솔직히 처음엔 무서웠다. 촬영을 할 때에도 스스로를 믿지 못해 걱정을 거듭했다"고.

심지어 김옥빈은 "이번에 '연애대전'을 하며 멜로 배우분들을 존경하게 됐다. 유사 연애 감정을 느끼게끔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무척 힘들더라. 감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외적인 부분도 그랬다. 개인적으로 순환이 좀 안 좋은 편이라 같은 작품이라도 붓기 편차가 심한 편인데, 다른 장르에선 그냥 그 상태로 연기를 하면 되니까 이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멜로나 로맨스 장르는 다르더라. 매일 잘 관리된 모습이 담겨야 하기 때문에 감독님이 매일 내 붓기 상태를 확인한 뒤 촬영에 들어갔다"고 설명해 놀라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렇다면 평소 해왔던 캐릭터들과 비교해 다소 오버스러울 수도 있는 연기가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김옥빈은 "오히려 그런 건 없었다"고 답하며 "내가 약간 그런 시기에 있는 것 같다. 과거엔 세련됨과 트렌디함을 중요시 여겼다면 요즘은 레트로와 복고를 그리워하게 됐다. 신상의 것을 강조하던 시기에서 지금은 향수를 그리워하는 시기가 된 거다. '연애대전'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캐릭터는 신상의 느낌을 갖고 있지만 스토리와 세계관은 옛것의 느낌을 갖고 있는 게 딱 내 취향이었다. 적절한 변주가 재밌었다"고 말했다.

이어 액션 연기에 대해서도 "따로 준비하는 과정은 없었다"면서 "이미 '악녀'라는 거대한 산을 넘은 상황이라 현장에서 배운 다음 곧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어느 정도 감이 있는 상태라 한 시간 정도만 연습하면 됐다. 체력적 힘듦도 없었다. 그동안 진지한 작품들만 해왔다 보니 이 작품은 오히려 정신 건강에 좋았다. 전 작품들은 분위기가 진지해 가끔 우울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배우들끼리 편하게 수다도 떨 수 있다 보니 더 재밌게 나오지 않았나 싶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렇듯 '연애대전'은 김옥빈에게 있어선 장단이 확실한 작품이었다. 아직 스스로 부족하다는 걸 알게 해줬지만, 동시에 새로운 장르에 대한 두려움도 없애줬다.

김옥빈은 "'연애대전'을 하며 내가 뭐가 부족한지 새롭게 알게 됐다. 늘 똑같은 핏을 유지하는 것도, 관리를 잘 하는 것도 실력이라는 걸 느꼈다. 내가 많이 부족했음을 인지하게 됐다"고 밝히면서도, "다만 두려워했던 새 장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기도 했다. 새 스펙트럼을 열어 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부디 여미란이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신여성 캐릭터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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